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N]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자화상... 연관어 ‘일상’ 가장 높은 순위 차지

2018년 2월 넷째주, 빅데이터로 살펴본 ‘소소한 행복’
불안한 사회로 인해 큰 것 포기한 ‘방어기제’에서 시작
긍정·부정 출처 살피면 대부분 긍정적인 의미
평범한 사람들의 다양하고 소소한 자화상 반영
2018-09-14 12:23:07
무라카미 하루키는 갓 구운 빵을 찢어먹기, 이불속에 들어온 고양이의 감촉 등으로 소소한 행복을 표현했다. 사진= 픽사베이
무라카미 하루키는 갓 구운 빵을 찢어먹기, 이불속에 들어온 고양이의 감촉 등으로 소소한 행복을 표현했다. 사진= 픽사베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6년 발간한 수필집 ‘링겔 한스 섬의 오후’에 처음 등장한 ‘소확행’이란 단어는 2018년 행복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하루키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을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등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소소한 행복이 좋은 의미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옆 나라 일본에서 전해진 이 유행같은 단어는 경제공항과 취업난 등 불안한 사회에 대해 큰 꿈과 이상을 포기하고 내 주변에서 나름의 행복을 만드는 ‘방어기제’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에서 소소한 행복이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헬 조선’이라 불리며 국내의 불안한 경제, 안보, 정치 상황 속에서 청년들은 늘어가는 실업난과 ‘노오오력’을 해도 나아지지 않는 삶을 원망하다가 주변 작은 것에서 위로꺼리를 찾아 ‘합리화’하고 있다.

이런 기조는 국내 산업 트렌드도 변화시켰다. 기존의 가격대비 성능을 중시한 ‘가성비’에서 가격이나 성능 상관없이 내 마음과 취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가심비’ 제품에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또 홍대, 강남 등 화려하고 번화한 거리보다 망원동과 같은 골목상권에서 소박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겨한다. ‘혼술’, ‘혼밥’ 등도 누군가를 만나 신경을 쓰기보다 나를 위해 혼자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요즘 세대의 심리에서 번지는 소비 트렌드다.

 

◇ 주변 잡다한 모든 것이 ‘행복’으로 느껴지는 요즘

빅터뉴스(BDN: BigDataNews)가 소셜메트릭스를 통해 2017년 2월8일부터 2018년 2월7일까지 1년간 트위터, 블로그, 커뮤니티, 인스타그램, 뉴스에 올라온 ‘소소한 행복’관련 버즈를 분석한 결과 총 30만2209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트위터 6만5253건 ▲블로그 1만8593건 ▲커뮤니티 941건 ▲인스타그램 21만6766건 뉴스656건이다.

그래픽 디자인. = 조현준

버즈량이 가장 높게 나온 것은 작년 12월8일에 올라온 ‘그냥 행복해서 하는 이벤트 소소한 행복을 나눠드리고자 알티추첨 한분께 사진쪽 BGM 다이어리 보내드립니다’란 내용의 글로 글로 1만9880건의 리트윗을 받았다. 본인이 느낀 소소한 행복을 나누는 훈훈한 글로 많은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우울한 날인데 언니가 오렌지껍질을 까준 것에 행복을 느꼈다는 글을 올리며 5천555건의 리트윗을 받았다. 아무것도 아닌 오렌지껍질이지만 그 작은 배려가 당사자의 마음을 울렸고, 이에 누리꾼들도 공감을 표했다.

이 외에도 맛집 갔는데 줄을 서지 않고 밥을 먹었거나, 버스 정류장 갔더니 버스가 바로 왔던 사연, 등교시간 캠페인 스티커 받은 것 등 다양한 행복을 공유했다.

반면 이런 소소한 행복을 거부하는 사연도 많은 리트윗을 받았다. 한 누리꾼이 ‘난 일상 속 작고 소소한 행복이 싫어. 비일상속 압도적이고 충격적인 행복을 원해’란 글이 5675건의 리트윗을 받으며 다른 소소한 행복을 표현한 글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는 행복을 찾을 수 없어 행복의 기준을 매우 작은 부분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요즘 세대 마음속엔 큰 행복을 원하는 심리가 억눌러져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웃픈’사연이다.

◇ 연관어 ‘일상’, 감성어 ‘행복’…가장 높은 순위 차지

소소한 행복에 대해 연관어 일상과 감성어 행복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즉, 누리꾼들은 소소한 행복을 일상의 행복으로 여기고 있다.

연관어 대부분은 누리꾼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글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음악이 좋아 다이어리 나눠준 사연과 연관된 ‘음악’, 오렌지 껍질을 까준 사연에서 비롯된 토끼띠, 눈물, 오렌지 등이 높은 순위에 랭크됐다.

그래픽 디자인. = 조현준

또한 일상의 행복을 어디서 느꼈는지 연관어를 살펴보면 드러난다. 상위에 있는 ▲이벤트 ▲주말 ▲힐링 ▲데이트 ▲부부스타그램 ▲가족 등 주변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주말에 이벤트나 데이트 등을 통해 힐링과 행복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감성어도 긍정감성어엔 ▲행복 ▲부럽다 ▲좋다 ▲사랑 ▲감동 ▲즐거움 등이 상위에 있고, 부정감성어엔 ▲힘들다 ▲싫다 ▲충격적 ▲근심 ▲어렵다 등이 차지했다. 이 모든 감성어들을 단어만 보면 긍정과 부정으로 나뉠 수 있으나, 내용을 살피면 대부분 긍정적인 글에서 파생됐다.

긍정감성어 ‘행복’의 경우 소소한 행복을 나누는 다이어리 나눔 이벤트에서 나왔고, ‘부럽다’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 부럽다, 세븐틴의 멤버 조슈아 팬사인회에서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다 등 일상에서 느꼈거나, 타인의 얘기를 통해 나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부정감성어의 ‘싫다·충격적’의 출처를 살펴보면 소소한 행복이 싫다, 비일상속 충격적인 행복을 원한다에서 발췌됐다.

그래픽 디자인. = 조현준

즉, 요즘 세대들은 멀리 있는 행복을 찾기엔 주변 상황으로 인해 어려우니 나름의 타협을 통해 주변에서 행복한 ‘꺼리’를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타협은 본인들이 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심 소소한 것보다 크고 충격적인 행복을 바라는 마음도 내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소한 행복’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웃지 못 할 자화상을 살펴볼 수 있는 단어다.

데이터 분석 정학용 연구원/분석보고서 문의(xiu04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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