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이상한 보고서

당사자간 거래 평균 가격 낮다고 문제있다고 보면 안돼
중고차업자 경차 매입했어도 대부분 당사자간 거래로 매매
'통계 왜곡' 없이 소비자에게 도움되는 보고서 발간해야
2021-10-28 13:36:03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간한 '2020년 국내 중고차 거래현황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가 완성차업체 숙원사항인 중고차시장 진출 논리를 옹호하기 위한 왜곡된 보고서라는 의심이 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한 중고시시장 모습.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지난 26일 국내 중고차 시장의 현황과 특징을 분석한 ‘2020년 국내 중고차 거래현황 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중고차의 최종거래 평균가격이 매매업자를 통한 거래가 당사자간 거래보다 매우 높아 소비자들이 매매업자를 통한 거래를 기피한다고 지적한다. KAMA는 "지난해 중고차 당사자 간 거래의 경우 604만6000원인 반면, 매매업자를 통한 거래가격은 1126만9000원으로 매매업자를 통한 거래가가 당사자간 거래가격 대비 1.86배 높다"며 자료의 출처를 국토부의 자동차이전등록통계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KAMA의 보고서는 완성차업체의 숙원사항인 중고차시장진출 논리를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왜곡된 보고서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KAMA가 지적하고 있는 거래가격을 보자. 당사자간 거래라고 하는 것은 매매상의 개입 없이 차량소유주와 매입당사자 사이에서 거래가 직접 이루어지는 형태를 말한다. 이에는 친인척에 대한 증여도 포함된다.

당사자간 거래의 평균가격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중고차시장에서 취급되지 않는 저가 차량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장보기용 차량’ 이나 ‘주말용 차량’의 경우 주행거리가 짧지만 연식이 오래 된 차량들이 많다. 중고차시장에서는 주행거리와 관계없이 차령 15년이 지나면 취급을 하지 않는다. 그런 차량의 경우 폐차하기는 아깝고 중고차시장에 판매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인이나 친지들에게 100만원 미만의 고철값만 받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경차도 대부분 당사자 간 거래로 통계가 잡힌다. 경차는 중고차 시장에 들어오면 대부분 2~3일내에 판매가 된다. 소위 ‘없어서 못 파는’ 차량이다. 보통 중고차매매 이전등록은 자동차소유자로부터 매매업자가 매입하면서 상품으로 이전등록을 하고 차량을 판매한 후 구입자명의로 이전등록을 하게 된다. 

하지만 경차는 이런 절차를 거치게 되면 판매 시일이 늦춰지고, 비용부담 또한 30만원 이상 증가하게 되는 때문이다. 400만원 이하인 저렴한 차량에 부대비용 부담을 얹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의 중고차 이전등록통계를 보면 지난해 이전 등록된 차종 중 상위 45종 안에 포함된 경차의 이전등록건수가 43만5253건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최하 35만 대 이상이 중고차 매매상을 거치지만 실제 통계에는 개인간 거래로 기록된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빅터뉴스는 지난 7월 국토부가 제공하는 중고차 평균매매가 통계가 엉터리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국토부의 평균매매가 통계는 중고차 매매업자의 매입가가 판매가보다 평균 100만원 이상 저렴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KAMA는 이처럼 왜곡됐거나 신뢰할 수 없는 통계치중에서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 여론을 호도하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제정책부 김흥수 팀장
경제정책부 김흥수 팀장

KAMA 정만기 회장은 왜곡된 통계를 기반으로 한 보고서를 앞세워 “당사자 간 거래가 55%에 달하는 점은 이 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참여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중고차매매업자들이 비난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에서 발생하는 역선택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KAMA의 보고서는 정보의 비대칭을 악용하는 중고차매매상들의 행태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KAMA는 자동차업계의 이권을 대표하는 단체다. KAMA의 한계를 드러낸 보고서를 근거로 완성차업체가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는 일이 없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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