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수의 재계톡> 팹리스 육성 정책 전환해야

단기성과보다는 창의적 교육 방식 지원에도 관심 가져야
2022-05-11 09:27:59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25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대만의 GDP를 3만6051달러로, 19년 만에 한국(3만4994달러)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경련이 2025년쯤 대만과 한국의 1인당 GDP가 역전될 수 있다고 예측한 것보다 3년이나 빠른 것이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한국·홍콩·싱가포르·대만)에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아시아의 추락한 용’으로 전락했던 대만이 부활한 주된 원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에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중심이 삼성전자가 이끄는 메모리 분야에서 TSMC가 주도하는 비메모리 분야로 넘어가면서 대만의 재도약이 가시화됐다. 여기에 대만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도 많다. 최근 대만 팹리스(Fabless) 반도체 기업인 미디어텍(MediaTek·聯發科技) 스마트폰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성능이 퀄컴이나 삼성전자의 최고급 AP를 능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시스템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대만의GDP 성장률은 2020년 3.4%에 이어 지난해 6.3%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한국은 -0.9%, 4%였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는 증가세다. 세계 반도체 업계 매출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000억달러(한화 약 633조원)를 넘어섰으며 2030년까지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수요에 비해 공급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반도체의 리드타임이 평균 6개월 이상 소요되고 있다. 이는 역대 최장 리드타임이다.

미래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제조업체들의 연구개발(R&D) 투자도 속도전 양상이다.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회사의 연구 개발 지출은 714억달러(약 91조원)로 전년 대비 13%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9% 증가한 805억달러(약 102조원)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차세대 반도체산업을 집중육성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반도체 R&D를 강화해 수출액을 2021년 1280억달러에서 2027년 1700억 달러로 30%이상 늘리고, 경쟁력이 취약한 AI 반도체와 전력 반도체, 센서 등의 분야에 집중 지원하기로 발표한바 있다.

차세대 반도체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특징으로 한다. 신정부는 반도체의 설계와 개발만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팹리스 회사가 설계한 칩을 공용 공장에서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지만 팹리스 분야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1%에 그치고 있다. 국내 팹리스 회사 가운데 매출액 1조원을 넘긴 곳은 LX세미콘이 유일하다.  

그동안 정부는 팹리스를 육성하기 위해 과제를 주면서 돈을 쏟아 부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단기적으로 급성장 시키는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팹리스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창업한지 10년 이하 스타트업) 기업이 나오려면 근본적으로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 단기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창의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단순한 디자인을 벗어나 새로운 개념으로 작동하는 반도체를 설계하려면 무엇보다 창의적이어야 한다. 

신정부의 팹리스 육성이 그동안 정부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큰 성과로 이어지길 소망한다. 

김보수 중견기업연구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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