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알박기 인사’ 강행

측근 대거 승진…직장내 괴롭힘 임원 중용
차기회장후보 5대그룹사 대표 인사는 유예
김두윤 기자 2023-12-20 18:27:24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예상을 뒤엎는 큰 폭의 인사를 강행해 그룹 안팎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최 회장이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WSD ‘Global Steel Dynamics Forum’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예상을 뒤엎는 큰 폭의 인사를 강행해 그룹 안팎에서 "결국 알박기 인사를 했다"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최 회장이 연임 도전 또는 퇴진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측근들을 대거 중용해서다.

포스코그룹은 20일 오후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이시우 포스코 생산기술본부장(사장)은 안전환경본부와  탄소중립전략실을 추가로 관장하게 됐다. 이 사장은 지난 2020년 11월 광양제철소 폭발사고로 근로자 3명이 숨졌을 당시 제철소장이었으나 불과 사고 한달 후에 생산기술본부장으로 영전한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은 사장으로, 양병호 포스코 경영지원본부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 회장이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제철보국'을 넘어서는 경영이념으로 내세운 '기업시민' 업무를 관장하는 천성현 포스코홀딩스 ESG팀장과 최영 포스코 기업시민실장은 각각 전무로 올라섰다

특히 올해 직장내 괴롭힘으로 보직해임됐던 박진우 포스코홀딩스 상무는 포스코인터내셔널 미주지역담당이 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박 상무는 오랜기간 특정직원을 따돌림시키거나 건강검진을 앞둔 여직원에게 회식을 강요하는 등 직장내 괴롭힘 신고로 감사를 받았으나 대학선배인 포스코홀딩스 모 임원의 비호로 인사조치가 이뤄지지 않다가 연합뉴스의 취재가 시작되자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5대 그룹사 대표인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과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부회장은 회장 후보 당연직이기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빠졌다. 이들은 내년 3월 21일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퇴직 여부 등이 결정된다. 

현재 최 회장은 3연임 도전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이사회에서 관련 내부 규정을 손질하면서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현직 회장 우선 심사 규정을 폐지하는 안건과 함께 현직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는 현직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려면 주주총회 90일전까지 의사를 밝혀야했지만 이 같은 안건이 최종 의결될 경우 앞으로는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아도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동안 최 회장이 거취 문제로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개편으로 최 회장의 부담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셀프 연임' 비판이 거센 현직 우선 심사 규정 폐지를 앞세워놓고 뒤로는 최 회장의 부담을 줄여주는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포스코의 전직 임원은 "이번 인사는 의미없는 인사"라며 "새 회장이 선임되면 인사를 전부 다시 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