<이원호의 경제톡> 방아쇠 당겨진 금리 인상

수출 호조, 경제성장률 견실 등으로 시기만 남아
부동산 영끌족, 소상공인 직격탄 맞을까 신중 모드
2021-08-03 20:55:19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까지 아홉 번째 동결로 코로나19의 재확산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그 배경에 대해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으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 밝히고 있다. 하지만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

사실 7월 금통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금리 동결에 있지 않고 향후 금리 인상의 신호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느냐에 집중되었다.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 여부와 금융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논의가 금통위원들 간에 어느 정도 깊이 있게 다루어 질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지난 5월에 이어 7월 금통위에서도 금리를 0.25%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이 나와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동결 발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완화 기조가 지속되면 가계부채와 자산시장 과열과 같은 금융 불균형의 부작용이 커진다”면서, 빠르면 8월부터 통화정책 정상화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장은 금리 인상을 향한 방아쇠는 이미 당겨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금리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고 예측한다. 실제로 코로나19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은 4%대의 견실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소비자 물가도 넉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수출 또한 매달 사상 최고치를 달성하는 등 금리 인상을 둘러싼 제반 환경이 착착 갖추어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금융 불안정 해소를 목적으로 단행하는 금리 인상이 또 다른 사회·경제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폭등에서 소외된 2030세대가 증시와 가상화폐로 투자가 몰리면서 이른바 영끌족·빚투족을 양산한 바 있다. 그런데 이들은 당분간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대출시 변동금리로 선택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다면 주식과 가상화폐에 물려있는 2030세대의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주 52시간 확대 운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도 금리 인상의 충격이 예상보다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영업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항에서 금리마저 인상된다면 더 이상 버틸 힘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금융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가 사회 취약 계층에 가장 큰 타격을 주게 되어 자칫 사회 안전망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온 후 통상 1~2개월 후 금리가 인상되었던 과거의 사례로 미루어볼 때 금리 인상의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은데다 한계 상황에 처한 계층의 붕괴 가능성이 상존하는 한 금융당국이 금융 불안정이 해소될 때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적으로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 연방준비위원회의 경우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더라도 고용 안정에 대한 확신이 서야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논의하겠다는 확고한 방침을 세우고 있다. 우리도 사회 안전망 보호 기준이 충족되어야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는 나름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원호 비즈빅테이터연구소 소장(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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