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의대 5인 회동 사실상 무산…순천시, 불참 통보

“권한 없는 사람들의 정치 행위 보다 공개한 용역 분석이 먼저”
장봉현 기자 2024-05-16 14:13:59
순천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전남도가 추진하는 단일 의대 공모가 서부권에 유리한 방식이라며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순천시주민단체협의회, 순천청년회의소 등 1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일 전남도동부청사(동부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도의 국립 의과대학 신설 공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전남의 국립 의대 신설 공모를 위해 도가 오는 17일 개최를 추진한 ‘5인 회동’이 순천지역사회 불참 통보로 사실상 무산될 전망이다.  

16일 순천시 등에 따르면 노관규 순천시장과 이병운 순천대 총장은 17일 개최할 예정인 의대 공모와 관련한 5인 회동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순천시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문자를 통해 “순천시는 전남도에서 공개한 2021년도 의대 용역 결과에 대해 전문가 그룹과 검토 분석 중”이라며 “공개한 용역 결과 여러 분야에서 중대한 문제점들이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각 기관이 각각 전문가 검증을 거친 자료를 가지고 논의 할 예정이고, 빠른 시일 내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5자회담 불참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순천시는 “이미 신뢰성이 무너진 상태에서 권한없는 사람들의 정치행위(5자 회담 등)는 도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고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며 “내일 일방적으로 통지한 5자 회담에 불참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전남도는 지난 12일 보성군청 회의실에서 김영록 전남지사, 박홍률 목포시장, 송하철 목포대 총장, 노관규 순천시장, 이병운 순천대 총장 등 5명을 참석시켜 의대 공모 관련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동부권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순천대와 순천시는 5인 회동 참여 검토 조건으로 ▲의대 관련 기존 용역 결과 공개 ▲구체적인 공모 기준 및 지표 공개 ▲탈락 지역에 대한 건강권 대책 수립 등 3가지를 제안했다. 이 같은 요구에 전남도는 최근 2021년 의대 용역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전남도가 공개한 용역 결과 보고서를 두고 동부권에서는 특정지역에 유리하게 작성됐다며 여전히 반발하는 상황이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전남도가 용역 결과를 공개하자 즉각 자신의 SNS에 “전남도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노 시장은 “이 용역은 2021년 3억원의 예산을 들여 의과대학 용역을 한 결과”라며 “ 방대한 양의 자료를 내려받아 분석을 하고 있는데, 58개 정도의 지표 분석 결과 43개 부분에서 서부권이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용, 편익분석, 경제적타당성(B/C)도 서부권이 유리하다”며 “전문가의 자문 등 시간을 충분하게 두고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아주 대략적인 분석에도 전남도가 왜 용역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는지, 왜 공개하면서 담당국장의 주의 말씀이 장황하게 많았는지 느낌이 진하게 온다”면서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은 정치적 거래대상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혀 둔다”고 직격했다.

실제 이 용역 결과 보고서에는 전남권 의대 부속병원 설립을 위한 핵심 지표 가운데 하나인 경제성을 판단하는 비용 효과(BC 분석 결과) 서부권 1.44, 동부권 1.35로 나타났다. 

전남에 의대 부속병원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고 서부권과 동부권 모두 경제성이 있는데 서부권이 더 높다는 것이다. 

도민 요구도 조사 결과도 설립 필요성 항목에서 목포권 83%, 순천권 82%로 목포권 의대 병원 설립에 대한 도민 요구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분석 결과가 나와봐야 하겠지만 순천시와 순천대는 상식적으로 인구와 산업이 월등히 높은 동부권이 경제성이 낮게 나왔다는 것은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라고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7일 전남도가 개최하려고 했던 의대 공모 관련 5인 회동은 사실상 개최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전남지역 의대는 순천대와 목포대가 각각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광양시와 고흥군, 구례군은 순천대를 중심으로 한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는 등 동부권 지역이 의대 유치와 관련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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