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잦아지는 '블랙스완' 경계할 때

과거에 경험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충격 전 세계로 확대
글로벌 교역망 점검 등 철저한 대비로 충격 최소화해야
2021-11-29 09:33:47

경제 용어 중에서 ‘블랙스완 이론(Black Swan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흰색 백조만 존재한다고 생각했지만 검은색 백조가 발견되었을 당시 받았던 충격에 빗대어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사회·경제 현상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부르는 용어다. 미국의 투자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가 처음 사용했는데, 그는 블랙스완에 대해 ‘과거의 경험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관측값’이라 정의하면서, 경제공황이나 미국의 911 테러를 예로 들었다.

검은색 백조가 존재하지만 아주 가끔 발견되듯이 블랙스완 현상도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잊혀져가던 이 용어는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다시 등장했다. 중국 우한(武?)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2021년 2월경부터 블랙스완을 언급하고 있다.

당시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번지면서 중국 내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을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업체의 생산 라인이 일제히 멈추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시장이 우려하는 블랙스완으로 볼 수 있고, 중국을 진원지로 하는 글로벌 경기 침체 발생 가능성을 진단한 바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을 창립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그의 저서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에서 코로나 팬데믹 자체는 블랙스완이 아니지만,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는 역사에서도 유사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파괴의 파급력을 가진 블랙스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최근 우리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요소수 품귀 사태는 블랙스완 이라고 볼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블랙스완 현상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첫째는 과거의 경험으로 예측 가능하지 않는 현상이라야 하며, 둘째는 발생한 사태의 영향이 글로벌 수준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소수 사태의 경우 첫 번째 조건은 어느 정도 충족하지만 두 번째 조건에는 많이 미흡하다.  요소수 사태는 우리나라 요소수 수입의 약 80%를 차지하던 중국이 갑자기 수출을 중단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요소수 수요가 많은 화물차 운행이 중지되어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뻔했다. 다행히 러시아와 베트남 등지로부터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 요소수 제조에 활용 가능하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어 사태는 일단 수습되는 분위기다.

이렇게 볼 때 요소수 사태는 파장의 범위가 국내에 국한되고 있어 블랙스완 현상으로 보이게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요소수 사태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유무역주의 혹은 FTA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요소수를 생산하지 않은 것은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유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굳이 경쟁력 없는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번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제2, 제3의 요소수는 없는지 점검에 들어갔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 보면 당연한 조치겠지만 자유무역주의 정신에는 심각한 훼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각국이 해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을 일일이 국내에서도 생산하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강화한다면 국제 교역의 감소는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세계적인 대공황의 도래도 배체할 수 없게 된다.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인해 요소수 사태와 같은 일이 연이어 발생해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수입 대체산업을 경쟁적으로 육성하게 된다면 자유무역주의는 크게 후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슈밥이 말한 것처럼 요소수 사태 자체는 블랙스완이 아닐지라도 파급 효과는 블랙스완으로 진행될 충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평소 보기 힘들었던 검은 백조가 우리 주변 하천에 철새 도래지처럼 수시로 날아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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