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흔들리는 테슬라의 위상

소프트웨어 오류에 中전기차 비약적 성장
애플·소니카 출시 가능성에 입지 좁아져
서학개미 테슬라 추격 매수 자제해야
2022-12-26 14:16:45

서학개미의 성지인 테슬라의 주가가 끝도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12% 가량 급락해 테슬라의 주가는 123달러 수준으로 밀려났다. 지난 3개월 동안 주가는 약 55% 하락했으며, 연 초와 비교하면  70% 가량 하락해 한때 ‘천슬라’라 불리며 기대를 모았던 테슬라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테슬라 주가의 하락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머스크 리스크’를 지적하고 있다. 트위터를 인수하기 위해 테슬라 주식을 대량 매도했고, 이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는 행동을 보여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최근의 상황으로 올해 내내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되지는 못한다.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 전망과 갈수록 커지는 전기차 시장의 환경 변화 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보급형 차량인 모델3(세단)와 모델Y(SUV)에 대해 12월 중으로 인도 받을 경우 7500달러를 할인하는 행사를 단행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시장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테슬라가 할인 카드를 내놓는 이유가 이들 모델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그동안 할인에 인색했던 테슬라였던 만큼 시장은 그만큼 엄중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로 테슬라가 할인 행사 발표 후 주가가 이틀 연속 급락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전기차 시장의 전망이 후퇴한 점도 테슬라에게는 안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KPMG가 지난 22일 발표한 ‘KPMG 글로벌 자동차산업동향 보고서(23rd Global Automotive Executive Survey, GAES)’는 1년 만에 자동차시장에 대한 전망이 크게 변화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경영진들은 2030년까지 전기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 자동차 판매의 약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지난해 70%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전기차 전문 제조업체인 테슬라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예측이다.

여기에 더해 테슬라가 자랑하는 완전자율주행(FSD)의 기능 오류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달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고속도로에서 시속 80㎞로 달리던 테슬라의 ‘모델S’가 급제동해 차량 8대가 추돌하고 9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와 관련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특별조사에 착수했는데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오류 사고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 부문에서 판매량 세계 1위인 이유는 전기차가 대중화될 조짐을 보일 당시 가장 먼저 대량 생산해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전기차 제조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독보적으로 앞서 나간 소프트웨어(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따라서 자율주행 오류로 인한 사고는 테슬라가 가진 강점을 잠식하는 치명적인 요인이 된 것이다.

결국 테슬라의 주가가 2년 만에 최저 가격으로 떨어진 원인은 ▲완전자율주행 기능 오류로 추정되는 사과로 정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악화로 가격 할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점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자사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등 오너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이 세 가지 요인이 테슬라가 그동안 소비자와 투자자들을 향해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려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해석된다.

테슬라의 미래 또한 강력한 경쟁업체의 등장과 함께 불투명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먼저 거대한 내수를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생산업체의 도전이다. 2021년 글로벌 순수 전기차(EV) 판매량 순위에서 테슬라가 94만대 가량 판매해 1위를 차지했지만, 2위인 중국의 BYD가 매년 300%대 성장을 거듭하면서 추격해 오고 있다. 실제로 2022년 상반기 BYD의 판매 실적은 64만7000대를 기록해 57만5000대에 그친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판매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중국업체들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판매량 격차는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에 속속 뛰어 들면서 스프트웨어 부문에 강점을 지닌 테슬라의 위상을 희석시키고 있다.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애플은 애플카 출시시기를 미뤘고 혁신기술의 도입도 일부 보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시장이 거는 기대는 크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KPMG 보고서는 애플이 2030년까지 자동차 시장에 진출해 전기자동차의 선두주자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본의 소니도 혼다와 협업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잡겠다는 야심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전기차 시장 진출은 향후 테슬라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는 와중에 국내 투자자(서학개미)들은 테슬라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있다. 주가 하락이 본격화된 최근 3개월간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1조원 넘게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점 매수 성격이 강한 것으로 풀이 되는데, 테슬라가 처한 현 상황과 미래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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