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의 혁신적 아이디어는 중고차 알짜 매물 싹쓸이?
정의선 회장의 혁신적 아이디어는 중고차 알짜 매물 싹쓸이?
  • 김흥수 기자
  • 승인 2021.06.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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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업계 현대차 ‘6년·12만㎞ 이하' 매물만 취급에 강력 반발
완성차업체 나선다고 중고차 시장 허위·미끼 매물 사라지지 않아
이재명 지사 “혼탁성 빌미로 대기업 중고차시장 진출 허용 안돼”
현대차가 중고차시장 진입 조건으로 ‘6년·12만㎞ 이하의 매물’만 취급하겠다고 밝히자 중고차 업계가 알짜 매물을 싹쓸이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악수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현대차가 중고차시장 진입 조건으로 ‘6년·12만㎞ 이하의 매물’만 취급하겠다고 밝히자 중고차 업계가 알짜 매물을 싹쓸이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주먹 인사를 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1.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19년 신년사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 중 하나’가 아닌 ‘혁신적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2.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 5월 완성차업체의 중고차시장 진입 조건으로 '6년·12만㎞ 이하의 매물'만 취급하겠다는 상생 방안을 중고차 업계에 전달했다. 이는 자동차협회가 제안을 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현대차가 마련한 방안이다. 현재 완성차업체 가운데 중고차시장 진출을 선언한 곳은 현대차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진입에 대해 반발이 거세다. 상생방안이 오히려 중고차업계를 고사시키는 안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중고차업계에서는 정의선 회장의 ‘게임 체인저 도약’이 고작 알짜 중고차 싹쓸이냐는 비아냥도 있다.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은 논란의 연속이었다. 중고차시장에서 만연된 사기사건이나 허위‧미끼 매물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면서 완성차 업체의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런 논란으로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가 2019년 2월 지정기간이 종료된 상태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5개사(현대차·가아·르노삼성·한국지엠·쌍용)가 중고차 시장 진출 의사를 밝힌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의 최종 결정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문제는 현대차의 ‘알짜 매물 독식’이다. 자동차 신규등록 6년 미만에 주행거리가 12만㎞이내인 중고차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소비자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현대차가 제시한 조건외의 차량들은 소비자의 선호도가 낮고 중고차 매매상 입장에서도 '돈 안 되는 차량'이다. 

중고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도 용납하기 어려운 일인데, 시장 진입 후에는 알짜매물만 취급하겠다고 하니 중고차 매매상들은 굶어 죽으라는 말이냐”며 반발했다.

완성차업체의 중고차시장 진출로 시장에서 발생하는 사기사건이나 허위‧미끼 매물 등 소비자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의견에도 반론이 만만치 않다. 중고차업계에서는 중고차시장에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이 진출해도 중고차 사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고차 사기사건으로 검거된 사기범 일당은 대부분 무등록 중고차매매업자이다. 중고차업계와 무관한 사람들이고 단지 사기에 이용된 매개체가 중고차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중고차 업계는 허위‧미끼 매물 또한 완성차 업체가 나선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시장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결해야 할 의무라는 입장이다. 경기도가 좋은 예다.

경기도는 지난해 7월 중고차 판매 사이트 31곳을 점검한 후 약 95%의 매물이 허위로 추정된다며 해당사이트에 대한 포털 검색 차단,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했다.

또한 고질적인 중고차 허위매물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10월23일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중고차 허위매물, 미끼매물 상시 점검에 들어갔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해 8월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 주장에 대해 "영세자영업자들이 일하는 생활 터전인 골목에 대형 상점들이 진입해서 골목상권을 망치는 것과 똑같다"며 “중고차시장의 혼탁성을 빌미로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허용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작은 문제가 있으면 작은 문제를 해결해야지 더 큰 문제를 만들면 안 된다”고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차량 가격 인상 등 소비자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귀 기울여야 할 사안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이항구 연구위원은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면 차량 가격 인상 등 독점으로 인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완성차 판매 70~80%를 독과점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시장에 들어오면 매입물량을 독점해 시장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생태계까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중고차시장의 혼탁을 가중시킨 원인제공자였음을 환기시킨다.

중고차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고차 대출시장의 최대강자였고 독점적 사업자의 지위를 누리며 평균 20%대의 고리대금업을 하던 금융회사”라며 “업계를 혼탁하게 만든 사기범들의 전주(錢主) 노릇까지 해가며 고리대금업으로 돈을 벌어놓고 이제 와서 자기 고향에 대고 침을 뱉는다”며 비판했다. 현대자동차는 현캐캐피탈의 지분 59.68%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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