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코로나19?원자재가?물류비 급등' 삼중고(三重苦)에 시름

인상분 납품단가에 반영도 못해…‘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등 지원책 마련해야
2021-09-30 13:58:50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 원자재값?물류비 급등 등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체감경기가 악화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항 부두에 수출을 위한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끝없이 오르면서 국내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악화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넘치는 인상요인에도 납품단가에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물건을 팔아도 남는게 없다'는 하소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등 원가 상승분을 자동으로 납품단가에 연동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한국은행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실적 BSI는 84로 집계됐다. 8월(87)보다 3포인트(p) 떨어졌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조사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제조업 업황 BSI(90)은 5포인트, 비제조업(79)은 2포인트 하락으로 제조업 하락이 두드러졌다.  특히 고무·플라스틱 업황 BSI가 11포인트나 떨어졌고, 전자·영상·통신장비 업황 BSI도 10포인트 낮아졌다.

원자재값 고공행진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유가(Brent)의 경우 배럴당 지난해 43.21달러에서 올해 3월 65.70달러, 8월에는 70.51 달러로 치솟았다. 최근 이틀간 미국의 원유재고 증가 등의 영향으로 주춤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74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또한 알루미늄 가격은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47.8%, 구리는 20.7%, 니켈은 15.9% 상승했다.

물류비도  뛰고 있다. 해운지표중 하나인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 SCFI는 전주 대비 21포인트 오른 4643을 기록하며 20주 연속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지수는 코로나19 이전에는 900 내외의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폭등에 가까운 상승세다. 철광석이나 석탄 같은 원자재와 곡물을 운반하는 벌크선 운임 동향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 지수 역시 올해 1월 1374에서 현재 4000 위로 올라갔다. 전경련에 따르면 수출 기업들은 올 상반기 물류비는 전년 동기 대비 30.9% 증가했고, 하반기는 23.8%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 신음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위기감은 더욱 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제조업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원자재 가격변동 및 수급불안정 관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매출액이 감소한 기업은 49.6%로 기업 2곳 중 1곳에 이른다. 특히 원자재 가격변동이 영업이익에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87.4%에 달했다.

문제는 이같은 현실이 납품대금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7월 중소기업협동조합 회원사 647개사를 대상으로 진행된 ‘업종별 납품단가 반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과 6.2%만이 공급원가 상승분이 납품대금에 전부 반영됐다고 응답했다. 납품대금에 비용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주된 이유로는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단가 인상 요청 어려움’(54.7%)과 ‘거래단절 등 불이익 우려’(22.8%)를 꼽았다.

중소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갑을 관계에서 원청에 원자재가격 상상을 이유로 납품대금을 올려달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연동하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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