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커피 심장부, 볼라벤 고원을 가다> ① 비엔티안~팍세 왕복 3000리를 달리다

도로 사정 좋은 태국으로 우회하면 3~4시간 단축
국경 통과하기 위해 여행자·차량 발급 여권 필수
길거리 치킨 가게서 먹는 한 끼 맛 좋고 가성비↑ 
끝없이 쭉 뻗은 도로, 지평·수평선 등 다양한 볼거리
신진호 기자 2023-12-28 09:56:07
[편집자 주] 라오스는 커피 변방이다. 라오스의 커피 생산량은 세계 10위권이지만 품질을 따질 때 존재감은 미미하다. 프랑스 식민지 당시인 1900년대 도입된 커피는 라오스 커피의 심장부인 볼라벤 고원(Bolaven Plateau)에서만 30만명의 농부가 일할 정도로 핵심적인 산업에 올라섰지만 기후 변화와 자본 부족, 낙후된 영농기술 등으로 명품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천혜의 자연 조건과 농부들의 열정 등으로 라오스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로 도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빅터뉴스는 현지 취재를 통해 라오스 커피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5회에 걸쳐 싣는다.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하여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르는 메콩강은 이들 국가에 중요한 삶의 터전이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강변 넘어 태국 마을이 보인다.   

라오스 커피 주산지는 참파삭(Champasak)주(州) 볼라벤 고원이다. 라오스의 커피 재배 면적은 8만헥타르(ha)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볼라벤 고원의 커피 농가 면적이 5만헥타르에 달한다. 이 때문에 볼라벤 고원은 라오스 커피의 아이콘(Icon)으로 불린다.

라오스에서 볼라벤 고원 이외 커피를 생산하는 지역은 수도 비엔티안(Viantiane)을 기준으로 남쪽인 사라반(Saravanh), Sekong(세콩), 앗페유(Attapeu) 등 3개주(州)와 북쪽 Xieng Khoung(시앙쿠앙), Luang Prabang(루앙프라방), Xaysomboun(사이솜분), Xayabouly(사이냐불리), Oudomxay(오돔사이), Huapanh(호우아판), Phongsaly(퐁살리) 등 7개주(州)다.

볼라벤 고원에 가기 위해서는 참파삭 주도(州都)이며 라오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팍세(Pakse)로 가야한다. 가는 방법은 2가지. 비엔티안에서 라오항공(Lao Airlines) 등 국내선을 이용하는 것과 자동차로 달리는 옵션이다. 하늘길은 1시간 15분이면 팍세에 닿아 편하지만 항공편 부족과 이용자 폭주로 예약이 어렵다. 비용은 왕복 100달러정도.

자동차를 이용해 팍세에 도착하는 방법도 2가지다. 먼저 라오스 도로를 이용하는 방법. 도로 사정이 안 좋고 공사 중인 곳도 있어 13~14시간쯤 걸린다. 다른 방법은 국경을 통과해 태국의 고속도로와 국도를 이용하는 것. 태국은 라오스보다 도로 사정이 좋아 10~11시간정도 걸린다. 이번 라오스 커피 취재에서는 태국 도로를 이용해 팍세로 향했다.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여행자뿐만 아니라 차량에 대해 발행하는 여권이 꼭 필요하다. 

라오스 왓따이(Wattay) 국제공항 입국장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유니텔(Unitel) 등 3곳의 유심 판매 부스가 있다. 이들 판매소는 제주항공 등의 탑승자들이 유심을 구매할 수 있도록 자정 넘어서까지 영업한다.

부가적으로 해외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핸드폰에 끼워 사용하는 유심(USIM, 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이다. 라오스 왓따이(Wattay) 국제공항 입국장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유니텔(Unitel) 등 3곳의 유심 판매 부스가 있다. 7일간 12GB를 사용할 수 있는 유심이 라오스 화폐로는 2달러 정도인 4만킵(Kip)이지만 달러로 구매하면 3달러를 내야한다. 유심 판매소에서 환전도 해주는데 대략 1달러에 2만100킵정도. 판매소는 제주항공이나 진에어 등의 탑승자들이 유심을 구매할 수 있도록 자정 넘어서까지 영업한다.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eSIM을 구매할 수 있다. 8일간 6GB를 사용할 수 있는 e심이 9900원하는데, 아세안 지역에도 사용할 수 있어 태국 등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자에게 편리하다.  

