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진정한 전경련 혁신을 위한 제언

정경유착 차단, 선 개혁 후 외연확대, 파격 회장 인사 등 구체적 조치 필요
빅터뉴스 2023-06-05 14:36:03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달 18일 3개월여에 걸쳐 준비한 ‘전경련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은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꾸는 한편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련)과 통합해 싱크탱크형 경제 단체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정부와 관계에 치중했던 과거의 잘못을 반성한다며 시장과 국민 경제를 위한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날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전경련의 혁신안이 발표되자 주변의 반응은 싸늘했다. 일반 국민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언론은 진정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그리고 예전에 전경련을 탈퇴했던 대기업들은 재가입 압박 때문에 다소 부담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많은 사람들은 2017년 3월 허창수 회장이 발표한 혁신안과 비교해 차별성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6년을 돌고 돌아 결국 거의 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 발표된 혁신안을 보면 단체 명칭을 ‘한국기업연합회’로 변경하는 것을 포함해 ▲조직과 예산 40% 이상 감축 ▲회장단회의를 폐지 ▲정경유착의 연결 고리 차단 ▲한국경제연구원과 통합해 조사연구 기능 강화 등으로 이번에 발표된 안(案)과 크게 차이가 없다. 그리고 2017년 혁신안은 이듬해인 2018년 총회에서 실행을 어려움을 들어 폐기하고 말았다. 비슷한 내용으로 발표된 이번 혁신안에 크게 기대가 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실행 가능 여부를 떠나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절하고 정책 개발을 위한 싱크탱크형 경제 단체를 지향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전경련과 한경연이 통합해 대기업 이익 추구가 아닌 국민경제를 위한 정책 개발에 주력한다면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순수 민간 경제 단체가 될 잠재력은 충분해 보인다. 따라서 향후 전경련이 싱크탱크형 경제(혹은 연구) 단체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후속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다.

첫째, 정경유착의 원천 차단이다. 전경련이 경제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정부와 협력해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끌어 온 주체 중 하나임은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에서 보듯 정치권을 위한 비자금 모금 창구 역할을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과거 전경련 개혁을 말할 때 진정성을 의심받는 이유도 정경유착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정경유착의 꼬리표를 떼야 한다.

둘째, 4대 그룹의 재가입을 유도하는 목적의 개혁은 안 된다. 전경련이 앞으로 순수 민간 경제단체로 성장하는데 있어서 4대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탈퇴한 대기업이 전경련의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명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앞으로 전경련이 정부 정책에 휘둘리지 않고, 대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우저야 탈퇴한 대기업들이 움직일 것이다. ‘선(先) 개혁 후(後) 외연확대’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과거 관습에 얽매이지 말고 파격적인 회장 인사를 고려해야 한다. 이번에 발표된 전경련 혁신안의 핵심은 ‘싱크탱크형 경제 단체’로 변신이다. 이는 전경련이 더 이상 대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닌 국민경제와 시장경제체제 발전시키기 위한 논리를 개발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차기 회장단을 굳이 대기업 회장 중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외부 경제 전문가를 영입해 회장단을 꾸리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실제로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조직을 지향한다면 경제 전문가 회장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전경련 변신의 성공 여부는 진정성에 있다. 이번에 발표한 혁신안 내용들이 ‘보여주기 식’ 나열에 그치기 않기 위해서는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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