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공시' 쉰들러 의도 있었나

지분율 변동 공시를 8년전 보고서로 비교?
주가 급락 날벼락 개인투자자들 '부글부글'
김동욱 기자 2023-07-05 12:13:28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쉰들러 홀딩아게(이하 쉰들러)의 지분 매각 공시를 둘러싸고 꼼수, 허위 공시 논란이 거세다. 실제 처분한 지분보다 더 많은 지분을 매각한 것처럼 헷갈리는 공시가 나오면서 주가 하락을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논란의 공시 이후 주가 급락 날벼락을 맞은 개인투자자들은 "사실상 주가조작과 다른게 무엇이냐"며 이에대한 사정당국과 금융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5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쉰들러는 6월 27일 이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0.14%(5만5544주) 감소됐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이로써 쉰들러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15.95%에서 15.81%로 소폭 감소했다. 지난달 26일 쉰들러가 같은달 19일부터 다섯차례에 걸쳐 9만119주를 매각, 지분율이 21.48%에서 15.95%로 5.53%가 감소했다고 밝힌 지 일주일여만이다.

갑작스런 2대주주 주식 매도 소식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공시 다음날인 27일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장 초반 12.8% 내린 3만7600원까지 급락했다. 이후 일부 회복했지만 여전히 4만원대 아래를 맴돌고 있다. 쉰들러가 ‘지분 10% 이상 유지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추가 매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 차트. 자료=네이버 증권

이번 지분 매각에 대해 시장에서는 쉰들러측의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공시를 보면 쉰들러는 직전보고서 대비 지분율이 5.53%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쉰들러가 지분감소 비교로 제시한 직전 보고서는 2015년 7월6일자 공시다. 약 8년전 공시된 지분율을 근거로 5.53%가 감소했다고 주장한 셈이다. '주식 등의 대량보유 상황 보고서' 명칭 기준으로 직전 보고서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처분된 주식수는 9만119주(0.23%)에 불과하다. 최근 다섯차례에 걸쳐 장내매각이 이뤄졌음에도 현대엘리베이터 주가의 큰 변화가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공시한 것처럼 단기간에 5.53% 지분이 매각됐다면 주가 파장은 더욱 컸을 것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공시 허점을 노린 허위공시나 다름없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쉰들러의 보유주식 변동 현황. 출처 : 금감원 전자공시

쉰들러가 제출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소유 공시 내역. 출처 : 금감원 전자공시

결국 이같은 쉰들러의 이해하기 힘든 공시뒤 주가는 급락했고 그 피해는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보유중이라는 한 개인투자자는 "사실상 주가조작 행위와 다른게 무엇이냐"며 이에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쉰들러의 이번 행위가 공시 제도의 허점을 노린 것이라면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쉰들러가 같은날 추가로 '임원ㆍ주요주주특정증권등소유상황보고서'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이 지난 2020년 7월 3일 보고된 16.49%에서 15.95%로 0.54%포인트 줄었다고 공시했다는 점에서 '허위 공시'로 몰아기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같은날 내용이 다른 두개의 보고서를 굳이 공시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에서 비켜나기는 어렵다.

증권가에선 쉰들러와 현정은 회장의 오랜 경영권 분쟁에 초점을 맞추는 시각도 나온다. 현 회장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지불하기 위해 대부분의 지분을 담보대출 한 상황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하락할 경우 현 회장이 받는 부담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손배금 판결 확정후 쉰들러가 현 회장 지분을 상대로 강제집행을 시도했다가 현 회장이 납부를 빠르게 끝내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아울러 쉰들러가 공매도 세력 혹은 저가에 지분 매입을 도와줄 또다른 세력 등과 결탁했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한 관계자는 "당시 순조롭게 손배금 납부가 이행중이던 상황에서 쉰들러는 뜬금없이 대법원에 강제집행문을 신청했고 집행문 신청 철회도 손배금이 완납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했다"며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겠느냐"고 말했다. 현 회장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도 쉰들러는 공탁해제 요청에 응하지 않는 등 비협조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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