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과 비움

나이 들수록 몸을 채우기보다 비워야
규칙적인 식사, 몸의 신진대사 좋게 해
‘달매짠 음식’보다 쓰고 담백한 맛이 좋아
2021-07-18 17:25:35

동양에선 음양이란 개념으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우리 몸에도 여러 음양이 존재하는데 그 중 채움과 비움을 한번 말해볼까 한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기능이 조금씩 저하되면 식사량도 조금씩 줄고 사용할 힘도 부족해서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 사람들은 몸에 힘이 나게 하려고 끊임없이 더 먹기 시작한다. 세끼 식사는 소식하면서 영양제는 한 움큼씩 복용하는 사람이 많다. 비타민, 오메가3, 칼슘, 마그네슘, 홍삼, 유산균, 크릴오일 등 해마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것들이 추가되면서 먹는 것이 줄기는커녕 더 는다. 그러고도 누가 뭐를 먹고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게 되면 바로 시장으로 달려간다. 

사실 그 심정은 이해는 간다. 늙어가는 몸과 저하되는 정신력이 여간 신경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눈은 점점 안보이고 귀로 들리는 소리는 점점 아득해져가니 지푸라기라도 잡고 이 노화를 멈추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힘이 빠지기 시작하면 몸 안에 점점 무거운 것을 넣고 다니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몸을 가볍게 해야 한다. 아플때도 채우기에 급급하다. 내 몸이 아픈 것이 꼭 무엇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해 비우기보다는 이것저것 꽉꽉 채우려 한다.

그러나 몸이 가벼워져야 신진대사가 좋아진다. 지금처럼 내 몸에 대한 주관 없이 남의 말에만 끌려 다니다 보면 내 몸은 점점 더 무거워진다. 여행 짐을 싸다가 보면 이것도 필요해 보이고 저것도 필요해 보여서 하나둘씩 짐을 늘이다 보면 정작 여행을 시작도 하기 전에 짐에 치이게 된다. 마찬가지다. 긴 인생에서 내 몸을 가볍게 만드는 것은 건강의 첫걸음이다. 

그렇다고 나이가 들면서 체력과 정신력이 떨어지는데 그냥 방치하고 굶기만 하라는 것은 아니다. 흙탕물에 물을 붓지 말고 먼저 맑은 물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것이 요즘 많이 말하는 해독이고 비움이다. 몸이 아프기 시작하고 기운이 떨어지는 것을 느껴진다면 일단 비워보자. 깨끗이 비운 뒤에 부족함이 느껴지면 그때 몸에 꼭 필요한 것을 최소한으로 채우자. 이 비움과 채움의 정도가 조화로우면 우리 몸은 자연스레 건강해진다.

그러면 우리 몸을 어떻게 비울까? 
첫번째는 규칙적인 식사다. 불규칙한 식사는 몸을 저장만하는 비만한 몸으로 만든다. 아침과 점심을 바쁘다고 대충 먹고 난 뒤 허기진 저녁 식사를 먹게 되면 몸은 급하게 채우는 데 급급하다. 영양분이 언제 공급될지 모르니 몸은 위기상황에 대비해서 지방으로 채우기 시작하고 나아가 언제 고갈될지 모르니 필요한 양보다 더욱 많이 채우게 된다. 

하지만 규칙적인 식사는 몸의 신진대사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준다. 필요한 영양분이 충분하니 채우기 보다는 가장 신체활용에 적당한 몸 상태를 만든다. 몸을 비움으로써 가볍고 상쾌한 몸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한다. 비울수록 건강한 몸이 되는 것이다.

다음은 맛의 조화다. 인체의 신진대사는 수반되는 노폐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불필요한 것은 몸에서 자연히 배출한다. 그런데 노화가 진행되다 보면 이 배출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정 기간 단식을 하고 장 해독 간 해독 등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잘 비우기 위해서는 굶는 게 아니라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같은 맹목적인 굶기나 야채만 먹는 것으로 해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달고 짜고 매운(달매짠) 자극적인 음식은 몸 안을 채운다. 쓰고 담백한 맛이 우리 몸을 비우는 것이다. 입에는 싫겠지만 쓰고 담백한 맛이 꼭 필요하다. 오미의 적절한 배합으로 우리 몸의 채움과 비움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잘 비워야만 채울 수 있고 잘 채워야만 비울 수 있다. 현대는 물질이 풍부하고 과잉되기 쉬운 삶이다. 병이란 부족해서 만이 아닌 과할 때도 생긴다. 잘 비워야 무병장수를 한다. 

이규화 삼정자연치유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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