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온 국민 테스트' 언제 끝날까

‘날리면’ 청력 테스트 이어 시력, 인지 테스트까지
2022-11-04 12:59:20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이동하고 있다.<br>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이동하고 있다.

156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정부가 굳이 ‘사고’라는 용어를 쓰면서 불필요한 찬반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국방부는 일본 정부 스스로 욱일기라고 인정한 자위함기에 대해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 대체 어느 나라 군대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누리꾼들은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막말 사태로 불거진 '온 국민 청력테스트'에 이어 이번에는 '인지 테스트'와 '시력 테스트'를 하느냐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31일 광역지자체에 '이태원 사고 관련 지역 단위 합동분향소 설치 협조' 공문을 발송하고 분향소 표시를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로 표기하라고 안내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사고'라고 표기한 애도의 플랜카드를 내걸었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참사 희생자분들을 굳이 사고 사망자라고 하는 것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며 문구 수정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는 '이태원 사고'와 '이태원 참사'라고 각각 적힌 현수막이 나란히 걸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사고와 참사의 의미는 다르다. 사전적 의미로 사고는 '뜻밖에 갑자기 일어난 좋지 않은 일', 참사는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다. 각종 기사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대량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번 사건에 대해 '참사'로 쓰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12 녹취록에서 경찰의 부실대응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이런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결국 정부가 권고사항이라고 입장을 번복하면서 지자체들이 하나 둘씩 문구를 참사로 바꾸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는 '날리면' 사태를 연상케한다. 지난 9월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짧은 환담을 나누고 행사장을 나서면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 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이후 김은혜 홍보수석은 “다시한번 들어달라.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고 해명하면서 본격적인 '온 국민 청력테스트'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는 지에 대한 '인지 테스트'라고 할 수 있다.

JTBC 방송 화면 캡쳐
JTBC 방송 화면 캡쳐

'온 국민 시력 테스트'도 진행되고 있다. 테스트 주최는 국방부다. 오는 6일 일본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관함식에는 우리 해군이 참가한다. 문제는 국제관례상 행사에 참가하면 우리 장병들이 자위함기에 경례를 해야한다 점이다. '경례’는 경의나 공경을 표하는 뜻으로 일본이 우리 영토를 짓밟으면서 신나게 흔들어댄 욱일기에 우리 군대가 경례를 하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여론이 들끓었고, 국방부는 “욱일기와 자위함기는 다르고 모양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의 욱일기 홍보 자료 등에서 일본 정부는 자위함기는 욱일기라고 공식 인정하고 있다. 일본이 욱일기라고 인정한 자위함기를 우리 국방부가 욱일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국방부에 "대체 어디가 다르냐"며 질의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이번 관함식에 참가하는 13개국 해군 측에 욱일기가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임을 알리는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각종 사안에서 드러난 정부의 인식이 많은 국민의 인식과 너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지율 회복의 비법을 국민 눈높이 맞추기와 소통에서 찾아야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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