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주가 끊없는 하락에 속끓는 투자자들

5년간 42% 계단식 하락…투자자는 눈물의 '존버'
2021-08-06 16:21:44

"주식만 보면 속이 터진다." KT&G 한 개인투자자의 하소연이다. 주가가 무려 5년동안 계단식으로 끝없이 흘러내린 탓이다. 그나마 코로나19 급락이후 하락은 멈췄지만 이번엔 1년이 넘도록 8만원대 게걸음 횡보다. 같은기간 거침없는 상승세로 주가가 레벨업 된 다른 기업과 비교하면 투자자의 속은 더욱 쓰리다. 그 사이 백복인 KT&G 사장은 3연임에 성공하며 '최장수 CEO' 타이틀을 거머쥐는 등 이 회사 역대 CEO중 최고의 호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KT&G 월봉 차트

6일 KT&G 주가는 8만2200원에 마감했다. 2016년 7월 고점인 13만9500원 대비 42% 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백 사장이 취임한 2015년 10월 고점인 12만500원과 비교해도 32%나 떨어졌다. ‘배당수익률 5%’ 고배당주 매력도 주가가 튀어오른 기업들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업종이 다르긴 하지만 그 무거운 시총 1위 삼성전자도 같은 시기 2만원대에서 현재 8만원대로 4배가 넘게 뛰어올랐다. 주가 측면에서 보자면 백 사장 효과는 전혀 없었던 셈이다. 백 사장 취임 시점을 기준으로 단기 시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다린 투자자일수록 표정은 더욱 좋지 않다. 

외국인과 기관은 매도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1일 외국인과 기관의 주식보유율은 44.10%에 달했지만 같은해 12월1일 40.76%로, 올해 6월1일에는 39.21%로 떨어진데 이어 8월2일에는 37.17%로 더욱 낮아졌다.  

문제는 앞날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 버팀목이었던 실적마저 2분기 들어 흔들리면서 주가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전자공시를 보면 KT&G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330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6.2% 감소했다. 2분기 순이익도 전년동기 대비 15.9% 감소했다. 상반기로 따져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6%, 11.5% 감소하면서 수익률 감소가 두드러졌다. 매출이 소폭 늘었지만 수출도 둔화되고 있다. 

증권업계 평가도 낮아지고 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궐련과 중동향 수출 감소, 판관비 증가 등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며 “고배당주로서 투자매력도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고마진부문 실적 부진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기존 10만3000원에서 9만8000원으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투자자입장에서는 속이 부글부글 끓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백 사장의 연임이 결정되기 전 '첫 매출 5조원 돌파' 등 사상 최대 실적이 반년도 안돼 널을 뛰고 있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백 사장이 두 번째 연임에 도전하던 지난 2018년엔 직전 연말에 좋았던 수출이 갑자기 한달만에 푹 꺼지면서 ‘연임용 실적 부풀리기’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KT&G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어쟀든 그의 3연임의 핵심 바탕이 된 실적이 불과 2분기만에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ESG경영의 대두로 큰손들의 Kt&G 외면이 주가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2019년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주류와 담배, 도박, 환경파괴 등을 사업으로 하는 이른바 ‘죄악주’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국민연금은 2019년 12.22%, 2020년 11.52%, 올해 3월말 기준 9.10% 등으로 KT&G 지분을 지속 축소하고 있다. 

물론 백 사장과 KT&G도 ESG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사회공헌활동을 지속하면서 ESG경영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KT의 주력 사업이 ‘죄악’으로 통하는 담배라는데서 투심이 완전히 돌아설지는 미지수다.

주가하락 속 외국인과 기관의 지분률 하락과 실적 악화에 대해 KT&G의 한 관계자는 "코스피 전체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 비중이 5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외국인 보유비중이 높았던 회사 주식이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최근 성장주와 경기민감주 투자 트렌드에 따라 고배당, 경기방어, 안정주로 분류되는 회사 주식에 대한 투자 소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4년여간 KT&G 주식을 보유중이라는 한 투자자는 “지금와서 팔수도 없고 시쳇말로 강제로 ‘존버’ 당하는 입장”이라며 “내가 왜 이 주식을 선택했는지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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