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 문제없나> ? 15년전 박삼구 연상케하는 정창선

"여유자금 인수, 무리한 사업확장도 안해" 박삼구 실패에 선 그었지만 여건 닮은꼴
코로나?금리인상 등 경제 불확실성에 해외 사업 경험 등 경영 능력에 물음표
정창선 "대우건설 살리겠다" vs 대우직원들 "우리 회사가 지금 망했냐" 반발
2021-07-19 10:32:00
중흥건설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과거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실패한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 앞에서 열린 대우건설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 기자회견에서 심상철 전국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 위원장(가운데)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정창선 회장이 15년전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 ‘고래와 새우’로 일컬어질만큼 두 회사의 외형과 사업 규모 차이가 큰 데다 코로나로 경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사실상 '빚'으로 무리하게 고래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금융위기를 맞아 좌초한 '새우' 박 회장 때와 닮은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과 증흥 측이 청사진으로 제시한 '디벨로퍼 도약' 역시 이미 건설업계에 흔하디 흔한 아젠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그룹 박 회장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6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2002년 취임 후 “2010년 재계 5대 그룹에 진입하겠다”는 선언이 실행에 옮겨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인수 이후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고, 인수자금에 투입된 4조원대 ‘재무적 투자’는 독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통운 인수라는 ‘과욕’까지 부리면서 그룹을 위기로 몰아갔다. ‘승자의 저주’가 현실이 된 셈이다.

우량회사였던 대우건설도 부실화됐다. 박 회장은 절대 팔지않겠다던 대우센터빌딩(현 서울스퀘어)을 계약서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매각했다. 대우빌딩은 대우그룹의 상징이자 대우건설의 가장 큰 현금성 자산이었다. 또한 대한통운 인수에도 대우건설이 대출에 참여했고, 그 이자 부담은 지속적인 경영 압박이 됐다. 대우건설이 보증을 해서 진행한 프로젝트도 늘어났다. 전 대우건설 직원 B씨는 “당시 수익성 없는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수주하면서 손실이 커졌으며 미분양 문제까지 겹쳤다”며 “우량했던 대우건설은 순식간에 부실덩어리로 전락했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중흥그룹은 시공능력평가 15위인 중흥토건 등 3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회사로, 자산총액은 9조2070억원 규모다. 여기에 현금성 자산은 7000억원대다. 과거 사실상 ‘빚’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 보다 사정은 좋은 편이다. 여기에 인수가격을 다시 쓰게 해달라는 요청을 이례적으로 산업은행 구조조정 자회사 KDBI가 받아주면서 인수가도 2조원대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산은이 국고로 회수해야할 혈세 2000억원 가량을 포기한 대신 정 회장의 인수자금 부담은 그만큼 줄게 된 셈이다.

하지만 한은의 연내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하면서 국내 주택사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 지금까지의 주택 시장 호황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사업 경험이 전무한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의 해외 사업을 잘 이끌지 물음표가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심각한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당장 투자자금 리스크가 적다고는 하지만 인수 이후 전망이 녹록치는 않은 셈이다.

물론 정 회장 자신은 박 회장과 다를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회사를 살리고자 인수를 결심했으며 세계적 건설 기업으로 키울 생각이다. 여유자금으로 인수를 추진한 만큼 과거 금호그룹의 인수 때와는 천양지차이고 7년 전부터 인수할 마음을 먹고 각종 자료를 분석해왔다"고 밝혔다. 또한 "내가 잘 알고 자신 있는 것은 건설이며 여기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당분간 다른 업종이나 분야의 인수·합병 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독립 운영을 약속하고 디벨로퍼 기업 도약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대우건설 직원들은 정 회장의 인식이 출발부터 틀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내부에선 '대우건설이 망한 회사인가, 대우건설이 중흥건설보다 못한 회사인가, 뭘 살린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인수 청사진 자체가 없다는 비판도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디벨로퍼는 이미 모든 대형건설사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고 대우건설도 지속적으로 디벨로퍼 회사 되겠다고 했으니 새로운 게 아니다"라며 "문제는 한국 내에서는 디벨로퍼 하기엔 이젠 시장 상황이 불투명하고 할 수 있는 먹거리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데 있다. 대우건설을 발전시킬 구체적인 계획없이 덩치만 키운다면 대우건설이나 중흥이나 모두 실패의 길로 들어가는 지름길"이라고 비판했다. 노조가 총력 투쟁에 나서는 것 역시 신뢰도 문제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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