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11월 기준금리 인상 정답 아니다

생산·소비·투자 모두 감소…코로나19 종식도 아냐
내년 세계 경제 전망 불투명…최악 상황 대비해야
2021-10-19 09:05:40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2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75%인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융 불균형 해소 욕구가 강했지만 최근 부진한 경기 지표와 불안한 증시를 감안해 다음 회의까지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8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인상이 강했다.

사실 금리인상 요인은 충분하다. 가계부채 급증과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금융 불균형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치솟는 물가만으로도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초 식료품 가격을 중심으로 야금야금 오르던 물가가 최근 들어서는 물가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8월 이후 물가가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해외 요인도 불안하다. 석유, 석탄 등 해외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인플레이션 또한 글로벌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에서 정전 사태가 잦아지면서 공산품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은의 입장에서는 당장 금리 인상을 단행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최근 부진한 경기 지표가 발목을 잡았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8월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트리플 감소는 지난 5월 이후 3개월만인데, 코로나19 4차 유행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9월에도 호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KDI도 ‘10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서비스업의 부진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이유로 한은은 현재의 경기 추이를 지켜보고 금리를 인상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주열 한은 총재는 10월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11월에 금리 인상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이번에 금리를 동결했지만 대내외 여건 변화와 경기 흐름을 지켜본 후, 경기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올해 안에 추가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년이다. 올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도 내년에도 여전히 금리 인상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가 8월 기준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다는 말을 했는데, 이런 추세는 11월에 추가로 금리를 인상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두 차례 금리 인상으로 물가 안정 및 금융 불균형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할 것이라는 말이다. 더욱이 글로벌 수준에서 전개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 또한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할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내년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코로나 팬데믹이 완전하게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금융 여건만을 고려해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릴 경우 또 다시 경기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높은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금리의 국제 공조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은 상당히 불투명하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강력한 인플레이션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사실에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혼란스럽다. 따라서 내년에는 최악의 (혹은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방안으로 금리인상 카드를 아껴두어야 한다.

이원호 비즈빅테이터연구소 소장(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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