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25관왕... 영화밖의 스토리텔링에 누리꾼들 환호

[주말N영화] 9월 첫째주 빅데이터로 본 누리꾼들의 상영작 평가
한주간 언급량 벌새 > 엑시트 > 봉오동전투 > 유열의음악앨범 > 분노의질주:홉스&쇼 ... 순
누리꾼들 ‘벌새’의 여성감독에 가장 큰 관심보여
2019-09-06 21:06:47
사진=개봉작 포스터 (왼쪽부터 레드슈즈, 벌새, 엑시트, 봉오동전투) (각사 제공)
사진=9월 1주차 상영작 포스터 (왼쪽부터 레드슈즈, 벌새, 엑시트, 봉오동전투) (각사 제공)

9월 첫째주(8.30~9.5) 영화팬들은 독립영화 ‘벌새’에 열광했다.

빅터뉴스가 네이버 영화 평점순위 8위까지의 상영작들에 대해 SNS 누리꾼들의 평판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벌새’를 언급한 게시물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주간 트위터·블로그·커뮤니티·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영화 ‘벌새’가 언급된 게시물은 총 3만4726건 발생해 최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엑시트’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벌새는 지난달 29일 개봉했는데 한 주간 누적관객 2만942명으로 흥행순위 10위를 기록했고, 관객평점은 9.08점으로 3위에 올랐다.

벌새에 이어 SNS 언급량 2위는 ‘엑시트’로 조사됐다. 한 주간 엑시트가 언급된 게시물은 3만359건 발생하며 벌새와 함께 SNS 영화평에서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엑시트는 7월 31일 개봉한 이후 현재까지 누적관객 903.4만명을 기록하며 천만관객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어 상영작별 언급량은 ▲‘봉오동전투’가 3위(1464건), ▲‘유열의음악앨범’ 4위(1262건), ▲‘분노의질주:홉스&쇼’ 5위(1232건), ▲‘레드슈즈’ 6위(1187건), ▲‘47미터2’ 7위(614건), ▲‘그것:두번째이야기’ 8위(567건) 순으로 집계됐다.

차트=상영작 SNS 버즈량 비교(9월 1주차)
차트=상영작 SNS 버즈량 비교(9월 1주차)

각 상영작에 대한 SNS 게시글의 텍스트를 분석한 결과 긍정감성이 가장 높은 영화는 '유열의 음악앨범'으로 92.7%를 기록하며 매우 높은 긍정감성이 집계됐다. 감성분석은 SNS 게시글에서 긍부정 단어의 비율을 통해 각 상영작에 대한 누리꾼들의 감성을 가늠하는 분석이다.

긍정감성어 비율 ▲2위는 ‘봉오동전투’로 88.8%, ▲3위는 ‘분노의질주:홉스&쇼’로 85.1%, ▲4위 ‘엑시트’ 83.8%, ▲5위 ‘레드슈즈’는 83.7%로 집계됐다. ▲6위는 ‘47미터2’로 72.3%, ▲7위 ‘벌새’ 70.0%, ▲8위 ‘그것:두번째이야기’는 긍정감성어가 75.1%로 조사됐다. 벌새는 높은 관객평점에도 불구하고 트위터에서 영화 속의 폭행 장면이나 여성 차별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언급되며 긍정감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표=상영작별 긍부정 감성어 비교(9월 1주차)
표=상영작별 긍부정 감성어 비교(9월 1주차)

 

◇ 독립영화 ‘벌새’의 언더독 효과

SNS 빅데이터 분석결과 누리꾼들은 ‘언더독’의 승리에 환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화의 내용과는 별개로 무명의 여성 신인 감독이 만든 독립영화가 유수의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다는 것이 누리꾼들에게 영화 외적으로 통쾌한 스토리를 제공한 것이다.

‘벌새’는 베를린국제영화제·트라이베카국제영화제·시애틀국제영화제·부산국제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 등 국내외 유명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25관왕을 달성해 개봉 전부터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았다.

영화는 지극히 평범한 14살 소녀가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으로, 신인인 김보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신인 배우 박지후의 데뷔작이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성수대교 붕괴사건이 있던 1994년으로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기성세대가 된 30~40대의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도 짙게 배어있다. 특히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디테일하게 묘사하며 ‘믿을 수 없을 만큼 성숙한 데뷔작(베를린국제영화제)’, ‘한편의 시처럼 섬세한 영화(이스탄불국제영화제)’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사진=영화 '벌새' 스틸 이미지(엣나인필름 제공)
사진=영화 '벌새' 스틸 이미지(엣나인필름 제공)

 

