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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의 역사... ‘김현수’부터 ‘조국’까지
‘기레기’의 역사... ‘김현수’부터 ‘조국’까지
  • 정연수 기자
  • 승인 2020.01.05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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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K] 빅데이터로 본 ‘기레기’
‘기자+쓰레기’ 합성은 2011년 카라 팬덤에서 시작
세월호 참사를 거치며 일반명사화
2019년 ‘기레기’와 함께 가장 자주 언급된 단어는 ‘조국’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대중적으로 쓰임이 광범위해져 일반명사화 한지 오래다. ‘기레기’는 2010년 한 스포츠 스타의 별명으로 처음 세상에 등장해 10년간 쓰임이 점차 변화했다. 2019년에는 배타적 방어기제의 상징같은 키워드가 되며 사회적 논쟁을 야기하기에 이르렀다. 빅터뉴스는 과거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레기’의 어원을 역추적 해보았다.


◇ ‘기레기’의 유래는 김현수 선수... ‘기자+쓰레기’는 2011년 카라 팬덤에서 처음 사용

‘기레기’는 2010년부터 등장한 것으로 보여진다. 당시 지금보다 활성화돼있던 채널인 블로그에서 일부 블로거들이 ‘기레기’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당시의 기레기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쓰였다.

기레기의 최초 유래는 야구선수 김현수 선수에서부터 시작됐다. 당대 최고의 타자로서 김현수의 별명은 ‘(타격)기계’로 불렸는데, 일부 팬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그의 별명인 ‘기계’에 ‘하느님’을 합성해 ‘기느님’으로 부르기도 했고, 일부 팬들은 김현수의 성적이 부진할 때 ‘쓰레기’를 합성한 ‘기레기’로 부르기도 했다.

  • [블로그] 2010/04/24 두산베어스 2010 퀸스데이 유니폼... (중략) 작년 2009 퀸스데이 유니폼 모델이 (당시 대세였던) 기레기랑 임태훈이었다면 올해는 새롭게 얼빠들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이원석과 오똘 ... (중략)
  • [블로그] 2010/04/25 와 지금 한 점 먹었어 OO송구 쩐다... (중략) 아 오늘 기레기 안타 못치면 진짜 차버릴꺼야 (중략)

이러한 분위기는 축구 팬들에게 옮겨가 당시 전성기를 누리던 기성용 선수의 별명으로도 쓰였다. 당시 기성용은 SNS에서 거침없는 독설로 인해 안티팬들이 생겨났는데 이들이 기 선수의 이름과 ‘쓰레기’를 접목해 그를 ‘기레기’로 부르기 시작하며 그의 별명으로 굳어지게 됐다.

차트=‘기레기’ 언급량 추이(조사기간 : 2010.1.1~2019.12.31)
차트=‘기레기’ 언급량 추이(조사기간 : 2010.1.1~2019.12.31)

‘기레기’가 기자의 지칭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11년 2월부터인 것으로 보여진다. 당시 개봉 애니메이션 <알파 앤 오메가>의 더빙에 걸그룹 카라의 박규리가 참여했는데 언론시사회에서 기자들이 박규리에게 영화보다 카라의 불화설을 집요하게 캐물었고, 이를 본 카라 팬들이 발끈했다. 카라의 팬들은 SNS에서 카라의 불화설을 파해치는 기자들을 향해 처음으로 ‘기레기’라는 단어를 썼다.

  • [트위터] 2011/02/13  (중략) 영상을 보고 또봐도 이건 기레기들의 문제인데..... 카라를 참 좋아하셔서 참 좋은 기사 쓰시는군요^^ 기자의 수준을 말해주네요 ^^
  • [트위터] 2011/02/27  기레기들 쓸어버리고 싶다......내가 기레기가 되볼까....ㅎ 그러면 카라 찬양하는 기사들만 올릴텐데ㅋㅋ 제목이 카라짜응!ㅎㅎ 내용도 카라짜응!ㅎ


◇ 세월호 참사로 인해 ‘기레기=기자’ 인식 굳어져

기자를 지칭하는 ‘기레기’는 SNS에서 언급량이 점차 증가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일부 스타의 팬덤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은어였을 뿐 일반 대중에게는 여전히 낯선 단어였다.

