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특수본, LH 압색에도 왜 결정적 증거 못 찾을까

광명·시흥 신도시 계획 부동산 침체로 오랜 기간 표류
환지방식 개발 주민동의 필수라 미공개 내부 정보 없어
부동산 매입 직원 10여명 조사했지만 혐의 못 밝힌 듯
신진호 기자 2021-05-09 15:21:35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광명·시흥 신도시 개발 예정지 모습.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이 경남 진주 LH본사와 LH전북지역본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결정적 증거인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사례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광명·시흥 신도시 개발 예정지 모습.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경남 진주 LH본사와 LH전북지역본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결정적 증거인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사례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출범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이 수사의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 투기사범 490건·2006명을 내·수사 중인 특수본은 199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이 가운데 11명은 구속했다. 특수본은 전국 40여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택지사업지구 거래신고 자료 총 7만여건을 분석하고 있다.

특수본이 수사에 집중하고 있는 곳은 LH다. LH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했다는 의심을 사면서 이번 사태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수사대상에 오른 직원만 6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특수본은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수본이 여러 차례에 걸쳐 경남 진주 LH본사와 LH전북지역본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결정적 증거인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사례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압수수색이 늦어지면서 LH가 증거인멸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몰고 온 광명·시흥 신도시 계획이 이미 10여 년 전에 발표됐기 때문에 미공개 내부 정보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광명·시흥 신도시 개발 정보는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는 공개된 정보라는 것이다. 

실제로 광명·시흥 신도시 계획은 2010년 12월 확정 발표됐다. 정부는 광범위하게 훼손된 그린벨트를 종합·체계적으로 개발해 수도권 서남부 지역의 성장 거점도시로 개발하기 위해 광명·시흥 지역 173만6700㎡(525만평)에 대해 신도시 개발 지구로 지정했다.

그러나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세계금융위기로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광명·시흥 신도시 계획이 위기를 맞았다. 이명박 정부는 각종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지만 집값 하락을 막지 못했고, 전국에 미분양 주택이 늘면서 골머리를 앓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도 부동산 침체가 계속됐다. 박 대통령은 2014년 7월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최경환 의원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임명해 주택 부동산정책으로 경기활성화를 모색했다. 최 부총리가 취임 직후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 완화를 발표하자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를 보냈다며 강력 반발하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같이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고 LH의 재무악화가 겹치자 정부는 2015년 4월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를 전면 해제하되 집단취락지구(52만평)는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나머지는 특별관리지역(10년)으로 지정해 정비사업이 가능하도록 지정·고시했다.

도시개발은 보통 수용·사용방식과 환지방식 등으로 진행된다. 수용 또는 사용방식은 국가나 공공단체가 수요지구 내 토지를 모두 사서 개발하는 방식인데, 1·2기 신도시와 세종특별시 개발이 대표적인 예다. 

환지방식은 수용된 토지주에게 보상금을 주는 대신 개발구역 내 조성된 토지를 주는 방식으로,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는 이번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올해 2월까지 취락지구를 중심으로 14개 구역(총 166만평)에 대해 이 방식으로 도시개발을 추진했다. 14개 구역 가운데 조합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지역은 광명1·3구역 등 2곳, 주민대책위원회가 구성돼 동의가 완료된 지역은 광명2구역과 시흥 2-1구역 등 7곳에 이른다.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는 오랜 기간 사업이 지체됐고, 특별관리구역도 존속기간 10년이 끝나는 2025년 이후에는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LH 내 미공개 정보가 존재할 수 없다는 평가다.

더욱이 환지사업은 토지면적 3분의 2 이상의 토지소유자와 토지소유자 2분의 1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의 동의를 받기 위해서는 사업 추진 내용이 공개될 수밖에 없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나설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광명·시흥지구 택지를 산 LH 직원 10여명이 특수본 수사를 받았지만 이들에 대한 혐의를 찾지 못해 수사가 답보 상태다. 

또한 전북지역 택지 투기 혐의로 전주지검이 LH 직원 A씨(49)를 구속기소하면서 적용한 혐의도 부패 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과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이로 인해 검찰이 A씨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했다는 혐의를 법정에서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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