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회장 ‘라면 세계 1등’ 전략 차질빚을라

유럽 수출 해물탕면서 발암물질 기준치 초과
농심 주도해온 'K-라면 신드롬'에 악재될라
2021-08-13 14:32:24

농심 라면 제품인 '해물탕면' 유럽 수출용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되면서 라면업계 전체에 파장이 일고 있다. 라면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은 물론 현재 전 세계에서 불고 있는 'K-라면 신드롬'에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 때문이다. 신동원 농심 회장이 '세계 라면 1등'이라는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회장에 취임한 지 불과 1달여만에 사건이 터지면서 그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13일 유럽연합( 식품·사료 신속경보시스템(RASFF)에 따르면 올해 1·3월에 수출된 농심 '해물탕면'에서 발암물질인 '에틸렌옥사이드'가 검출됐다. 검출량은 각각 7.4ppm(1월 수출분)과 5.0ppm(3월 수출분)으로 허용 기준치(0.05ppm)의 최대 148배가 검출됐다. 이에 따라 RASFF는 이 제품의 1월과 3월 수출분을 현지 유통채널에서 회수 조치했다.

이번 문제는 수출 제품에 한정됐다는 것이 농심의 설명이다. 국내 판매 제품에서는 이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고 생산 라인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농심 수출용은 부산에서, 국내용은 안양과 안성 등에서 생산된다. 또한 해당 날짜를 제외한 다른 일자에 생산된 제품들은 현재 유럽에서 정상 유통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용이 정말 괜찮은지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지난 2012년에도 너구리 등 농심 일부 라면 제품 스프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되는 사건이 터진 바 있기 때문이다. 농심이 서둘러 이번 사건 조사결과를 밝히고 재발방치잭을 제시해 소비자 불안감 해소에 나서야한다는 지적이다.  

사건의 후폭풍도 주목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은 3억1968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5.8% 늘었나면서 기존 최대치인 지난해 상반기의 3억208만 달러를 경신했다. 이는 수입액(469만 달러)의 68.2배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K-라면을 대표하는 농심 라면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한국 라면 전체의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농심 자체의 해외 매출 비중도 30%가 넘는다.

‘라면 거인’ 창업주 신춘호 회장의 뒤를 이어 농심을 이끌게 된 신 회장에게도 이번 사건은 부담이다. 지난달 1일 회장직에 취임한 신 회장은 기업 슬로건을 ‘인생을 맛있게, 농심’(Lovely Life Lovely Food)으로 바꾸고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라면기업 5위라는 지금의 성적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생산과 마케팅 시스템을 세계 톱 클래스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이후 불과 1달만에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사건이 터지면서 목표 달성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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