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가상자산 진출 러시…업비트 '독점' 깨지나

‘루나·테라’ 사태로 업비트 등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 투자자보호 부실 논란
2022-06-03 13:47:49
최근 ‘루나·테라’ 사태로 업비트 등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허술한 투자자 보호책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코인당 10여만원에 이르던 루나가 순식간에 1원 아래로 떨어진 차트 모습. 

증권사, 은행 등 제도권 금융업체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높은 가격 변동성 등 가상자산 시장의 위험성은 여전하지만 거래대금이 한때 코스피 거래대금을 능가할 정도로 시장이 커지면서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루나·테라’ 사태로 업비트 등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허술한 투자자 보호책'이 도마에 오르면서 관련 제도 정비는 물론 제도권 금융사들의 진출을 적극 유도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연내 가상자산 수탁 전문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신규 자회사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가상자산 수탁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SK증권은 가상자산거래소 '지닥'을 운영하는 피어테크와 수탁 서비스 협약을 맺었다. 삼성증권의 경우 증권토큰발행(STO)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국내증시 둔화로 수수료 수입이 급감하면서 수익성 다각화에 나섰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더욱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수수료 수입은 대형 증권사들의 수입을 능가한다. 실제 업비트(두나무)의 경우 지난해 영업수익(매출)은 3조7046억원이고, 영업이익은 3조2714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1조4858억원), NH투자증권(1조3167억원), 삼성증권(1조3111억원), 한국투자증권(1조2889억원), 키움증권(1조2089억원) 등이 '영업이익 1조원 클럽'으로 주목받았지만 업비트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더욱이 업비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율은 무려 88%에 달한다.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율도 무려 67%다.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가 늦어지는 과정에서 업비트가 그야말로 돈을 쓸어담고 있었던 셈이다.

가상자산 거래는 실물자산이 가상자산으로 바뀌었다는 차이만 있을 뿐 주식거래와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데다가 젊은층의 투자 수요가 높다는 점에서 증권사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일각에선 현재 증시와 마찬가지로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돼 있다는 점에서 당장 진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가장자산 시장의 사이클이 뚜렷한데다 이제 막 제도화되는 시점에서 장기 성장성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KB국민은행(KODA), 신한은행(KDAC) 등 주요은행이 가장자산 수탁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특히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투자자 보호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상당히 깊다는 점도 제도권 금융사들에게는 유리한 포인트다. 이는 최근 50조원에 달하던 루나가 순식간에 휴지 조각이 된 ‘루나·테라’ 사태에서 잘 드러난다. 당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루나 급락 사태 이후 일주일 가량이 지나서야 위험을 공지하고 상장폐지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수십억원대의 수수료를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보다는 수수료 장사에 열을 올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졌다. 

이전에도 이들의 가상자산 상장과 상폐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며 물음표를 제기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아울러 불과 얼마전까지 그 흔한 전화 상담 조차 불가능한 거래소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은 덤이다. 천문학적인 수수료 수입을 챙기면서 기본적인 고객응대 자체가 부실했다는 이야기다.

‘루나·테라’ 사태는 가장자산 시장의 제도화를 서둘러야한다는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가상자산특별위원회가 최근 국회에서 연 세미나에서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루나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성이 무너졌으며 투자자 보호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됐다"며 "가상자산거래소에서 투명한 공시와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투자자 보호 정책을 최일선에서 제일 먼저 실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새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국내 가상자산 발행(ICO) 허용 및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등을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시장이 제도화될 경우 앞으로 사업에 뛰어드는 금융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가상자산 수탁사업 시장이 점유율 7~80% 업비트의 독점 구도가 고착돼온 상황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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