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과 신장 폐장에 좋은 은행

독성 있는 은행 매력적인 식재료
가을에 먹는 은행 호흡기질환 예방
2021-09-16 18:24:58

가을이 오면 세상은 두개의 황금물결로 빛난다. 하나는 들판을 가득 메운 황금빛 벼 이삭이고, 다른 하나는 도로 위 은행나무의 황금빛 잎들이다. 

은행(銀杏)은 ‘은빛 살구’라는 뜻이다. 흔히 열매로 여겨지는 은행나무 씨가 살구와 비슷하며 표면이 은빛 나는 흰 가루로 덮여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은행이 가을을 상징하지만 요즘 가로수에서 하나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노란 은행 열매가 내뿜는 악취로 인해서다. 그 악취에 많은 사람이 먹기도 꺼려한다. 

하지만 냄새 속에 감춰진 은행 열매의 효능을 알면 그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은행나무는 지구상에서 약 2억 년간 존재해온 살아있는 화석이다. 병충해가 거의 없고 넓은 그늘을 제공해서인지 정자나무와 가로수로 많이 활용되어 왔다. 화재에도 강하고 빙하기와 각종 자연재해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생명력이 아주 강한 생물이다. 목재는 고급가구와 조형물로 쓰일 만큼 내부구조가 탄탄하다. 

이렇게 은행나무가 긴 세월 동안 생명력을 유지하고 살아남은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악취가 나는 은행 열매가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은행 열매는 고약한 냄새가 그 종자를 외부로부터 보호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동물들의 먹이로 사용되지 않고 그 본연의 임무를 다해서 다음 세대로 전달이 되었을 것이다.

악취와 함께 겉껍질이 발효되면서 은행은 씨를 보존한다. 그리고 발효과정을 통해서 스스로의 면역력과 저항력을 키운다. 

백과(白果)라고 불리는 은행은 하얀 껍질에 폐장(肺腸)을 돕는 기가 가득하다. 흰색은 금의 성질이며, 폐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껍질을 깨고 안을 살펴보면 붉은색의 빨간 막이 은행의 속살을 감싸고 있는데 이는 심포막(心包膜)처럼 심장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붉은색은 화이며, 심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은행잎에서 추출한 혈액 순환제가 혈전 용해에 사용되고 있는데, 붉은색의 얇은 은행 피막에 심장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많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초록색, 목의 성질인 열매는 간의 기운을 도와준다. 가을에 술안주 요리로 마늘과 은행을 구워서 많이 먹는데, 이는 간의 해독기능에도 한 몫 한다. 그래서 은행은 간과 심장과 폐장 등 인체의 상부(上部)를 전체적으로 보(補)해준다. 한방에서는 천식과 기침 등의 호흡기 질환에 많이 활용한다. 특히 가을에 먹는 은행은 환절기와 겨울철 호흡기질환 예방에 좋은 명약이다.

하지만 과한 섭취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은행은 익혀서 먹으면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있지만, 메틸피리독신이라는 독성물질이 있어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오히려 몸을 아프게 한다. 성인은 하루 은행 10개 내외, 유아는 은행 2개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좋고, 지속적인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된다. 면역력과 해독력이 좋을수록 소량만으로 그 효과를 충분히 나타내니 그 양에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한중일 삼국에 분포하는 은행은 오래전부터 식재료로 활용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볶아먹거나 전골 등 여러 음식의 고명으로 이용한다. 또한 밥에 넣어서 영양밥으로 먹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루한차이'라는 야채 요리에 사용되고, 일본에서는 '차완무시'라는 달걀찜 요리에 사용되기도 한다. 

이규화 삼정자연치유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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