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통해 베트남과 한국을 잇고 싶습니다”

세계커피대회(WCC) 로스팅 챔피언 이광기씨
“커피는 제 삶의 전부…로스팅할 때 가장 행복”
신진호 기자 2025-06-06 15:06:45

세계커피대회(WCC) 로스팅 챔피언에 오른 이광기씨가 로스팅을 하면서 샘플러로 원두 아로마(Aroma)를 맡고 있다.

이광기(39)씨의 삶은 곧 커피다. 이름을 들으면 한국 사람 같지만 베트남 사람이다. 베트남에서도 이광기는 ‘LE QUANG KY’로 쓴다. 조상이 중국계라 일반 베트남 사람과 달리 한국처럼 한자식 표기를 한다.   

이씨는 베트남 커피 재배 지역 가운데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인 중부 고원 닥락(Dak Lak)의 성도(省都) 부온마투옷(Buon Ma Thuot)에서 나고 자랐다. 부모가 1980년대부터 6000평의 커피밭을 손수 경작해 오고 있어, 이씨에게 커피밭은 어릴 때 놀이터였을 정도로 친숙한 공간이다. 

이씨는 대학에서도 커피학을 전공했다. 집에서 60㎞정도 떨어진 떠이응웬대(Tay Nguyen University)에 다니면서 주말이나 공휴일이 되면 커피 밭으로 달려와 부모의 일손을 돕기도 했다.

2009년 대학을 졸업한 이씨는 프랑스 글로벌 농산물생산·가공·유통회사인 ‘석덴(Sucden) 베트남’에서 커피 품질 관리자(Quality control)로 일했다. 1952년 설립된 석덴은 세계 25국에서 5500명의 직원을 두고 커피 뿐 아니라 설탕과 코코아, 에탄올 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하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던 이씨는 대학 은사의 추천으로 2014년 아주대 대학원에 유학, 2016년 국제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커피 관련 일을 하고 싶었던 이씨는 국내 중소기업에 지원, 국제마케팅 담당자로 채용되어 커피 생두 구매부터 검수, 커피 제품 개발(R&D)을 담당하고 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로스팅. 이씨는 “커피 생두를 구매하기 전 업체에서 보내준 샘플을 직접 로스팅해 맛을 보고 평가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며 “커피는 생두 자체의 등급보다 맛을 보고 판단해야 실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씨에게 6월 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2025 경춘선 공릉숲길 커피축제’의 부대 행사로 진행되는 제7회 세계커피대회(WCC)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매일 로스팅을 하고 있지만 실력이 어느 정도 인지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보고 싶어 로스팅 부문과 커피짓기(브루잉) 부문에 출전했다. 

지난 5월26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에서 열린 세계커피대회 커피짓기 결선에서 베트남 전통 옷을 입은 이씨가 커피를 드리퍼에 담아 추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로스팅 부문에서 우승을, 커피짓기 부문에서는 2위에 올랐다.  

한 달 전부터 준비에 들어간 이씨는 로스팅 주안점을 생두 본연의 맛과 향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에 두었다. 버닝로스터(배치사이즈 4㎏)를 이용, 몇 번의 시험 로스팅 끝에 대회 지정 생두인 에티오피아 구지 우라가 내추럴(Guji Uraga natural)의 속성인 열대 과일과 베리류(Berry), 화사한 꽃 뉘앙스를 잘 표현하기 위해 8분30초 정도 빠르게 로스팅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산미(Acidity)와 단맛(Aweetness)을 극대화하면서 최고의 향미(Flavor)를 느끼도록 DTR(Development Time Ratio, 발현시간비율)도 15%로 맞췄다. 

커피짓기도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추출한 끝에 싱글 오리진(Single Origin)만으로도 향미가 좋지만 이를 섞어 블렌딩(Blending)하면 훨씬 다양한 향미가 나타나는 것을 느꼈다. 이씨는 “대회 지정 생두인 에티오피아 구지 테로(Tero washed) 50%에 케냐 니에리 문가리아(Nyeri Mungaria AA Top washed) 30%, 콜롬비아 라 루이사 수프리모(La luisa Supremo washed) 20% 섞어 추출하는 것이 최고의 맛을 내는 것 같아, 결선에서 이를 사용했다”며 “1차 추출은 하리오 드리퍼를, 2차 추출은 더가비 드리퍼를 각각 사용해 커피와 물을 1 : 15 비율로, 물의 온도는 95℃에 맞췄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5월26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에서 열린 세계커피대회 결선에서 로스팅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커피짓기 부문에서는 2위에 올랐다.  

이씨는 “상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커피를 사랑하고 열정을 가진 모든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신 주최 측과 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그 나라와 함께하는 문화라고 생각한다”는 이씨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생산하고 있는 베트남 커피와 커피 문화를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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