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간벽지·취약계층 ‘왕따’ 된 비대면 진료?

1018명 '비대면 진료앱 사용 실태' 조사
이용자 대부분 20~40대 수도권 거주자
피임·비만·탈모 등 비응급 진료도 14.4%?
복약지도·약배달도 제대로 안 돼 개선 필요
신진호 기자 2022-07-25 14:46:58

코로나19 사태로 활성화된 비대면 진료 앱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비대면 진료는 애초 산간벽지와 취약계층 진료권 보장을 위해 도입됐지만 앱 이용자 60%가 수도권 도시거주자이며, 응급 목적보다는 피임과 비만, 탈모 환자도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 리서치전문업체인 서베이빌리에 의뢰한 ‘비대면 진료앱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앱 이용자는 수도권 거주자가 60%로 가장 많았고, 부산 등 수도권 이외 광역시(24%), 시(14%), 군(2%) 순으로 조사됐다. 

비대면 진료 앱 이용자 지역별 현황

이번 조사는 스크리닝 방식으로 “비대면 진료앱 사용 경험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 후 “예”라고 한 응답자 1018명(10대~70대 이상)을 필터링해 이루어졌다. 조사는 5월 24일부터 2022년 6월 8일까지 보름간 진행됐다. 

비대면 진료 앱 이용자는 30대가 49%로 가장 많았고 20대(23%), 40대(19%) 순이었다. 그러나 병원 진료가 가장 필요한 60대(2%)와 70대 이상(0.3%)은 IT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어 이용률이 매우 적었다.  

코로나19 사태이후 한시적으로 도입된 비대면 진료 환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환자는 2020년 2월 2만4727명에서 2021년 1월 159만2651명, 2022년 1월 352만3451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앱은 약 배달과 복약지도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약은 배송과정과 배송지에서의 온도와 습도관리 등 환경적 요인도 중요한데, 온도 조절이 되지 않는 곳에 배달된 경우가 57%나 됐다. 대면배송(24%), 온도 조절이 되는 실내 공간(19%)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 21일부터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 판매관리 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냉동·냉장이 필요한 의약품’이 전체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비대면 진료 어플 이용시 배송된 약 위치

약 배송 시간의 경우 전체 이용자의 53%가 다음날 받았고, 당일 의약품을 받은 사람은 35%, 3일 이상도 14%에 달했다. 특히 군 단위 지역 이용자는 당일 의약품을 수령한 경우가 단 한명도 없고 다음날(56%)과 3일 이상(44%)에 달했다. 

비대면 진료 앱 이용시 약 배달 시간

복약 지도도 전체 이용자의 42%만 받았다. 서면으로 복약지도를 발급한 경우가 46%로 가장 많았고, 미(未) 안내도 11%로 집계됐다. 

비대면 진료 앱 이용시 복약 지도 현황

비대면 진료 앱 사용이 응급보다는 일반 진료 목적이 상당수 이르면서 도입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군 단위지역 이용자 중 비대면 진료가 필수적인 코로나19 감염환자는 (25%)뿐이고, 만성질환은 4%, 피임과 비만, 탈모 등 필수적이지 않은 질환 진료가 14.4%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의 한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어플이 실질적으로 의료취약지역과 노인층의 접근성 강화에 큰 도움을 주지 않고 이용자 대부분이 의료 접근권이 좋은 도심거주자들”이라며 “비대면 진료 도입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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