비엔티안 왓따이국제공항 인근 호텔에서 오전 8시에 자동차를 달려 타날렝(Thanaleng) 국경검문소로 향했다. 승차한 차량은 메콩강을 끼고 달렸는데 출근 시간이라 차량이 몰리면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시가지 풍경은 우리나라 1970년대가 연상됐지만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여는 등 도시는 활력이 넘쳤다. 베트남과 달리 오토바이와 삼륜차인 ‘뚝뚝이’보다 자동차가 더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40분쯤 달리자 타날렝 검문소에 도착했다. 출국카드를 작성한 후 여권과 함께 출국심사소에 제출하면 (태국)입국용 카드와 도장을 찍은 여권을 돌려준다. 비용은 1인당 1만킵이지만 그때그때 다르다고 한다. 차량 출국비용 10만킵.

라오스 북부 타날렝(Thanaleng) 국경검문소(왼쪽)와 태국 농카이(Nongkhai) 국경검문소에는 항상 여행객과 차량들이 몰린다.

심사가 끝나고 차량을 몰아 국경검문소를 통과한 뒤 태국 쪽으로 향할 때에는 ‘방향’에 주의해야 한다. 우측통행인 라오스와 좌측통행인 태국의 교통 방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라오스 쪽에 있는 방향 변경 시설을 통과하면 메콩강에 놓인 길이 1170m의 라오스-태국 제1우의교에 진입하게 된다. 좌측통행으로 다리를 건너게 되는데, 차량이 다리 중간 부분을 통과하자 태국 땅에 들어섰음을 증명하듯 유니텔 유심을 삽입한 핸드폰이 먹통이 됐다. 

우정의다리를 건너면 태국 농카이(Nongkhai) 국경검문소가 나온다. 차량에서 내려 입국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비용은 1인당 100바트(한화 3800원), 차량 500바트. 라오스나 태국 국경검문소에서 심사는 까다롭지 않지만 시간에 따라 길게 줄을 서야하는 경우가 있다.  

농카이 검문소를 빠져 나와 태국 최초의 고속도로인 마트라팝 로드(Thanon Mittraphap, 2번 고속도로)를 이용해 70㎞를 남쪽으로 달리면 태국 동북부 상업·교육의 도시인 우돈타니(Udon Thani)가 나온다. 우돈타니는 라오스와 베트남 북부, 중국 남부의 각 방면으로 갈 수 있는 길목이다. 

콘캔(Khon Kaen) 카오 수안 광(Khao Suan Kwang) 인근 고속도로 변에 있는 치킨 가게. 초벌한 닭을 숯불에 구워주는데, 한 마리에 6000원정도 한다. 


치킨 가게(왼쪽)는 평상을 몇 개 펼쳐 놓아 소박하기 그지 없다. 치킨과 파파야 샐러드인 솜탐(Som Tam), 각종 야채, 찐 밥 등으로 4명이 한끼를 먹는데 4만원정도 한다. 

우돈타니에서 다시 60여㎞쯤 달리다 보면 길가에 노점상과 같은 치킨 가게가 연이어 나타난다. 카오 수안 광(Khao Suan Kwang) 지역으로, 초벌구이한 닭을 숯불에 구워 판다. 그린 파파야를 넣은 태국식 샐러드인 솜탐(Som Tam)과 각종 야채, 찐 밥 등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이곳의 닭은 한국의 양계장에서 키운 닭과 달리 살이 별로 없다. 한 마리 가격은 6000원정도. 

치키 가게 인근 모녀가 하는 과일 노점상. 멜론과 수박 가격은 각각 5000원정도 한다. 

후식으로는 태국 과일을 맛보면 좋다. 치킨 가게 인근에 과일 노점상들도 많은데, 차량이 멈추면 주인이 멜론을 맛보라며 잘라준다. 멜론 한 개에 5000원. 수박을 사면 껍질을 제거한 뒤 먹기 좋게 잘라 비닐봉지에 담아 대나무꼬지와 함께 준다. 수박도 한 덩이 5000원정도 한다.