언론 시사회가 있던 8월 14일부터 9월 5일까지 SNS에서 ‘벌새’가 언급된 게시물은 총 4만3245건이 수집됐다. 지난달 26일 CGV라이브톡이 열린 후 SNS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돌며 언급량 볼륨이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김보라 감독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조사기간 수집된 게시물의 문장을 분석한 결과 4만3천여건의 게시물에서 언급 빈도가 높은 단어들은 ‘감독’, ‘김보라’, ‘여성’ 등 김보라 감독과 관련된 단어그룹이었다.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감독’으로 1만3767건에서 등장해 전체 게시물 중 31.8%에서 언급됐다. 이어 ▲‘김보라’가 9889건의 게시물에서 언급되며 전체 게시물 중 22.9%(중복허용)에서 언급됐고, ▲‘여성’이 5339건에서 언급되며 12.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벌새' 연관어 클라우드
그림='벌새' 연관어 클라우드

 

벌새에 대한 SNS의 언급량 볼륨은 개봉 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 29일 정식 개봉 후 2만8803명이 영화를 봤는데, 같은 기간 SNS 게시물은 8102건이 올라왔다. 산술적으로 영화를 본 3명 중 1명은 SNS에서 ‘벌새’를 언급한 것이다.

이 기간 트위터를 중심으로 김보라 감독을 응원하는 내용이 다수 발생했고, 이러한 내용은 수천회 리트윗되며 언급량 상승을 견인했다.

  • [트위터] 2019.09.02  RT:7450  영화 벌새 보신 여러분 꼭 트위터에 후기 남겨주세요 ㅠㅠ 감독님이 다 찾아보시고 힘내신다고 하셨어요.. 원래는 벌새 영화를 마지막으로 그만하고 싶으셨지만 많은 은희들의 얘기를 듣고 호호할머니가 될 때까지 여성중심서사를 쓸 용기가 생기셨다고 했습니다 ㅠㅠ
  • [트위터] 2019.08.27  RT:3199  <우리집> <벌새> <메기> <밤의 문이 열린다> 한국 여성 독립 영화가 이렇게까지 흥했던 적이 있었나요... 꼭 꼭 봐주세요 꼭이요 한국 영화의 미래는 여성에게 있다
  • [트위터] 2019.08.28  RT:2165  김보라 감독 미국에서 엘리슨 벡델이랑 이틀 동안 대담 했다고? <벌새>는 기사 나올 때마다 스케일이 남다르다 진짜..
차트='벌새' SNS언급량-관객수 추이
차트='벌새' SNS언급량-관객수 추이

 

게시물에서 감성어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긍정감성어가 70.0%, 부정감성어 17.0%, 중립감성어 13.0%로 집계됐다. 긍정감성어로는 ▲‘잘나가다’가 가장 많은 2650건에서 언급됐고, 이어 ▲기쁘다, ▲보고싶다, ▲명작, ▲세밀, ▲흥하다, ▲대박, ▲아름답다 순으로 집계되며 긍정감성 비중을 높였다.

반면 부정감성어로는 ▲충격, ▲비난, ▲불편, ▲꺼림직하다 등이 언급 빈도가 높아 부정감성 비율을 높였다. 영화 흐름상 가부장적인 가정환경과 남녀차별적인 문화가 주요한 모티브로 깔려있는데 주인공과 동질감을 느낀 여성관객들은 이에 대해 불편함을 이야기하며 부정감성어를 사용한 것이다. 또 일부 누리꾼은 남녀차별적 문화에 대한 불만을 스크린 밖으로 확장해 현실속의 여성감독이 받는 차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 [트위터] 2019.09.02  RT:10546  나도 그 생각했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잘나가도 보도가 안되고, 기생충 보다 더 많은 해외상을 25개나 받아도 벌새가 화제가 안 되는 건 여성이 해냈기 때문 아닐까?... (후략)
  • [트위터] 2019.09.01  RT:6531  벌새가 무슨 작은 영화제에서 상받은 것도 아니고 진짜 세계적인 유명영화제에서 지금 상 휩쓸고 다니는데 ㅋㅋㅋ 정작 한국에서는 하루에 두개 걸려있으면 많이 걸려있는 정도 말이되냐
  • [트위터] 2019.09.03  RT:4290  벌새 보면서 “오빠가 여동생 때리는 집이 어딨다고” 라 말한 사람이 있다고?ㅋㅋ 나는 친오빠와 사이가 무척 좋은 편인데 학교에선 그걸 절대 드러내지 않았다. 친한 친구가 아니고서야 그걸 몰랐다. 내 주변 친구들은 죄다 오빠에게 맞고 다녔기 때문에.
차트=‘벌새’ 주요 긍부정 감성어
차트=‘벌새’ 주요 긍부정 감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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