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쎄진 소액주주들, 주총 소집부터 경영진 교체 요구까지

셀트리온·SK케미칼 등 도덕성 해이, 부실경영에 견제 본격화
2021-10-21 13:42:35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 지분 비중이 커지고 이른바 ‘3%룰’이 시행되면서 소액주주들의 경영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를 생산하는 인천 셀트리온 제2공장의 공정 모습.

증시가 흔들리면서 소액주주들의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뭉쳐 주총소집은 물론 경영지 교체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주가가 하락 이후 셀트리온에서 벌어진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동학개미’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개인투자자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셀트리온 주가 주봉 차트

21일 오후 2시 셀트리온 주가는 전일과 등락없이 21만9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40만원대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지난해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에 대한 기대감으로 날아올랐던 주가가 다시 지난해 초 수준(18만원대)로 회귀한 것이다.

‘렉키로나’는 애초 코로나19 사태를 끝낼 게임체인저로 기대감을 모았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렉키로나 역시 한국과 미국, 스페인, 루마니아 등 전세계 13개국 코로나19 경증 및 중등증 환자 131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결과 안정성과 유효성을 확보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10월 1일 유럽의약품청에 정식 품목허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판매가 여전히 저조하다는 점이 문제다. 파키스탄 수출 외 특별한 수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등장하면서 셀트리온 등 기존 항체치료제 기업들에게는 악재가 됐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렉키로나의 효능에 물음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따라 실적 기대치를 낮추면서 목표가를 하향조정하는 증권사들이 늘어나면서 주가하락은 더욱 가속화했다.

주가가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사측이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책에 노력에 소극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소액주주들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영진 교체를 위한 지분 모으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지분의 10% 수준인 1400만주를 돌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국민연금의 셀트리온 지분은 7.48%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들은 국민연금에 서한을 보내 '경영진의 독주를 막기위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상반기 말 기준 셀트리온의 소액주주 지분율이 64.29%에 달한다.

이같은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은 최근 배터리사업 분사를 결정한 SK케미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본격화됐다. 올 초 유전자 치료제 개발업체 헬릭스미스 소액주주들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등을 이유로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했으며, 진단키트 개발업체 씨젠 소액주주연합회 역시 주가 부진 등을 이유로 1인 시위를 벌이고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한 바 있다. 또한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오너 소유 골프장 손실을 회사에 전가한다는 이유로 골프장 합병 사업에 반대해 관철시켰다. 

한 소비자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 지분 비중이 커지고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을 한 명 이상 분리 선임할 때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이른바 ‘3%룰’이 시행되면서 과거 불만의 글에서 그치던 항의 수준이 이제는 집단행동을 통한 직접적인 경영 견제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주가가 단초를 제공한 경우가 적지 않지만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영을 하지 않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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