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주총서 'R&D 법인 분리' 가결… 노조 반발

2대 주주 KDB산업은행, 주총 참석도 못해
'비토권' 분리 못 막아... 무용지물 논란
2018-10-22 08:02:22

한국GM이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참석을 배제한 채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연구개발(R&D) 조직을 분리해 법인을 신설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 19일 한국GM 노조원 수십명은 인천 부평 본사 사장실 앞을 봉쇄하는 등 주총을 저지하려 했으나 경영진은 다른 장소에서 주총을 열고 안건을 통과시켰다. 산업은행 측은 노조의 저지로 주총에 아예 참석하지 못하고 결과만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이날 한국GM은 미리 도착해 대기하고 있던 미국 본사(지분율 76.96%) 등의 주주 대리인만 참석한 채 주총을 열고 연구개발(R&D) 부문 분할 안건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생산부문은 기존 법인에 남겨 놓고 R&D 인력 3,000여명을 인적 분할해 GM 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세우기로 한 것이다.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는 부평 본사에 있는 디자인센터·기술연구소·파워트레인 부서를 묶어 만든 별도의 R&D 법인이다. GM은 신설 법인이 미국 본사의 글로벌 제품 개발을 담당하도록 해 한국GM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GM에 약 8,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키로 한 산업은행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2대 주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GM의 법인 분할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진다. 앞서 산업은행이 한국GM의 R&D 법인 분리를 막기 위해 낸 주총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은 지난 17일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산업은행은 추후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나 본안 소송을 내 법인 분리 작업을 지연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산업은행은 주총 결과를 일방 통보 받은 것에 대해 "GM과 노조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한국GM에 신규 자금 투자를 확약하면서 확보한 비토권(거부권)이 무용지물(無用之物)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산업은행 측은 지난 5월 한국GM 정관상 주총특별결의사항(17개)을 보통주 85% 이상 찬성으로 규정한 비토권을 확보했다고 선언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분할 문제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하게 됐다.

"R&D 법인 신설은 한국에서 생산부문을 철수하기 위한 수순"이라며 강력 반발해 온 한국GM 노조는 인사 이동을 거부하고 총파업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노조의 행동이 GM 측의 한국 철수 명분만 키워준다는 지적도 있다.

오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번 문제를 집중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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