‘기레기’가 일반 대중에게 각인된 사건은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부터다. 30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대형 참사를 두고 언론사와 기자들이 과도한 보도경쟁을 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일반 대중들도 ‘기레기’를 일반명사처럼 사용하게 됐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4월 16일부터 29일까지 2주간 네이버에는 인링크 기준으로 6만5211건의 기사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4658건씩 기사가 쏟아진 셈이다. 이때의 기사량은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그 어떤 이슈보다 압도적인 기사량을 기록했고, 아비규환과 같은 사건 수습현장에서 취재경쟁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기사량의 비교 사례로 19대 대선 막바지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직후까지 2주간(2017.5.2 ~ 2017.5.15) 기사량을 들 수 있다. 이 시기 기사는 5만1123건 하루 평균 3652건의 기사가 올라와 세월호 때 기사량의 78.4% 수준을 보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절정에 이르고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16년 11월 28일 부터 12월 11일까지 2주간 기사량은 4만7155건(하루평균 3368건) 발생하며 세월호 기사량의 72.3% 수준이었다. 작년 하반기 극심한 국론분열을 야기한 조국 전 장관 이슈의 경우 기사량이 가장 많았던 8월 29일부터 9월 8일까지 2주간 기사량은 2만5108건(하루평균 1793건)으로 세월호 때 기사량과 비교하면 38.5%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차트=이슈별 일평균 기사량 비교
차트=이슈별 일평균 기사량 비교

당시 사건 수습 현장인 팽목항에 급파된 일부 기자들은 기사 생산에 급급한 나머지 취재를 위해 생존자와 유가족들에게 접근해 무리하게 취재해 비난을 샀고, 심지어 생존자 구조 활동에 방해가 될 정도로 취재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일부 언론사는 사실누락과 왜곡 보도로 논란이 되기도 했고, 참사를 빗댄 기업 홍보기사를 내보내기도 하며 사회적으로 논란을 야기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범국가적으로 소비가 한동안 감소했을 만큼 온 국민들이 충격을 받은 와중에 기자들의 이 같은 비윤리적인 보도행태가 SNS에서 확산되자 국민들의 공분은 자연스럽게 기자들에게로 쏠렸다. 이는 ‘기자=기레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중화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 2014/04/16 RT:1,097  오늘의 개 OOOO후보 1) 친구죽었는데 아냐고 물어본 기레기 2) 승객 나몰라라하고 먼저 탈출한 선장 및 선원 3) 엠OO 4) 물고기밥OO한 OOOO 5) 이와중에  재난영화 홍보하는 기레기 6) 음방 결방돼서 엑쏘 못본다고 OO한 기레기
  • 2014/04/16 RT:818  개판이다. 중앙대책본부는 실종자 수도 제대로 못추려내고, 오늘 아침 침몰한 배인데 구조작업은 내일 새벽에나 시작된다고 하고, 기레기들은 구조된 애들한테 친구가 죽었는데 기분이 어떠냐고 묻고 앉았고, 정부는 기레기들 통제도 안하고 방목하고 있고
  • 2014/04/16 RT:479  기레기의 추함을 명백히 입증해주는 건들 요약 OOOO 「친구 확인 사살」, OOOO 최모 「선박 침몰 영화 추천」, OOOO 정모 「SKT 잘생겼다 드립」, OOO 김모 「사망 학생 책상 뒤져서 쓴 기사」, OOO 「6살 아이에게 부모 행방 물었음」 미친놈들…
  • 2014/04/23 RT:408  외신과 ‘기레기’ 3박4일간 세월호 침몰 참사 현장을 지켰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기자 나가!”였다. 물병을 맞거나 멱살잡이를 당한 기자도 있었다. KOO·MOO와는 말도 섞지 않겠다는 학부모…
  • 2014/04/16 RT:268  기레기들은 친구 죽은 느낌이 어떻냐고 학생들 인터뷰할게 아니라 선장OO 잡아다가 저 학생들 다 죽인 소감 어때요 이 살인마OO야 라고 인터뷰해라
  • 2014/04/17 RT:191  70먹은 선장은 도망, 꽃다운 20대 여승무원은 학생들 돕다 생명 잃고, 외신은 생존률 얘기하는데 미친 MBC와 찌라시는 보험금 얘기나 지껄이고, 기레기는 학생에게 접근. 이와중에 날치기 통과. 나라가 미쳤다.