탑승한 차량은 콘캔(Khon Kaen)과 나이무앙(Nai Mueang), 우본라차타니(Ubon Ratchathani) 등을 거쳐 10여시간 만에 태국 총멕(Chongmek) 국경검문소에 닿았다. 또다시 출국심사와 라오스 방타오(Vang Tao) 국경검문소에서 입국심사를 마치니 오후 7시가 넘었다. 국경검문소는 오후 8시에 폐쇄되고 다음날 오전 6시에 열린다. 방타오에서 팍세까지는 44㎞쯤 떨어져 있는데, 가로등이 거의 없고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리면서 라오스에 다시 온 것을 실감했다. 

커피 취재를 마치고 다시 역순으로 팍세에서 태국을 거쳐 비엔티안으로 향했다. ‘어떻게 11시간을 다시 갈까’라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

라오스 남부 방타오(Vang Tao) 국경검문소(왼쪽)와 태국 총멕(Chongmek) 국경검문소.

탑승한 차량이 일본의 자본이 투입돼 메콩강에 놓인 라오니폰대교(Lao-Nippon Bridge)를 건너면서 ‘머나먼 귀국 일정’이 시작됐다. 방타오 검문소에서 출국심사를, 총멕 검문소에서 입국심사를 연이어 마치니 출발한지 벌써 1시간 30분이 넘었다.

차량이 북쪽으로 20여분을 달리자 왼쪽으로 수평선이 보였다. ‘메콩강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구글 지도를 보니 람돔노이강(Lam Dom Noi River)을 막아 댐을 만들어 생긴 시린돈(Sirindhorn) 호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호수 안에 선착장과 배들도 보였고, 주변 농경지에는 수확을 마친 논과 벼를 다시 심으려는 듯 물을 가둔 논 등 다양한 모습이었다.

태국과 라오스의 화장실은 대부분 유료다. 국경검문소 등 국가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라오스 화장실 사용료는 2000킵, 태국은 5~20바트 정도 한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화장실 사용료를 낸다는 것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무료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주유소를 찾으면 된다.

태국 국영 석유·가스회사(PTT)가 운영하는 ptt스테이션(station)은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와 같이 주유를 하면서 커피와 음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대표적인 곳이 태국 국영 석유·가스회사(PTT)가 운영하는 ptt스테이션(station)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와 같이 주유를 하면서 커피와 음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유동 인구가 많으니 몇몇 신기한 장면도 목격됐다. 

태국의 한 ptt스테이션(station)에서 ‘이구아나 900바트에 팝니다’라는 손팻말과 함께 팔고 있는 이구아나.

먼저 이구아나 판매 노점상. 어느 ptt 스테이션(station)에 들르자 ‘이구아나 900바트에 팝니다’라는 손팻말과 함께 10여 마리의 초록 이구아나를 담은 2개의 케이지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 대부분의 이구아나는 사람들이 다가가면 움직이다가도 멈췄는데, 유독 한 마리만이 네 발로 케이지를 움켜쥐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여행 가방과 고철 등 폐품을 이용해 3륜차를 만들어 타고 다니는 태국인. 좌우 깜빡이도 있고, 시속 60㎞ 이상으로 달린다.  

또한 태국에서는 다양한 차량들을 볼 수도 있는데, 여행 가방과 고철 등 폐품을 이용해 3륜 오토바이를 만들어 타고 다니는 현지인도 ptt스테이션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 차량이 제대로 달릴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지만 시속 60㎞ 이상으로 달리는 모습을 보고 약간 놀랐다. 

차량에 탑승해 끝도 없이 쭉 뻔은 도로와 지평선 등을 보면서 오후 6시 넘어 다시 비엔티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량에서 내리니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한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 왔지만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왓따이국제공항 입국장에 들어서면서 다음에 팍세에 간다면 꼭 국내선 항공기를 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비엔티안~팍세 왕복 3000리(1200㎞) 자동차 여행길은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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