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성과 부풀린 한미정상회담

美 59억 달러 투자 상당수 기존 진행된 사업
IRA·반도체지원법 국내 기업 우려 해소 못해?
초호화 경제 사절단 꾸려 방미했지만 ‘빈손귀국’
2023-05-02 09:58:17

윤석열 대통령이 5박 7일간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지난달 30일 귀국했다.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경제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 등 우리 기업에게 부담이 되는 난제의 일정 부분을 풀어 나갈 것이라고 전망되었다. 이들 법안은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던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은 물론이고, 향후 먹거리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가는 배터리 분야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에 꾸려진 경제 사절단은 역대급 규모로 꾸며졌다. 5대 그룹 총수와 6대 경제단체장이 모두 참가하는 한편 참가기업 수도 무려 122개에 달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최대 규모라고 한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이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를 자칭하고 나서 이번 국빈 방문이 경제 외교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IRA(인플레이션감축법안), 반도체 지원법과 관련한 우리 기업의 우려도 많은 부분 해소될 것이라 믿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방미 첫 일정으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와 만나 4년간 25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발표해 경제 외교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소식은 여기가 끝이었다. 이후 한국 대통령이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나 IRA와 반도체 지원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 상황을 전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이재용 회장이나 정의선 회장과 같은 글로벌 영향력이 있는 기업인들의 활약도 눈에 띄지 않았다. 모든 것이 외교·안보 이슈에 묻힌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대통령실과 정부가 밝힌 경제 외교성과는 다음의 두 갈래로 요약이 된다. 먼저 ‘첨단 기술 동맹’과 관련한 내용다. 미국과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공급망 협력 강화와 우주로까지 기술 동맹을 확대했다는 점을 성과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첨단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공급망 구축 관계를 논하면서 정작 우리 기업이 목말라하는 IRA나 반도체 지원법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점은 상당히 아쉽다.

물론 대통령실은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여주기로 명확하게 합의를 했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배려나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미국의 립 서비스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문에서 우리 기업의 어려움에 대해 표시를 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블룸버그가 평가한 한미 경제 회담의 성과에 따르면 ‘윤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선언은 한국의 경제적 우려를 다루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신 공급망 구축에 우리 기업들은 득실을 따질 겨를도 없이 일방적으로 끌려 들어갔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우리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유치한 투자 성과와 관련한 내용이다. 대통령실은 미국 방문 기간 동안 넷플릭스, 코닝 등으로부터 59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경제사절단은 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50건의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또한 일론 머스크를 만나 테슬라 기가팩토리의 한국 유치를 요청한 점을 들면서 ‘세일즈 외교’의 성과로 꼽고 있다.

하지만 59억 달러 투자 리스트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의 상당수가 이미 한국에 투자 계획을 발표했거나 국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50개에 달하는 MOU 체결 건도 실제 비즈니스로 이어지기까지 갈 길이 먼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테슬라의 아시아 기가펙토리 입지는 인구가 많고 리튬 등 자원 조달이 용이한 인도네시아가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윤대통령이 일론 머스크와 면담 후 기가팩토리의  한국 유치가 마치 가능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보여주기 식 세일즈 외교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삼성, LG, 현대차 등 세계적인 기업의 총수들로 구성된 초호화 경제사절단치고는 성과가 너무 보잘 것 없다. 차라리 영원사원 1호의 자리를 기업에게 양보하고 대통령은 측면 지원만 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랬더라면 기업 총수들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면서 한국과 미국 간 ‘윈-윈’하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민간 주도 경제를 추구하는 정부가 미국 방문에 120개 기업 대표와 6개 경제단체장을 왜 데리고 갔는지 모르겠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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