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커지는 ‘S-공포’, 물가 잡기부터 먼저 해야

소비 진작 등 경기 침제 최소화하는 방안도 필요?
2022-06-07 13:25:33

우리 경제가 올해와 내년에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2022년 5월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관심이 큰 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전망치를 각각 종전 3.1%에서 4.5%, 2.0%에서 2.9%로 대폭 올리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반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의 3.0%에서 2.7%로 0.3%p, 내년 전망치는 2.5%에서 2.4%로 0.1%p 낮춰 잡았다. 기존의 예상치보다 물가 수준은 높게, 성장률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놔 우리 경제가 어두운 터널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은행에 앞서 국책연구소인 KDI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조정하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상향조정하는 의견을 낸 바 있다. KDI는 지난달 18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대에서 2.8%로 내렸다. 그리고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국제유가 급등세 등을 고려해 기존 1.7%에서 4.2%로 대폭 올렸다. KDI 역시 한국은행과 마찬가지로 성장률은 낮추고 물가 수준은 높여 잡았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미국의 긴축 정책, 중국의 봉쇄 조치,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와 글로벌 물류 대란 등 대외 여건의 악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려가 되는 점은 물가와 성장이 반대로 움직이게 되면서 이에 대응할 정책 수단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반대로 도망가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서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가 대책이 먼저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을 펼치게 된다면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 특히 지금과 같이 대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시기에는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물가를 우선적으로 잡아야한다는 의견과 경기 회복세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실정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소비자 물가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다. 지난 3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5월 물가 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이 5%대에 올라선 것은 2008년 9월(5.1%) 이후 13년 8개월 만이다. 올해 초까지 만해도 3% 수준이던 물가가 불과 두 달 만에 5%대에 진입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조만간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대로 대폭 올려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경기 둔화 조짐도 정부의 고민거리이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나라와 경제적으로 가장 밀접한 미국의 긴축 재정과 중국의 봉쇄 조치로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이 점쳐지는 마당에 지나친 물가 억제책은 자칫 경기의 장기 침체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크게 올리면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미쳐 소비와 기업 투자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 정책에 정답은 없지만 물가 상승률이 5% 중반을 넘어서 6%대의 가능성도 제기되는 분위기에서는 인플레이션 대응책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5%대 물가와 2%대 성장’이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의 단계로 간주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섣부른 경기부양책을 쓴다면 인플레이션의 지속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실질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 

따라서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한 노력을 우선하면서 소비 진작책을 등을 통해 경기 침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경제 정책은 효율성이 중요하지만 한계 상황에 봉착한 서민 경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Alfred Marshall)이 말한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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