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체 중고차시장 진출은 소비자에 독(毒)”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장남해 회장 인터뷰
"완성차업체 들어온다고 허위?미끼 매물 사라지지 않아"
"중고차 가격 뿐만 아니라 신차 가격도 올라 갈 것"
2021-06-13 17:57:40
완성차업체가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면 중고차 가격이 올라가는 등 소비자의 피해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장남해 회장. 사진=김흥수 기자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장남해 회장이 완성차업체가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면 중고차 가격이 올라가는 등 소비자의 피해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김흥수 기자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지만 2019년 초 지정기한이 만료됐다. 이에 중고차업계에서는 지난해 5월 소상공인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지만 정부는 1년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 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9일 국회에서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 정부가 참여하는 '자동차 매매 산업 발전 협의회'를 발족시켰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장남해 회장을 만났다. 

-연합회는 어떤 기관인가
"1972년 설립된 48년의 역사를 가진 자동차매매사업자의 단체로 정부 위탁업무를 하고 있는 기관이다. 주요 업무로는 이전등록, 매매사원증발급, 자동차앞면등록번호 관리, 제시?매도?반환신고, 자동차등록원부조회, 성능상태점검기록부 교부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지난 3월 취임했는데 취임 초기부터 완성차업체의 중고차시장 진출로 인해 머리 아픈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매매업계에도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완성차업체가 중고차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30만 사원과 가족의 생계를 뺏는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완성차를 잘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어 전 세계로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하고 국내 중고차시장을 넘보는 것은 대기업으로서 경영 마인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찬성여론이 월등히 높은데
"오도된 여론 때문이다. 완성차업체가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면 허위?미끼 매물이 사라질 것처럼 떠든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고차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 대부분이 중고차시장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다단계 사기범들이 피아노라는 물건을 가지고 사기를 치면 피아노 시장이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유독 중고차 시장에만 사기범들의 매개체를 확대 적용한다. 중고차 사기가 됐건 다단계 사기가 됐건 그냥 사기꾼일 뿐이다.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30만명이 몇몇 사기꾼들 때문에 욕을 먹고 있으며 심지어는 일자리까지 빼앗기게 생겼다." 

-허위?미끼 매물과 함께 바가지 요금 또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게 하는 요인인데
"옛날 얘기이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10분만 검색해보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차량의 시세가 훤히 드러난다. 온라인의 발달이 중고차 시장의 정찰제를 가져왔다. 중고차 딜러들이 차량 한 대 팔면 차량 정비비용(세차, 광택, 부품 교환 등)과 판매비용(광고비, 매매단지 주차비, 이자비용 등)을 제하고 50만원 남짓의 판매이윤뿐이다. 요즘은 소비자를 속인다거나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완성차업체는 수입차와의 역차별을 강조하고 있는데
"수입차 시장은 국산차 시장과 공급방식부터 틀리다. 엄격하게 얘기하면 수입차 제조사가 차량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고 수입차 제조사와 계약을 맺은 딜러가 차량을 판매한다. 그러나 국산차는 제조사가 직접 판매한다. 완성차업체들은 수입차는 제조사가 중고차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니 국산차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하고 있는데 거짓말이다. 수입차는 제조사가 아닌 딜러들이 인증제도를 운용한다. 완성차업체의 논리대로라면 현대차도 딜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제조사는 차량제조만 하고 판매는 딜러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래야 딜러들간의 경쟁이 생기면서 소비자에게 더욱 많은 서비스가 제공된다."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의 문제점은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소비자 보호가 아닌 신차가격을 올리고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속셈일 뿐이다. 완성차업체가 중고차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중고차 가격은 당연히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중고차값이 인상되면 신차가격도 따라서 인상될 수밖에 없다. 신차와 중고차의 가격차이가 크지 않은데 누가 중고차를 구매하겠는가?" 

-완성차업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들리는데
"거짓말 하는 것 맞다. 완성차업체는 수입차에 역차별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완성차업체가 인증해주면 중고차시장의 혼탁성이 제거될 것처럼 얘기한다. 완성차업체가 사법기관인가? 말도 안되는 소리다. 완성차업체가 중고차를 취급하면 소위 말하는 ‘바가지’를 쓰는 소비자가 사라질 것처럼 주장한다. 그래서 차령 6년?12만㎞이하의 차량만 취급하겠다고 하는 것인가? 알짜 매물만 골라서 취급하겠다는 얘기인데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 완성차업체가 시장에 진입하면 중고차 가격은 올라간다. 이미 엔카나 KB차차차가 중고차인증사업을 하고 있다. 인증제도라는게 아무것도 아니다. 성능기록부 한 장 달랑 올리면 끝이다. 그래 놓고 소비자에게 평균 100만원 이상을 더 받고 판매한다. 완성차업체의 손을 거치면 똥차가 새 차 될 수 있겠는가? 별 의미없는 인증제도 한답시며 인증에 필요한 도장값을 100만원 이상 책정해서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겠다는 속셈이다."

-중고차 온라인채널이 다양해졌는데
"온라인채널이 늘어난 만큼 중고차 사기의 수법도 늘어났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관리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는 단순하게 매매단지 현장점검에 그치고 만다. 요즘은 중고차매매단지에 와서 발품 팔아가며 중고차를 고르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모두 온라인을 통해서 정보를 취득하고 마음에 드는 차량을 고른 후에 매매단지를 찾아 자동차를 구입하는 방식이다. 그럼 온라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기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지자체는 매매단지 현장점검이라는 재래식 감독만 하고 다닌다. 대형포털들도 책임이 없지는 않다. 포털은 광고수입을 얻기 때문에 허위매물을 올리는 사이트를 단속하지 않는다. 포털측은 현행법상 허위매물사이트를 규제하지 못한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럼 관련법을 개정하자고 요구하고 개정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포털이 중고차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중고차시장의 혼탁을 제거할 방안들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정부가 문제다. 중고차사기 사건은 어제오늘 발생한 일이 아니다. 수십년을 이어온 해묵은 과제이지만 정부는 그대로 방치만 하고 있었다. 업계의 자정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사법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수로 사기꾼들을 걸러내겠는가? 중고차 사기사건이 한 번 터지면 전체 업계가 타격을 받는다. 밥그릇이 날라갈 판인데 뒷짐지고 있을 얼간이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도 자체적으로 자정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경기도처럼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서 허위?미끼 매물을 걸러내고 적발된 자는 사법처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1년만 하면 중고차시장에서 사기꾼들이 사라질 것이다. 요즘은 IT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소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자동차보다 저렴한 냉장고 하나를 구입하려고 해도 매장에 들러 이것저것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물며 냉장고보다 비싸고 자신의 목숨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물품을 구매하면서 값싸고 좋은 물건을 찾으려고 한다. 값싸고 좋은 차는 없다. 시장에서 1000만원대의 가격이 형성되는 차량이 500만원에 올라온다면 이게 정상차량이겠는가? 그런데 그런 매물에 혹해서 사기꾼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하는 것이 피해자들이다. 예컨대 시세의 반값에 판매하는 차량이 시장에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그게 소비자의 손에 들어갈 것 같은가? 옆의 매매상이 먼저 채가지 않겠는가? 시세보다 많으면 10%정도 저렴하게 구입하는 일은 가능하겠지만 턱도 없는 가격의 중고차는 없다. 그런 차량은 무조건 허위?미끼 매물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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