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윤의 금과 비트코인> 암호화폐 정부에 도움됐다
<김두윤의 금과 비트코인> 암호화폐 정부에 도움됐다
  • 김두윤 기자
  • 승인 2021.07.0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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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수요 일부 흡수하면서 부동산 정책에 어느 정도 일조

정치권에서 암호화폐 투자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편입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암호화폐 시장 제도화를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국민이 뛰어든 이 시장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불법자금 통로로 활용되는 길을 막자고 만들어진 특금법만으론 투자자 보호 등에 한계가 큽니다.

하지만 정부의 시각은 여전히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그동안 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뜯어보면 비트코인은 사실상 '바다 이야기'나 '폰지 사기'와 다름 없습니다. 실명계좌 발급을 놓고 거래소와 은행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알아서 판단하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오는 9월 거래소 무더기 폐쇄 우려도 이런 분위기에 기인합니다.

다른 나라의 인식도 좋지는 않습니다. 중국에선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고 은행들에게 거래 색출을 요구했습니다. 적발되면 은행 계좌가 말소될 수 있다고 합니다. 영국은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 영업을 중단시키고 미국은 규제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다만 중국과 미국의 입장 차이는 있습니다. 미국은 불법거래 감시, 투자자 보호 장치, 세금 부과 등 사실상 제도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면 중국은 시장 자체를 막겠다는 뉘앙스가 강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 정부 인식은 중국에 가깝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처럼 미움 받는 비트코인이지만 집값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부에는 적잢은 도움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통화량 추이. 자료=한국은행

주지하다시피 코로나19 사태로 각국 정부는 엄청난 현금을 살포했습니다. 미국은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달러화 무제한 공급을 선언하고 ‘헬리콥터 머니’를 뿌렸습니다. 긴급대출, 고용안정자금, 재난지원금 등 우리나라 상황도 비슷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로 풀린 유동성이 제대로 회수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이 급증하고 현금까지 풀리면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눈덩이가 됐습니다. 지난 4월엔 광의 통화량(M2) 증가율이 2009년 2월 이후 12년2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유동성은 투자시장을 끌어올렸습니다. 바이러스 공포에 1400선 골자기를 팠던 코스피는 돈이 풀리자 벌떡 일어나 V자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비트코인은 금처럼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으면서 강하게 뛰어올랐습니다. 그야말로 ‘유동성 파티’가 이뤄낸 역대급 '불장'이었습니다.

집값도 같이 날아올랐습니다. 수년간 저금리로 이미 부풀어 있던 집값이었지만 돈이 풀리면서 특별한 조정도 없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값은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1년치 상승분을 뛰어넘은 상태입니다. 집값에 불이 붙자 과열을 우려하던 목소리는 사리지고 이제라도 집을 사야겠다는 당혹감이 3040 무주택 실수요들을 이른 바 '영끌'로 몰아붙였습니다.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바램과 정반대로 간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한때 코스닥 거래대금을 넘보기도 했던 비트코인이 없고 지금 보다 더 많은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갔다면 집값은 지금 보다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을 개연성이 큽니다. 그동안 증시, 집값 상승이 풍부한 유동성에서 비롯됐다는 전제에 동의한다면 말입니다. 비트코인이 없다고 해도 투자 자금이 주식시장으로만 흘러갔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지금도 정부 말 믿고 집 안산 사람만 바보가 됐다는 말이 나오는 판국에 집값이 지금 보다 더 무섭게 올랐다면 정부의 입장은 상당히 난처해졌을 공산이 큽니다. 애초 돈이 풀리는 상황에서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이나 공급확대 없이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는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은 동의하지 않았지만 정부는 가격과 대출 억제책을 고수하다가 사실상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가 인정을 하지는 않겠지만 비트코인이 부동산 투자수요 일부를 흡수하면서 부동산 정책에 어느정도 일조했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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