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보수·배당금 인상 YES, 라면값 인하 NO?

신동원 농심 회장 보수 16억원, 함영준 오뚜기 회장 9억원,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20억원
3개 회사 지난해 배당금 전년대비 최소 12% 이상 올려…고물가에 시름하는 소비자와 대조
김두윤 기자 2023-06-27 12:41:55

정부가 물가안정 측면에서 대표적 서민식품인 라면값 인하를 권고하면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26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라면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물가안정 측면에서 대표적 서민식품인 라면값 인하를 권고했지만 라면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전히 원가 부담이 큰데다가 전기료 등 생산비까지 올라 가격 인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2년 연속 라면값 인상으로 실적이 급격히 호전되고 이를 근거로 총수들은 늘어난 보수와 배당금을 챙겼다는 점에서 고물가에 시름하는 서민 고충만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온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국제 밀 가격이 많이 내렸으니 밀이 오를 때 올린 라면값을 내리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t당 419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 밀 가격은 최근 250달러선으로 떨어졌다.

라면 3사를 기준으로 농심은 지난해 10월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오뚜기는 11.0% 인상했다. 두달 뒤 삼양식품은 11월 평균 9.7% 올렸다. 더욱이 이는 2년 연속 인상이었다. 대표적으로 농심의 경우 2021년 8월 평균 6.8% 인상했다. 불과 2년만에 약 20% 뛰어 오른 셈이다. 올해 1분기 라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체 가구 소득 증가율 대비 3배가 넘는 상황이다.

가격인상 효과는 달콤했다. 농심과 오뚜기는 지난해 매출이 3조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의 실적을 올렸고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농심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8604억원과 6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9%, 85.8% 불어났다. 같은기간 오뚜기도 매출 8568억원과 영업이익 654억원을 올리면서 각각 15.4%와 10.7% 증가했다. 삼양식품은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매출과 순이익이 21.5%와 17.2% 늘었다.

증권가에선 2분기에도 호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신동원 농심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왼쪽부터)

총수일가의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지난해 보수로 15억9600만원을 받았다. 전년보다 2억200만원(14.5%)이 늘어났다. 농심과 농심홀딩스가 지난해 1주당 배당금을 각각 전년대비 1000원(25%)과 500원(25%) 올리면서 신 회장이 받은 배당금도 대폭 늘어났다. 홀딩스 배당금만 50억원에 달한다. 

오뚜기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8억9700만원을 보수를 지급했다. 전년대비 8000만원(8%)이 늘어난 금액이다. 1주당 배당금도 8000원에서 9000원으로 1000원(12.5%) 올렸다. 함영준 회장(지분율 25.07%)이 받은 배당금은 90억원, 그의 아들 함윤식 과장 등 전체 오너일가에게 돌아간 배당금은 150억원에 달한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받은 보수는 20억3500만원이다. 1년만에 두 배가 됐다. 1주당 배당금(1400원)이 전년대비 40% 급증하면서 배당수익도 두둑해졌다. 

원자재값 급등에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는데 실적은 '역대 최대'가 등장할 정도로 좋아진 것이다. 고물가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는 서민들의 오늘과 대조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원재료가 상승을 이유로 이처럼 재빠르게 가격을 올린 업체들이 막상 원재료가가 하락하자 '나몰라라' 복지부동의 태도를 보인다"며 "원재료가 하락분을 빨리 제품 가격에 적용해 소비자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만난 제분업계는 7월 가격 인하 가능성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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