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와 빅데이터, 이미선 임명 찬성 여론 정말 급증했나?

[데이터K] 소셜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펄스K'로 살펴본 '이미선' 버즈
9~13일보다 14~18일에 부정 감성어 언급량 늘고 비율도 높아져
16일, 전날 대비 급격히 추락한 버즈량... 검찰 고발 후 이렇다할 행동 없던 탓
청와대와 이미선측, 헌법재판관으로 임용돼야 하는 긍정적 메시지 끝내 못내놔
2019-04-19 20:39:14
자유한국당은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 등을 항의하기 위한 규탄대회를 열고 가두행진을 벌였다.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 자유한국당이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 등을 항의하기 위한 규탄대회를 열고 가두행진을 벌였다.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이미선ㆍ문형배 두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전자결재로 공식 임명했다. 이미선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던 자유한국당은 곧바로 장외투쟁에 나서는 등 정국이 급속도로 경색되고 있다.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문 대통령이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나. 그중 하나로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뀌었다고 발표한 한 여론조사 기관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리얼미터가 12일과 17일 이 후보자에 대한 찬반여론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적격이라는 의견이 처음에는 28.8%였다가 나중에는 임명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43.3%가 됐다. 닷새 만에 이 후보자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이 15% 가까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중앙일보가 첫 번째와 두 번째 조사가 서로 질문이 달라 신뢰성이 상실된 조사라고 비판 보도를 내자, 리얼미터는 조사방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바로 내놨다.

정말 여론이 달라졌던 걸까. 소셜미디어에서는 어땠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미선 후보자 부부의 주식 투자 논란이 일기 시작한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전기)과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후기) '이미선' 관련 버즈의 긍정어와 부정어 추이를 비교해봤다. 분석은 소셜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펄스K'를 활용했다. 그랬더니 차트1에서 보듯 전기보다 후기에 오히려 부정적 언급이 많아졌고, 전체 언급 중 부정적 언급 비율도 74.6%에서 79.3%로 오히려 높아진 것이 확인됐다. 전기에는 2633건이던 부정 언급량이 후기에는 3580건으로 늘었고, 긍정 언급량은 406건에서 474건으로 부정에 비해 증가폭이 작았다.

빅터뉴스
▲ 차트1. '이미선' 관련 긍부정 언급량 추이. 왼쪽=9일부터 13일까지. 오른쪽=14일부터 18일까지. 분석도구=펄스K. 분석대상=트위터/뉴스/카페/커뮤니티/인스타그램. 부정 감성어 비율은 전기(74.6%)보다 후기(79.3%)가 더 높았다.(리트윗은 언급량으로 간주 안 함) 

그러나 이 결과가 이미선 후보자에 부정적 여론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곧바로 읽혀서는 안 된다. 단지 '이미선'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언급에서 부정적 감성어로 분류된 단어가 들어가 있는 표현이 긍정 쪽보다 많아졌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어떤 누리꾼이 자기 트위터에 "이미선 후보자에 대한 이런 의혹 제기는 틀렸다"는 트윗을 게시할 경우 실제로는 이 후보자를 지지하는 것이지만, 소셜빅데이터 분석에서는 '의혹'이 부정어로 취급돼 전체가 ‘이미선’에 대한 부정적 언급으로 취급된다. 다만 '이미선'이란 키워드가 들어간 게시물에 일반적으로 부정적 감성을 가진 표현이 많이 등장했고, 전기보다 후기에 더 많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9일부터 18일까지 발생한 모든 버즈를 놓고 보면 긍정어는 '좋다'ㆍ'추천'ㆍ'찬성' 등이 주로 보였고 부정어는 '의혹'ㆍ'안되다'ㆍ'부적격'이 많이 언급됐다. 부정적 언급량은 긍정보다 7배나 많았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 후보자 임명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어떻게 덜었던 것일까. 차트2에서 보듯 15일에서 16일로 넘어가면서 하루만에 급격히 추락하는 언급량이 그 답이다. 15일 자유한국당이 이 후보자를 부패방지법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이후 누리꾼의 이목을 끌만한 다른 행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누리꾼들이 숨고르기를 하는 동안 문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에서 PC를 켜고 결재 버튼을 누른 것이다.

이 후보자 부부가 주식투자를 한 것이 정당하든 아니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긍정 감성어를 봐도 이미선 당시 후보자가 왜 헌법재판관이 돼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점이다. 주식투자에 문제가 없으니 헌법재판관이 돼야 한다는 희한한 논리가 전부였단 얘기다. 어느덧 대한민국 헌법재판관의 임명 기준이 주식투자를 잘 했나 못 했나가 돼 버린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강변한 대로 주식투자가 정당했다 치자. 그렇다면 이 후보자의 어떤 자질과 경력이 그를 헌법재판관으로 만들었는지는 누구한테 설명을 들어야 하나. 

▲ 차트2. '이미선' 관련 긍부정 언급량 추이. 분석기간= 4월 9일에서 18일까지. 분석도구=펄스K.분석대상=트위터/뉴스/카페/커뮤니티(보배드림, 클리앙, 루리웹, 디시인사이드, MLB파크, 뽐뿌, 82cook)/인스타그램
▲ 차트2. '이미선' 관련 긍부정 언급량 추이. 분석기간= 4월 9일에서 18일까지. 분석도구=펄스K.분석대상=트위터/뉴스/카페/커뮤니티/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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