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복심' 서재환 금호건설 대표 비판여론에도 재선임 성공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경영진 불법행위 감시·감독의무 소홀" 비판
배당금 대폭 확대로 금호고속과 총수 일가 최대 수혜볼 듯
2022-03-30 15:38:45

국내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 권고에도 서재환 금호건설 대표(사진)가 연임에 성공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계열사 부당 지원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박세창 사장의 기업대물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박 전 회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서 대표가 다시한번 그룹 핵심계열사의 중책을 맞게 되면서 총수일가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호건설은 30일 주주총회를 열고 서 대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외이사와 감시위언 선임안도 원안대로 통과됐다. 보통주 1주당 800원, 우선주 850원의 배당금도 확정했다.

앞서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서 대표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과거 박 전 회장이 계열사를 동원해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부당 지원하는 과정에서 경영진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감독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에서다. 금호건설이 대여해준 금액은 617억원으로 계열사중 가장 많다.

'경영 실패자'라는 불명예를 않고 퇴진한 박 전 회장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2020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5년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계열사의 자금 3300억원을 인출해 주식인수 대금으로 사용하고, 계열사들이 금호기업에 유리한 조건으로 1306억원을 빌려주도록 한 혐의 등으로 총 32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박 전 회장 등 경영진과 금호건설 등 법인을 고발했다.

이와관련 경제개혁연대는 "금호건설을 비롯한 계열사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으로 상당한 손실을 봤고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주주대표소송을 예고하기도 했다.

공정위 고발 대상에서 빠지긴 했지만 서 대표는 박 전 회장과 관련한 의혹의 한복판에 서있었다고 봐도 어색하지 않다. 서 대표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그룹 전략경영실장, 금호기업 대표 등 계열사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그룹 명운을 가른 다수의 인수합병을 주도했다. 2016년 7월 금호건설 대표직에 올랐다. 이 때문에 서 대표는 박 전 회장의 '복심'으로 통한다. 

이런 서 대표가 또 다시 금호건설의 경영을 이끈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지적인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비판여론에도 서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다. 최대주주인 금호고속의 지분율이 과반에 가까운 44.56%에 달하는 상황에서 반대 권고의 위력은 크지 않았던 셈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지난 14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 대표의 연임은 박 전 회장 일가에 유리한 결론이라는 평가다. 공식적으로 박 전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그의 아들인 박세창 사장 역시 경영 전면에 단독으로 나서기는 아직 부담스러운 시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실한 경영 판단과 경영비리 의혹으로 그룹을 위기로 몰아간 박 전 회장 일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여전히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서 대표가 금호건설을 오래 이끌면서 시간을 벌어준다면 향후 총수일가의 복귀에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관련 재계에선 서 대표가 금호건설을 바탕으로 금호고속을 재무적으로 안정화시키고 자연스럽게 박 사장에게 넘겨주는 시나리오가 주목되기도 했다. 

전년 대비 무려 60%가 급증한 이번 배당금 확대도 이런 시나리오와 무관치 않다는 풀이도 나온다. 실적 호조에 따른 주주환원 정책 강화로 볼 수 있겠지만 배당금의 최대 수혜자가 최대주주 금호고속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배당금 총액중 절반 가량이 금호고속의 몫이다. 금호고속은 박 전 회장 등 특수관계자의 지분이 95.31%에 달하는 사실상 총수일가 회사다. 금호건설이 심각한 유동성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배당금은 금호건설과 총수일가에게 가뭄의 단비가 될 전망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며 "서 대표가 경영 초점을 회사가 아닌 총수일가에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닌지 지속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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