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달라진 중국 전기차 위상

상하이 모터쇼에 신차 100대 가운데 전기차 70대 선보여
中 전기차 품질, 배터리 성능 약진…글로벌 업체 방문 잇달아
현대차 中 점유율 1.7% 불과…전기차 전략 새로 수립해야?
2023-05-22 14:34:30

글로벌 모터쇼의 명성이 예전과 같지 않은 가운데 상하이 모터쇼가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달 18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된 상하이 모터쇼는 전 세계 주요 완성차 브랜드는 물론이고 배터리 제조업체와 IT기업 등 1000여개 업체가 참여해 큰 주목을 받았다.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상하이 모터쇼가 미국이나 유럽의 전통 있는 모터쇼에 비해 더 큰 규모를 자랑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이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라는데 있다. 여기에 더해 상하이 모터쇼는 지난 몇 년간 전시회의 주요 콘텐츠를 전기차를 중심으로 IT산업 전반으로 확대해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전 세계에서 1000여 개의 자동차업체와 부품업체가 참여했으며, 새롭게 선보이는 신차 만해도 100여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중에서 약 70대 정도가 전기차로 채워져 그야말로 전기차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의 약진이 두드려졌다. 중국의 주요 전기차 업체들 대부분이 신차를 내놓았다.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이 된 비야디(BYD)의 경우 고성능 전기차인 U9를 선보였는데, 이는 중국산 전기차가 더 이상 보급형 생산에 머물지 않고 고급화 전략을 추진할 만큼 품질 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중국산 전기차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과거에는 모터쇼에 참가하는 중국 브랜드는 조금이라도 더 주목을 받기 위해 글로벌 브랜드 옆 부스를 차지하려고 애썼지만, 지금은 글로벌 브랜드 관계자들이 중국산 전기차를 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모터쇼에 전시된 중국산 전기차의 품질 수준과 배터리 기술을 보고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의견을 주를 이뤘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는 “중국 전기차 메이커인 BYD가 유럽 정복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중국산 전기차의 약진이 위협으로 다가오는 이유에 대해 세계 최대의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규모의 경제 시현과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차 부품 산업의 활성화를 꼽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산 전기차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비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 업체의 가성비를 따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 2021년 한국, 2022년 독일을 추월한 올 1분기에는 일본마저 제치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수출국에 올라선 것도 전기차의 약진과 무관치 않다. 

현대차그룹도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가 각각의 전시관을 운영하면서 전기차를 포함한 다양한 신차와 양산차를 선보였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이 1.7% 수준으로 쪼그라든 여파인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한 것 같다. 한 중국 언론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 전시관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사진을 찍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현대와 기아의 전시관은 다소 황량했다’고 말한다. 또한 이 언론은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모델을 조기에 출시하지 못한 것이 현재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혀 전기차 중심의 시장을 재편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Top3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수준의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갈수록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갈수록 커지는 전기차 시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미흡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 나타난 중국산 전기차의 흐름은 ▲한 단계 높은 품질 수준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보급형에서 고급화로 전환 ▲ 자율 주행과 같은 스마트 자동차로 진화로 요약된다. 중국 시장에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중국 전기차 시장의 흐름에 맞춘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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