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에 넘어가는 대우건설 직원들 '탄식'

매각절차 비공개 진행에 KDBI 이례적 인수가 수정 수용…'깜깜이 밀실 매각' 논란
정창선 회장, 최초보다 2000억 낮은 가격에 인수…직원들 "대체 누구 위한 매각"
2021-12-09 15:16:11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9부능선을 넘으면서 대우건설 내부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사진은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왼쪽)과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9부능선을 넘었다. 매각과정에서 ‘깜깜이 밀실 매각’이라는 직원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었지만 결국 중흥의 인수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대우건설 직원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지켜온 회사인데 허탈하다", "대체 누구를 위한 매각이었느냐"는 등의 한탄이 흘러 나오고 있다.

중흥그룹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자로 선정된 지 5개월 만에 본계약까지 체결하면서 사실상 인수 실무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17위인 중흥토건과 40위인 중흥건설을 보유한 증흥그룹이 5위인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된 것이다. 

최종 인수대금은 2조∼2조1000억원 선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중흥그룹이 제시한 2조3000억원 대비 2000억~3000억원 가량 낮아진 가격이다. 산은이 대우건설에 투입한 3조원 대비 9000억원 가량 낮은 수준으로 대우건설에서 회수될 국민 혈세 역시 그 만큼 줄게 됐다.

이번 매각은 순탄치 않았다. 비공개로 매각 협상이 진행되고 이례적으로 KDBI가 중흥건설의 가격 수정 요청을 수용한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앞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흥건설은 인수가격을 경쟁업체보다 5000억원 가량을 높게 써냈다는 사실을 알고 KDBI에 가격 수정을 요청했고, KDBI는 이를 수용했다. 이 때문에 이번 매각은 여로모로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우건설 노조는 '깜깜이?밀실 매각'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매각 기준에 분식회계, 주가조작, 탈세 등으로 처벌받은 인수후보에 대한 감점제를 적용하는 등 인수기업의 도덕성까지 평가했던 지난 2006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매각 때와도 차이가 난다. 정 회장과 장남 정원주 부회장은 과거 10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뇌물공여 등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정 회장은 경영퇴진과 건강상태 등의 이유로 기소유예, 정 부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정 회장은 이날 계약 체결식에서 "해외 역량이 뛰어난 대우건설 인수는 중흥그룹 '제2의 창업'과도 같다"면서 "어떠한 외적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흥은 독립경영 및 임직원 고용승계보장, 부채비율 개선, 임직원 처우개선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의 한 직원은 “중흥이라는 회사에 넘어가는 것에 대해서 임직원 중 몇명이나 바라고 있을까"라며 "IMF도 워크아웃도, 금호그룹 그룹의 위기 상황도 모두 극적으로 이겨내고 대한민국 대표 건설사 타이틀을 지키며 여기까지 왔는데 참으로 허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업은행에 대해 "정말로 이 매각이 정당하고 정상적이며 합리적인 매각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임직원의 마음을 한번이라도 헤아려 봤느냐"고 실망감을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대체 누구를 위한 매각인지 모르겠다”며 "힘들게 지키고 발전시킨 회사를 아무런 생각없이 매각하고 죄책감 하나 가지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작업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중흥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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