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죽음의 건설사’ 이해욱 DL그룹 회장 불러야

마창민 대표 2년 연속 재발방지 약속했지만 신뢰도 떨어져
중대재해법 위반 수사에도 사고 반복…안전불감증 심각
창호 교체 지시안했다더니 증거 대자 “조사중” 말 바꿔
김두윤 기자 2023-10-13 16:26:04
DL이앤씨(옛 대림산업)의 잦은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이해욱 DL그룹 회장을 국정감사에 불러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가 지난 12일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해욱 DL그룹 회장을 국정감사에 불러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마창민 DL이앤씨(E&C, 옛 대림산업) 대표가 국감에 나와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그가 지난해 국민에게 똑같은 약속을 했음에도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이 회장을 불러야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부산 20대 노동자 추락사고와 관련해선 거짓말 의혹까지 불거졌다. 국회내에서도 신뢰도 없는 마 대표의 약속만으로는 안된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에선 이럴거면 중대재해법 개정을 왜 했느냐는 쓴소리가 나온다.

지난 8월 부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20대 노동자의 유족 측이 사고 현장의 안전대책이 미비했다며 건설사인 DL이앤씨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고인의 누나인 강지선 씨는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DL이앤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장소에는 안전벨트를 걸 고리나 안전망도 없었다"며 "현장에서 3인1조로 근무한다는 말에 동료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으나 동료들의 연락처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면서 고인이 서명한 근로계약서가 위조된 것 같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고용노동부 국감에선 DL이앤씨의 안전불감증을 향한 비판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졌다. 의원들은 "기본적인 안전 대책을 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였다. 매뉴얼에도 나와있는 안전교육을 그대로 실시했다면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16년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대림산업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해욱 회장이 운전기사
상습폭행 사건과 관련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이 모든 결과는 저의 불찰"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후 DL이앤씨 건설현장에선 무려 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10대 건설사중 1위다. 분기 기준으로는 2021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전선 드럼에 맞고, 굴착기와 기둥 사이에 끼고, 펌프카 붐대를 맞고, 추락하는 등 이유도 다양했다. 그만큼 DL이앤씨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증인으로 나온 마 대표는 “사고를 막을 책임을 가진 원청으로서 굉장히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피해자와 유가족께 깊은 유감과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의 재발방지 약속에 대한 신뢰도는 낮다. 마 대표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잦은 사고와 관련해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나 통감하고 있다”며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추가 예산증액, 관리 인원 파견,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뒤에도 사망사고가 반복되면서 사실상 이 말은 공염불이 됐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 생각하는데 답변 보면 앞으로 개선 대책도 아주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8월 부산 연제구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창호교체를 하다 추락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마 대표는 처음에는 “당일 창호 교체 작업 지시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지만 이후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DL이앤씨 측이 사고 하루 전 KCC에 업무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 담긴 실무자들의 단체 대화방 자료를 공개하자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국감에서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마 대표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DL이앤씨 최대주주가 누구냐. 경영책임자인 마 대표가 아닌 그룹 총수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월 추락사망한 20대 노동자의 유족들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DL이앤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장소에는 안전벨트를 걸 고리나 안전망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상복을 입은 고인의 어머니는 이제는 볼 수 없는 아들의 영정을 끌어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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