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규모 600조 육박, 반 년만에 40조 늘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대출 증가 억제 효과 크지 않아
2018-10-05 08:32:57

자영업자들이 내수침체와 최저임금 인상의 이중고를 안고 있는 가운데 금리상승까지 맞물리면서 자영업자 대출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한국은행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590조7000억원으로, 반 년만에 40조원이 늘었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 규모는 2014년 말 3억원에서 올해 2·4분기 말 3억5000만원으로 확대됐다. 도·소매, 숙박, 음식업 대출이 대출 증가를 견인했다. 2·4분기에만 이 업종의 대출은 1·4분기보다 6조원 늘어 증가폭으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자영업자들은 사업자금과 가계자금을 뚜렷하게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기 때문에 개인사업자대출이 없는 개인사업자의 가계대출까지 포함할 경우에는 자영업자의 '숨은 빚'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이 지난 3월 자영업자 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금융회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제가 아니다 보니 대출 증가 억제 효과는 크지 않았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이 1금융권과 2금융권 등 여러 업권에서 대출을 중복 보유한 다중채무자가 대부분이어서 급전이 필요하면 고금리 대출을 쓴다는 점이다. 실제 전체 자영업 대출의 31%(183조원)가 저축은행 등 고금리인 비은행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변동금리 부채를 진 가구의 연간 이자지급액은 평균 94만원 증가하는데 비해 자영업자는 122만원 늘어난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를 인상하면 자영업자들의 연체율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에서 1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29%로 자영업자 대출은 지금까지는 비교적 연체가 적고 고소득 비중도 커 건전성도 양호한 편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비은행권 고금리대출 비중과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어 이를 방치할 경우 금융시장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떠오를 우려가 커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사가 잘 안되면 자영업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운전자금으로 쓰는 경우도 상당하다"며 "금리 압박이 본격화되면 연체율은 더 오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