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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의 경제톡> 중장기 수출입 전략 수립해야
<이원호의 경제톡> 중장기 수출입 전략 수립해야
  • 빅터뉴스
  • 승인 2022.08.0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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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무역 3개월 연속 적자…한·중 분업구조 붕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탓보다 실질적 대책 세워야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7월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적자를 기록한 후 4개월 연속 적자 행진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9월 적자 이후 14년 만이다. 수출은 늘었지만 에너지와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수입이 더 크게 늘어난 것이 연속으로 적자가 발생한 원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월 1일 발표하는 수출입 동향 자료에 나타난 7월 우리나라 수출은 607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4% 증가했지만, 수입은 21.8% 크게 늘어난 653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사실 수출 자체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7월 수출액 607억 달러는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달성한 555억 달러보다 약 50억 달러 많은데, 이는 역대 7월에 수출액 중에서 최고치를 경신한 실적이다.

품목별로 보면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액이 각각 100억 달러, 50억 달러를 넘기며 선전했다. 여기에 더해 신(新)성장품목으로 분류되는 이차전지도 각국의 전기차 생산 확대에 힘입어 역대 월 기준 최고인 8억6000만 달러로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지역별로는 최근 경기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과 일본 수출은 감소했지만 또 다른 주력 시장인 미국, 아세안, EU로 향하는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물류 대란인 점을 감안하면 수출 실적은 선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수입 증가세가 수출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가시화될 즈음해서부터 우리나라 수입액은 크게 늘었다. 산업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6월 이후 14개월 연속으로 수입증가율(+21.8%)이 수출증가율(+9.4%)을 상회하고 있다. 4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한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동안 수출입 증가세 평균을 비교해도 수출은 12.2% 증가한 반면 수입은 2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이 가파르게 증가한 원인은 당연히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다. 7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은 18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97억1000만 달러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전체 수입에서 3대 에너지원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월 16.8%였으나 올해 7월에는 28.3%로 치솟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재의 무역적자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 수준인 배럴당 80달러 대로 떨어지고 있어 무역적자 탈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무역수지 적자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에너지원의 수입 증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흑자국이었던 중국과 무역에서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적자의 원인이 상하이 봉쇄 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견해가 현재로서는 우세한 편이지만 중국과의 교역에 구조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우리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대(對)중국 수출은 증가했으나 여타 수출 품목은 감소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반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품목은 값싼 소비재 중심에서 중간재에 해당하는 반도체, 정밀화학 원료, 2차 전지 원료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우리나라의 중간재 제품의 품질 경쟁력이 중국에 따라 잡히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과거 중국이 한국산 중간재를 들여와 완제품을 만들어 제 3국에 수출하는 한·중 분업구조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무역수지 적자 행진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몇 달째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액 급등이라는 말만 뒤풀이하고 있다.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도 11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발생하고 있고, 독일과 프랑스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산업부의 ‘친절한 설명’이 우리나라 무역 적자에는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중국과의 무역 적자도 구조적인 원인을 보지 않고 도시 봉쇄와 경기 침체 탓으로 돌리는 안일함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세계화 시대가 저물고 지역화·블록화로 재편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안정적으로 운용되어 왔던 한·중 간 국제 분업구조가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우리나라 무역의 중장기 전략에 대한 정부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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