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직원 '가상화폐 소송장' 공문서로 작성 논란

금감원 보안용 로고 박힌 소장 만들어 미 연방법원 제기
대한민국 정부가 사적 소송 주체 인식될 수 있어 문제 심각
금감원 "해당 사건 인지하고 구체적인 상황 파악 중"
김두윤 기자 2023-09-11 15:12:48
금융감독원 직원이 자신의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해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금감원 보안용 워크마크와 경고문구가 찍힌 문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서울 여의도 금감원 사옥

금융감독원의 직원이 자신의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해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금감원 보안용 워크마크와 경고문구가 찍힌 공문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적 소송에 정부를 대표하는 공식 문서가 이용됐다면 심각한 기강해이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은 물론 전면적인 보안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연방법원에 제출된 소송장 일부 갈무리. 사진=재미 블로거 '시크릿 오브 코리아' 안치용씨 제공

11일 재미교포 매체 선데이저널 보도에 따르면 H씨는 지난 6월 27일 뉴욕남부연방법원에 9페이지 분량의 소송장과 전자송달동의서 등을 제출했다. 가상화폐 TRX(트론)로 유명한 저스틴 선과 트론파운데이션, 비트토런트 파운데이션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이었다. 연방법원은 7월 11일 접수된 서류를 누구나 열람이 가능한 사건검색시스템에 공개했다.

공개된 소송장에서 H씨는 지난 2017년부터 TRX를 보유했으며 2020년 9월 TRX를 비트토렌트파운데이션이 운영하는 '트론링크'로 이전한 뒤 2020년 12월 사고로 전자지갑 키를 분실했고 이에 자산 동결과 보존을 트론재단 측에 요구했지만 취해진 조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H씨가 정식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답변이 없어 법적대리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재단은 이미 청산된 상태였다고 한다. 이에 H씨가 미국 법원에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내 소송장을 연방증권거래위원회에 전달해서 피고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문제는 H씨가 연방법원에 제출한 문서가 대한민국 정부기관인 금감원의 공식 문서였다는 점이다. 소송장에는 금감원의 문서임을 증명하고 보안을 위한 보안용 워터마크가 찍혀있고 '이 문서는 금융감독원 자신이므로, 사전승인 없이 복사, 촬영, 수정, 배포 등을 하실 수 없습니다'는 경고문구가 명시돼 있었다. 이는 금감원 내부의 보안관리 문제를 떠나 자칫 우리 정부가 이번 소송의 주체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문서에는 사번과 소속부서, 이름으로 보이는 일련번호도 있었다. 표기된 이름은 소송장에 원고로 표기된 H씨와 이름이 일치했다. 선데이저널 측이 확인한 결과 금감원 해당부서에는 동일한 이름의 직원이 근무중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문서에는 금감원 내부 프린터에서 인쇄될 때 찍히는 일련번호도 담겨있었다. 금감원에서 문서를 이메일로 반출할 경우 반드시 상급자 결제를 거쳐야 전송이 가능하고 오프라인 반출시 보안 워터마크와 출력자의 사번이 인쇄물에 기재된다. 만약 이 문서가 근무중 작성됐다면 문제는 더욱 크다.

재미 블로거 '시크릿 오브 코리아' 안치용씨가 H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려했으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침해했다면 이에 대해 조치를 하겠다”는 말 외에 다른 답변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법원이 공개한 소송장은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된다. 안씨는 “금감원이 전체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행위는 기강해이는 물론 국가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기밀 유출 우려를 낳고 있다"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전면적 보안점검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측은 "현재 해당 사건을 인지하고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중"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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