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급변하는 글로벌 무역 환경?

반도체-중국서 이차전지?자동차-미국·중동으로 바뀌어
무역 구조의 변화는 위기이만 기회의 장으로 활용해야?
2023-04-03 13:56:21

우리나라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무역적자도 13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수출의 효자 노릇을 해왔던 반도체의 부진이 수출 감소의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산업부가 지난 1일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3.6% 감소한 551억2000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 반면 수입은 597억5000만 달러를 기록해 무역수지 적자는 46억2000만 달러에 달한다.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의 지속적인 적자는 품목별 주력 상품과 지역별 주력 시장에서 부진이 가장 눈에 띈다. 산업부 앞서 언급한 자료에서 글로벌 경기둔화와 반도체 업황의 악화 등으로 3월 수출이 감소했다면서, 특히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약 45억 달러 감소(-34.5%)해 3월 전체 수출 감소액인 87억 달러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지역별 현황에서도 그동안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33.4%)과 아세안(-21.0%) 지역으로 수출은 감소했고 미국(+1.6%), 중동(+21.6%)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 내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베트남으로 향하는 수출 감소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이들 국가의 수출이 줄어들면서 우리 중간재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품목별 수출과 지역별 수출을 교차 분석해보면 중간재 성격이 강한 반도체 수출 물량이 줄어든 중국, 베트남 수출이 감소했다. 반면 자동차와 이차전지 등의 미국, 중동 향 수출 증가는 자동차, 이차전지 등의 품목 호조와 괘를 같이 한다. 전통적인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쇠퇴하고 자동차, 이차전지 등의 부상하고, 지역별로도 그동안 우리의 최대 수출국이자 흑자국인 중국을 비롯한 아세안이 부진하고 미국, 일본, 중동 등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무역구조의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특히 주력 품목의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동차의 경우 3월 자동차 수출액은 65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4.2% 증가했다.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수출 단가가 높은 친환경차의 수출이 늘어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이차전지의 경우 수출증가율이 지난해 12월 +29.7%, 1월 –10%, 2월 25.1%, 3월 +1.0%로 들쑥날쑥하고 있지만 K-배터리의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반도체 쇠퇴-자동차·이차전지 호조’라는 수출 주력 상품의 구조 변화는 앞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D램 중심의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은데,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을 뿐만 아니라 시장이 정체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미·중 갈등으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 반면 자동차·이차전지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각국의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갈수록 시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중국’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후 변화 대책 강화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미·중 갈등 지속, 디지털 기술 진보 등으로 글로벌 무역 환경은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과 중국으로 향하는 중간재 수출 의존도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역 구조의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중심의 반도체 동맹을 적극 활용해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우리 기업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한편,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한 완제품 수출 품목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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