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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의 커피노트> 격이 다른 콜롬비아 라루이사 게이샤
<신진호의 커피노트> 격이 다른 콜롬비아 라루이사 게이샤
  • 신진호 기자
  • 승인 2022.08.2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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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이 피어오르고 단맛과 상큼 발랄한 신맛
입에 꽉 차는 풍성함에 이은 긴 여운도 일품 

낭중지추(囊中之錐). 게이샤(Geisha) 커피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다. 뛰어난 사람은 어디 가든 돋보이듯이 게이샤는 다른 커피와 섞여 있어도 뛰어난 향미(Flavor)가 드러나면서 자연스럽게 두각을 나타낸다.  

이번 미션은 3종류의 커피를 테이스팅하면서 게이샤를 찾는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1 커피 테이스팅에 들어갔다. 다크 초콜릿(Dark Chocolate)이 입안으로 퍼지면서 포도(Grape)와 자몽(Grapefruit) 맛이 났다. 초콜릿 맛이 묵직해 신맛(Acidity)은 덜 느껴졌다. 아로마(Aroma)와 향미(Flavor), 여운(Aftertaste) 등 테이스팅 평가지의 주요 항목에 6점을 주었다. 떠오르는 색깔(Color)은 갈색(Brown)이라고 적었다.

#2 커피는 감귤류(Citrus)의 상쾌함으로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로 신맛(Acidity)이 강했다. 10점 만점의 테이스팅 기록지 점수는 #1 커피와 비슷한 6점이 주류를 이뤘지만 Acidity는 7점을 부여했다. 총괄평가(Overall)에는 라임(Lime), 초콜릿(Chocolate), 사과(Apple)를 적고 연상되는 색깔은 노란색(Yellow)이라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3 커피 테이스팅. 이 커피는 분쇄할 때부터 다른 커피와 달랐다. 견과류(Nutty)와 꽃향(Floral)이 퍼지면서 입안의 침샘을 자극했다. 테이스팅에 들어가자 역시 남달랐다. 아몬드와 꽃향이 피어오르고 잼과 같은(Jam Like) 풍부한 단맛과 상큼 발랄한 신맛이 느껴졌다. 입에 꽉 차는 풍성함에 이은 긴 여운(Aftertaste)도 일품이었다. 

10점 만점의 테이스팅 기록지 점수는 다음과 같다. 

Aroma 7, Floral 7, Fruit 7, Sour 1, Nutty 7, Toast 7, Burnt 1, Earth 1, Acidity 7, Body 7, Texture 7, Flavor 7, Aftertaste 8, Astringency 1, Redual 1, Soft Swallowing 7, Sweetness 7, Bitterness 1, Balance 7, Defect None(없음).

총괄평가(Overall)에는 Almond(아몬드), Chocolate(초콜릿), Rose(장미)라고 적고, 색깔은 보라색((Pupple)이 떠올랐다. 

테이스팅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28일에 이어 29일 다시 한 번 테이스팅 시간을 가졌다. 결과는 비슷했다. #3 커피가 게이샤라는 확신이 들었다. 

게이샤 커피를 마시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단어가 입에서 그냥 뛰어나온다. 장미와 라일락 등 온갖 꽃이 만발한 정원을 걸으면서 꽃향기에 취하기도 하고, 늦은 밤 아내와 함께 좋은 와인을 마시면서 행복감도 느낀다. 게이샤 커피는 과거의 따뜻한 추억 뿐 아니라 미지의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이끌기도 한다.

#1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콩가 G1(washed), #2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베리티 G1(washed), #3 콜롬비아 라루이사 게이샤(natural). 콩가와 베리티는 가공방식이 수세식(washed)이라 생두가 깨끗했고 맛이 깔끔했다. 게이샤는  내추럴(natural) 가공방식이라 생두(위쪽)에서 꽃향(Floral)과 과일향(Fruity) 등이 피어 오른다. 로스팅 원두에서도 견과류(Nutty)와 꽃향 등이 퍼졌다. 사진=커피비평가협회(CCA) 제공  

 

커피 테이스팅을 마치면서 목록을 살펴봤다. #1 커피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콩가 G1(washed), #2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베리티 G1(washed), #3는 콜롬비아 라루이사 게이샤(natural)였다. #1과 #2도 좋은 커피지만 게이샤에는 미치지 못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카파 생물권 보호구역(The Kafa Biosphere Reserve)'.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 아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460㎞ 떨어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야생 아라비카 커피의 발상지이며, 이 지역에 5000종에 가까운 야생 품종이 있다. 사진=유네스코 홈페이지 캡쳐

게이샤 커피의 등장은 극적이다. 일본 기생을 뜻하는 게이샤(藝者)가 이름으로 붙여지긴 했지만 태생은 커피의 고향인 에티오피아 카파(Kaffa)다. 영국 학자들이 1931년 카파의 한 숲인 게샤(Gesha)에서 채집해 케냐농업연구소로 옮겼는데, 이때 연구원의 실수인지 모르지만 이름에 ‘i’가 슬그머니 들어가면서 게이샤(Geisha)가 됐다.  

게이샤는 탄자니아커피연구소와 우간다, 코스타리카를 거쳐 파나마에서 꽃을 활짝 피웠다. 커피 녹병이 퍼지자 파나마 정부는 1963년 코스타리카에서 게이샤를 가져와 농장에 보급했다. 수많은 농장에서 게이샤를 키웠지만 보케테 지역에 있는 에스메랄다 농장은 그늘에서 서서히 자라는 게이샤의 특성을 살려 지극 정성으로 키웠다. 

마침내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가 2004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06년 세계적인 커피 품평가인 돈 홀리(Don Holly)가 “에스메랄다의 특별한 커피에서 나는 신을 만났다”고 극찬하면서 게이샤 커피는 ‘신의 커피’라는 별칭이 붙었다.

게이샤를 마시면 행복감이 밀물 듯이 밀려온다. 게이샤는 신이 내려주신 선물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비평가협회 박영순 회장은 “게이샤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한 구석 튀어 나오지 않고 평온하고 잔잔하면서도 산미와 단맛, 질감이 길게 이어지면서 생각을 길게 이끌어 주는 것 같다”고 평했다. 

신진호 커피비평가협회(CCA) 커피테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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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 2022-08-29 14:44:54
와우~~ 멋진 표현과 요긴한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