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한국, 배터리 전쟁서 중국에 패하나

중, 인산철 주원료 LFP 배터리 앞세워 세계 시장 점유율 높여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 혁신 등 글로벌 시장 선도 전략 세워야
2021-12-21 14:35:51

전기차가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와 모빌리티 서비스의 대세로 자리 잡으며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둘러싼 우리나라와 중국 간 주도권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배터리 제조사들은 지난 몇 년간 중국 기업과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두고 각축전을 벌였다. 올해 들어 중국과 격차가 다소 벌어졌지만 우리 기업들도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까지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차이는 미세했다. LG에너지솔루션(LG화학)은 지난해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 점유율 23.5%를 기록했는데, 세계 1위인 중국의 CATL의 점유율 24.0%와 비교하면 불과 0.5%p 차이에 불과했다. 삼성SDI는 사용 점유율 5.8%(5위), SK이노베이션(SK온)은 5.4%(6위)를 기록해 전년 대비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한국과 중국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올 10월까지 배터리 글로벌 사용 점유율은 중국 제조업체 CATL이 31.2%(전년 대비 7.2%)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21.2%(전년 대비 –2.3%p)를 차지했다. 지난해 박빙이었던 한·중 1위 기업 간의 차이가 더 커졌음을 알 수 있다. 2위 그룹인 중국의 BYD와 우리나라의 SK온도 각각 8.5%(+1.8%p), 5.8%(+0.4%p)로 약진했다. 한국과 중국 기업의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자료를 바탕으로 세계 배터리 시장의 추이를 살펴보면 중국 제조업체들이 월등하게 큰 내수 시장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사용 점유율 부문에서 한국 기업을 추월한 이후 ‘중국 약진-한국 선전-일본 퇴조’의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의 가파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이 선전할 수 있었던 요인은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차 제조업체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업이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 과정은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다. 우리 기업들은 니켈, 코발트, 망간을 사용해 일명 3원계 배터리로 불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데 비해 중국은 인산철을 주원료로 하는 LFP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제조 원가가 싸다는 장점은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 따라서 LFP 배터리는 중국 내수용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반면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갔다. 세계 배터리 사용 점유율 분문에서 중국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이 어느 정도 느긋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구도에 균열이 발생했다. 지난 10월 세계 최대의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가 볼륨 모델에 해당하는 일반형 전기차에 중국산 LFP 배터리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테슬라의 결정은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인 측면도 있지만, LFP 배터리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짧은 주행거리가 크게 늘어나는 기술적인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전기차 생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폭스바겐과 애플 등도 LFP 배터리 적용을 고려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해 온 우리 기업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글로벌 전기차 제조업체의 LFP 배터리 적용 계획이 속속 발표되면서 우리 배터리 생산업체들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3사중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LFP 배터리 개발을 본격화한다고 발표했다. 삼성SDI는 아직까지 LFP 배터리 생산 계획을 밝히지 않지만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에너지 전문 조시기관인 SNE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54조원에서 2030년이 되면 40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로서는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산업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중국의 거센 추격을 순조롭게 따돌린 분야와 그렇지 못한 분야가 있다. 전자는 반도체와 조선 산업이 대표적이고 후자는 LCD 디스플레이 관련 산업이다. 반도체와 조선의 성공 사례는 시장의 변화에 따라가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적극적인 전략을 펼쳤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반도체와 조선 산업의 전략을 벤치마킹해 중국의 도전을 뿌리쳐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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