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다시 꿈틀…버블 우려도

재보궐 선거 이후 정치권 규제 완화 움직임
2021-04-23 14:37:05
한동안 주춤되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
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들

세금 강화에 대규모 공급 대책이 나오면서 한동안 주춤되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투자자들의 매수심리도 강화되고 있다. 지자체장 재보궐 선거 이후 정치권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아파트값에 불쏘시개가 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표심에 일희일비하는 정치권의 태세 전환으로 아파트값 연착륙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19일 조사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1.1로, 지난주(100.3)보다 0.8포인트 올라가며 기준선(100)을 넘겼다. 매매수급 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뜻한다. 이달 첫째 주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 아래로 내려간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가 2주 연속 강화된 것이다.

수도권 아파트 매수심리도 상승세다.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8.7에서 109.9로 1.2포인트 올랐다. 2월 둘째부터 이달 첫째 주까지 8주 연속 하락했다가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상승 폭을 키웠다. 경기도가 113.7에서 114.1, 인천이 109.2에서 115.2로 각각 올랐다.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실제 아파트 가격도 뛰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08% 올라 1주일 전 0.07%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지난주 10주 만에 상승폭을 키운 데 이어 이번 주엔 상승폭이 더욱 커진 것이다.

정치권의 부동산 규제 완화 가능성이 영향을 미쳤다.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오세훈 시장 당선 이후 여당은 부동산 정책 수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실수요자 대출 규제 완화, 종부세 부담 경감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의 경우 납부기준을 현행 공시지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고 주택 가격 상위 1~2%에만 종부세를 부과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규제 완화 논의가 본격화된 만큼 시세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관측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 당선 이후 불과 몇일만에 호가가 수억원 뛴 재건축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여당 마저 규제 완화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아파트값 상승세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버블을 우려하는 시각도 늘고 있다. 부동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집이든 주식이든 가장 좋은 것은 추세 우상향. 집주인들이 싫던 좋던 세금 부담 강화와 대규모 공급대책으로 그동안 쉼 없이 오르던 아파트값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연착륙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컸다”며 “하지만 선거 결과에 따른 정치권의 태세 전환으로 버블 가능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향후 유동성 회수에 따른 부작용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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