◇ ‘기레기’ 언급량 文정부의 ‘적폐청산’과 맞물려 급증

‘기레기’가 등장한 최근 10년간 ‘기레기’ 언급량 추이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시점과 맞물려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2분기에 ‘기레기’ 언급량이 14만5천건이었던 것이, 문 대통령이 취임하던 2017년 2분기에는 64만2천건으로 4배 이상 급증했고, 그해 4분기에는 또다시 두 배 가량 급증한 124만건를 기록했다. 그리고 조국 전 장관 이슈가 있던 2019년 3분기에는 조사기간 중 가장 많은 127만4천건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기레기’ 언급량과 비교하면 9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SNS 빅데이터 분석결과 ‘기레기’ 언급량 급증은 문 대통령의 국정과제 1호인 ‘적폐청산’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적폐청산’을 주요 슬로건으로 걸고 선거 캠페인을 진행한바 있고, 당선 이후에는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을 국정과제 1호로 삼을 정도로 중점을 뒀다.

문재인 정부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청산하고,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깊게 뿌리내린 적폐를 청산해 개혁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삼았다. 그러나 실제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구체적인 적폐 대상은 ‘언론’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문파(文派)’로 불리는 문 대통령 팬덤에서 SNS를 중심으로 ‘적폐’와 함께 ‘언론’을 가장 자주 언급한 것이다.

‘기레기’ 언급량이 급증한 2017년 2분기부터 2018년 1분기까지 1년간 SNS에서 키워드 ‘적폐’가 언급된 게시물은 총 422만5천건 발생했다. 이들 게시물의 문장을 분석한 결과 ▲‘언론’은 49만6천여건에서 언급됐는데, 전체 게시물의 11.7%를 차지하는 비중이었다. 이밖에 유의어로 ▲‘기레기’가 12만8천여건, ▲‘적폐언론’이 7만3천여건에서 언급됐다.

문 대통령 팬덤에서는 문 대통령 취임과 함께 일부 언론에 대한 오랜 불신을 SNS에서 여과없이 쏟아냈다. 이들은 특정 언론을 적폐로 규정하고 청산 대상으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기레기’의 언급량이 급증한 것이다. 이 시기부터 문파가 ‘기레기’라는 단어의 주된 사용자가 됐다.  

(날짜순)

  • [트위터] 2017/09/10 RT:472  이 엄중한 시기에 문통이 북한산 산책한다고 OO하던 언론은 이 엄중한 시기에 폭탄주 처만들어 처마시는 O철수는 찬양일색이다. 적폐 중의 적폐가 바로 언론이고 기레기들이다. 조중동이고 한경오고 절대다수 한통속. 언론은 간비어천가 한 곡조로 천하통일됐다.
  • [트위터] 2017/10/31 RT:524  32억 상속 받은 홍종학 내정자 상속세 10억 삼성  이재용 상속세 16억 오뚜기 상속세 1,500억 진정한 적폐는 기레기임을 오늘도 깨닫습니다
  • [트위터] 2017/11/01 RT:423  온갖 기레기와 적폐들이 홍종학 전 의원을 물어뜯는데, 지난 필리버스터를 잊을 수 없다. 감정적인 호소보다 그는 합리적인 논리와 경제비리까지 근본적인 문제들을 다루었고, 적폐를 가늠할 수 있는 가늠좌를 제공했다. 기레기가 두려워하는 건 그의 실력이다
  • [트위터] 2017/11/30 RT:1202  잘못된 기사로 생사람을 잡는 신문과 기레기들. 가장 위험한 적폐입니다. 능히 수천만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갈 수도 있고 능히 한 나라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아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클릭해 주세요.

