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 의혹' 하이트진로 계열사들 내부거래 활발

내부거래율 높고 '중소기업 원천봉쇄' 비판 수의계약으로 일감 따내
친족회사 사익편취 지원했다면 집행유예 솜방망이 처벌은 안돼
2021-07-30 13:52:06
하이트진로그룹의 계열사 은폐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아들에 이어 박문덕 회장도 사정당국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박 회장의 홈페이지 인삿말 캡쳐.

하이트진로그룹의 계열사 은폐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과 장남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 부자(父子)가 동시에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사태가 현실화됐다. 하이트진로 측은 '단순 실수'라고 항변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친족회사 사익편취'를 위한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보고 박 회장을 고발했다. 대우화학, 대우패키지, 대우컴바인, 연암, 송정 등 문제의 친족회사들이 하이트진로그룹에 매출을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적용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신고에서 일부러 누락시켰다고 본 셈이다. 개인회사 서영이앤티에 일감을 몰아줘 사익을 편취했다는 박태영 사장의 의혹이 친족회사들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하이티진로그룹이 2017년에서 2018년 대기업집단 지정자료에서 누락한 대우화학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하이트진로와의 거래 내역을 자세히 알리고 있다. 사진은 대우화학 홈페이지 연혁 캡쳐  

대우화학은 박 회장의 고종사촌 이상진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다. 2018년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55.4%에 달한다. 2019년에도 매출액(303억3000만원) 대부분이 하이트진로(256억9300만원), 하이트진로음료(4억5400만원), 진로소주(1억1000만원) 등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박태영 사장의 기업대물림에서 중요한 회사로 꼽히는 서영이앤티도 거래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165억4700만원중 140억8200만원이 하이트진로에서, 4억6300만원이 하이트진로음료 등에서 나왔다. 지난해 내부거래율은 87% 가량이다. 매출 대부분이 하이트진로그룹에서 나온 것이다.

대우화학 2019년도와 2020년도(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내역
대우화학 2019년도와 2020년도(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내역. 출처=대우화학 분기보고서

이씨의 아들회사인 대우패키지와 미성년자 회사인 대우컴바인도 하이트진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2018년도 매출 중 내부 거래 비중은 대우패키지가 51.8%, 대우컴바인은 99.7%에 달했다. 특히 계약방식은 수의계약 방식 등이 동원됐다. 수의계약 방식은 중소기업 등 외부기업의 경쟁을 원천차단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이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하이트진로음료가 대우컴바인 설립 직후인 2016년 4월 자금 지원 확대를 이유로 거래계약 체결을 결정하는 데 하루가 채 소요되지 않았고, 자신의 사업장 부지를 빌려줘 생산, 납풉하게 해줬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대우컴바인은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와 수의계약방식으로 일감을 얻고 있다. 출처=대우컴바인 공시

박 회장의 조카들의 회사인 연암과 송정도 하이트진로와의 내부거래가 활발했다. 박세진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종이상자 도매업체인 연암은 지난해(2019년9월30일~2020년9월30일)에도 매출액 209억8900만원중 58억1200만원이 하이트진로,  8억300만원이 하이트진로음료 등에서 나왔다. 

연암 2020년도 감사보고서 캡쳐

이처럼 하이트진로그룹의 일감을 받아 성장가도를 달리던 회사들이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에서는 그 이름이 빠졌다는 이야기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이들 친족회사들은 그만큼 감시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재벌가에서 일감몰아주기 사건이 반복되는 것은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하이트진로의 혐의가 입증된다면 집행유예가 아닌 엄벌로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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