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카카오 논란을 바라보는 불편한 사실들

갑질 등 문제점 플랫폼 경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상황
비판 타당하지만 재기 불가능하도록 여론 몰아가면 안돼
2021-09-20 10:23:51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골목 상권 침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이 쌓은 신뢰로 다양한 플랫폼 사업을 추진해온 국내 대표 IT기업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온라인 쇼핑은 물론이고 결제, 보험, 금융,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진출하는 대부분 분야에서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하지만 택시와 대리운전, 꽃 배달, 미용실 등 골목 상권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가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실 카카오는 혁신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성장한 기업으로 널리 알려졌다. 2006년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으로 출발해 15년만인 2020년 재계 서열 23위에 올라섰다. 1980~90년대 수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고속 성장 이후 대기업 문턱에서 좌절했던 우리나라 기업 환경을 생각하면 카카오의 약진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경제 부문의 확장은 카카오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카카오는 올 상반기에만 계열사를 40개나 추가하며 158개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기업집단이 되었다. 과거 M&A로 외형을 키워 많은 비판을 받았던 롯데의 계열사가 85개,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의 계열사가 59개와 비교해도 카카오의 문어발 식 행보는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새롭게 진출하는 분야가 대부분 골목상권과 겹치고 있다는 점에서도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카카오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사면초가인 셈이다.

현재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은 다음의 세 갈래로 진행되는 듯하다. 첫째는 앞선 언급한 골목 상권의 침해 문제이다. 두 번째는 플랫폼을 통해 판매한 금융상품의 금융 규제 대상 문제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지주회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문제이다. 여기서 둘째와 셋째 문제는 뚜렷한 규제 지침이 존재하기 때문에 관계 기관의 시정 조치에 카카오가 따르면 그만이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문제는 해결이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카카오가 비난을 받는 부분은 사업의 대부분이 내수 중심인데다, 소상공인의 사업 영역에 침투해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어렵지 않게 독과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고액의 수수료를 책정하는 이른바 ‘갑질’ 논란이 이번 논란의 주요 쟁점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가장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5일 심 의원은 ‘신재벌 개혁, 플랫폼 경제 민주화’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에서 “플랫폼을 넘어 문어발 확장으로 독과점을 추구하고, 골목시장을 혁신적으로 잠식하고, 알고리즘 앞세워 노동을 착취하는 신재벌이 되어가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런데 심 의원의 이러한 지적에 수긍을 하지만 ‘혁신의 탈을 쓴 괴물’이라는 주장은 다소 과도하다. 왜냐하면 플랫폼 경제의 부정적인 면을 너무 강조하다보면 자칫 그동안 이룩한 ‘혁신’의 성과를 전면 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혁신은 불가하다”고 했는데, 사회(혹은 시장)의 동요가 전혀 없다면 그것은 혁신이 아니다.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처럼 혁신이 기존 질서의 일부 혼란을 초래한다는 사실은 진보주의자인 심 의원이 더 잘 알 것이다.

결국 카카오로 대표되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골목시장 잠식과 갑질 논란은 기존의 시장 경제 질서에서 플랫폼 경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발생한 사회·경제적인 갈등이라 생각된다. 미국도 최근 들어 ‘디지털 독점 종식법’ 등 5개 플랫폼 규제 법안을 마련하고 있고, EU도 디지털시장법 초안을 발표하는 등 플랫폼 경제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성장한 플랫폼 경제에 대한 문제점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시도가 이제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도 이러한 차원에서 카카오 논란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카카오를 희생양 삼아 과도하게 악덕기업으로 치부한다면, 혁신의 성과는 사라질 뿐만 아니라 당분간 우리나라에서 혁신기업의 출현은 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답지 않은 카카오의 비즈니스 형태는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재기 불가능하도록 여론을 몰아가면 안 된다. 카카오나 네이버는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만큼 성공한 사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혹시 신흥 대기업의 추격에 불안한 대기업 집단(소위 재벌), 카카오뱅크에 공격적인 경영으로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기존의 금융기관, 플랫폼 경제에 적응하지 못한 대형 유통사, 그리고 선거철만 되면 망령처럼 살아나는 마녀사냥의 희생양 찾기 등이 현 카카오 논란의 숨은 세력이 아닌지 한번쯤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테이터연구소 소장(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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