언론에 대한 문파의 불신이 높아진 분위기 속에 문 대통령 방중일정 중 한 수행기자가 중국 경호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문파의 비난은 오히려 기자에게 쏠렸다. 복수의 언론에서 문 대통령의 방중 성과에 대해 ‘혼밥’ 등 ‘홀대론’을 제기하며 다소 야박하게 평가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었다.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행기자단 폐지’를 청원하기 이르렀고 참여인원이 11만5천명에 달했다. 폭행 다음날인 12월 15일 ‘기레기’가 언급된 게시물은 9만3120건 발생하며 조사기간 10년 중 두 번째로 높은 발생량을 기록했다.

  • 2017/12/14 RT:6694  대통령과 경호원만 들어가는 구역임. 제대로 보도도 안하는 기레기들이 따라들어가려함. 경호원이 제지. 기레기들 한국에서 처럼 개저씨식 진상부리며 제지하는 경호원 밀침. 쳐맞음. 이게 팩트 반박불가.
  • 2017/12/15 RT:747  대통령 계신 청와대 상주시켜주고 대통령 타시는 전용기 태워 주니까 이제는 대통령 경호원들한테 대통령이 아닌 지들 경호하라는 헛소리를. 기레기들 청와대에서 방 빼라고 좀 합시다. 청원 이틀밖에 안 남았어요. 부디 부디 많이 퍼날라주세요.


◇ 2019년 ‘조국’으로 인해 ‘기레기’ 언급량 역대 최다 발생

키워드 ‘기레기’의 언급량을 연간으로 살펴보면 2019년 가장 많은 268만2천여건이 발생했다. 이중 조국 이슈가 한창이던 9월과 10월에만 109만7천여건이 발생해 1년 전체 발생량의 40.9%가 두 달간 집중됐다.

특히 9월 3일에는 일일발생량이 조사기간 10년간 가장 많은 9만5073건 발생했다. 이날은 국회에서 조국 후보자가 자처한 기자회견이 열린 날이었다. 문 대통령 팬덤에서는 당시 조 후보자의 기자회견을 본 후 SNS에서 ‘기레기’를 대량 생산했다. 이 시기 ‘기레기’라는 단어의 언급량만 놓고보면 비록 문 대통령 팬덤에서 주로 사용하여 언급량을 끌어올렸지만, 오히려 문 대통령과 관련된 이전 사례들을 넘어서는 언급량을 기록한 것이다. 

조국 이슈로 인해 국론은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분열됐다. 한편에서는 쏟아지는 기사에 대해 ‘정보’로 인식을 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기레기의 보도행태’로 인식을 하며 양측의 인식의 격차는 더욱 넓어졌다.

2019년 1년간 ‘기레기’가 언급된 SNS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기레기’와 함께 가장 높은 빈도로 언급된 단어가 ‘조국’이었다. ‘조국’이 ‘기레기’와 함께 언급된 게시물은 57만2천여건으로 1년간 ‘기레기’가 언급된 전체 게시물에서 21.3%를 차지했다. 1년간 SNS에 ‘기레기’가 언급된 10건의 게시물 중 2건 이상에서 ‘조국’이 등장했다는 의미이다.

이밖에 언급빈도가 높은 상위 50위 까지 연관어에서 ▲‘검찰’, ▲‘장관’, ▲‘대통령’, ▲‘딸’, ▲‘가짜뉴스’, ▲‘윤석열’ 등 대부분이 조국 이슈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단어그룹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2019년 ‘기레기’ 연관어 클라우드
그림=2019년 ‘기레기’ 연관어 클라우드

 

※ 마이닝 솔루션 : 펄스케이, 워드미터, 채시보
※ 조사 기간 : 2010.1.1 ~ 2019.12.31
※ 수집 버즈 : 8,716,601건
※ 분석 : 빅버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