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시나리오] 실시간 '지하철 음성탐지'로 성범죄를 없애다

'류지원의 상상 아이디어'... 세계 최초 실시간 범죄탐지 시스템 도입
2018-10-18 11:58:28
‘류지원의 비즈시나리오’ 코너는 수많은 크리에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얻어낸 상상 속 아이디어를 현실 세계 속으로 가져오고, 이를 창업 실행 전략 수립을 위한 비즈니스 인사이트(Business Insight)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코너이다. 또 미래에 실현될 마케팅이지만 아직 현실세계에서는 실현되지 않은 마케팅 아이템을 가상의 시나리오 방식으로 풀어낸 콘텐츠다.
‘언더그라운드 시스템’은 지하철 객차 내부의 오디오(현장 음성)를 실시간으로 녹음하고 분석해서 발생 상황을 예보하는 시스템이다. 사진=픽사베이
‘언더그라운드 시스템’은 지하철 객차 내부의 오디오(현장 음성)를 실시간으로 녹음하고 분석해서 발생 상황을 예보하는 시스템이다. 사진=픽사베이

[아이템] 오디오빅데이터 기반 실시간 지하철 모니터링

지난 2016년5월28일 ‘치맥 페스티벌’이 대구에서 개최됐다. 단순히 치킨을 먹으면서 놀자던 페스티벌이 어느새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단순히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즐기는 노는 축제가 아니라 창업과 기술력 소개가 공존하는 축람컨(축제+박람회+컨퍼런스)으로 성장했다.

이날 행사에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찾아와 청년들과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실업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행사장 인근에는 치맥 페스티벌을 맞이하여 많은 젊은이들이 있었고, 경북대학교 창업동아리 언더그라운드(일명 땅개미) 10기 학생들도 창업경진대회 준비로 지친 심신을 달래려고 왔다가 대구시장과의 치맥 자리에 합석했다.

창업동아리 언더그라운드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땅개미’로 알려져 있다. 주로 밤에 땅속을 헤집고 다니며 먹을거리를 찾는 땅개미처럼 늦은 밤 야식으로 라면을 많이 끓여 먹다보니 주변에서 붙여준 별명이다.

언더그라운드 동아리는 최근 트렌드인 빅데이터를 재가공하는 5차 산업혁명에 주목하면서 정부의 창업경진대회를 준비했었다.

실제 구글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구글 독감 동향이란 서비스로 독감 예보를 했다. ‘신호와소음’ 저자로도 유명한 네이트 실버는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50개 주 중 49개 주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고 총선에서도 상원 당선자 35명 전원을 맞혔다. 통계학자인 네이트 실버의 대선 예측에서도 실제 결과와의 차이는 0.6%에 불과했다.

치맥 페스티벌에서 만난 대구 시장과의 우연한 만남은 지역 정치인과 지역 소재 대학생 사이의 일반적인 이야기로 시작했다.

청년 실업과 젊은이로서 꿈을 갖고 도전해야한다는 상투적인 이야기였다. 늘어가는 생맥주 잔의 취기였는지 한 대학생이 과거 한 지적장애인의 방화로 일어난 대구지하철 화재사건과 세월호 침몰사건을 이야기했다.

대한민국의 안전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와 많은 토론이 이어졌다. 10기생 대표인 박병준(전자공학과, 25)의 머리에 스친 생각은 안전과 빅데이터였다.

경북대 창업동아리 언더그라운드의 10기 박병준 대표는 삼수와 경제사정으로 군복무를 마치고나서야 대학 생활을 시작한 늦깍이 대학생이다. 박 대표는 치맥 페스티벌에서 떠오른 안전과 빅데이터를 기본으로 즉시 조사에 들어갔다.

지하철 안전을 생각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성범죄였다. 국회에 제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전철(서울, 경기, 인천)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수는 2014년 1,287건이었지만 2015년 상반기에만 1,023건이었다.

박병준 대표는 치맥 페스티벌에서 떠오른 안전과 빅데이터를 기본으로 즉시 조사에 들어갔다.사진=픽사베이
박병준 대표는 치맥 페스티벌에서 떠오른 안전과 빅데이터를 기본으로 즉시 조사에 들어갔다.사진=픽사베이

발생시간은 오전 8시~10시와 오후 6시~8시로 전체의 44%였다.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범죄 중 절반 이상은 성 관련 범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자료인 ‘2010년 이후 지하철 내 범죄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발생한 전국 지하철 내 범죄는 총1만1,505건으로 집계됐다.(2014년 8월 기준)

성범죄, 절도, 기타 범죄 등 평균 매년 2,000건의 범죄가 지하철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의 신고와 고발이 저조한 성범죄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실제 발생한 성범죄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청된다.

지하철 범죄 발생 현황을 고려할 때 시스템 개발의 필요성과 목표는 명확해졌다. 박 대표는 동아리 회원들과 자료 조사를 진행하며 컨셉 회의를 반복하면서 개발 방향을 잡았다. 권 시장 방으로 매일 출근을 했고, 대구도시철도공사를 찾아가 협조를 구했다.

이 시스템의 기술은 이름하여 ‘언더그라운드 시스템’이었다. 지하철 객차 내부의 오디오(현장 음성)를 실시간으로 녹음하고 분석해서 발생 상황을 예보하는 시스템이다.

개발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10월부터 12월까지 지하철 객차 내부의 소리를 녹음했다. 처음에는 오해를 받아 신고 받고 출동한 지하철 수사대에 연행되기도 했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현행법의 위반 소지가 있었지만 다행히 해결됐다.

택시내 CCTV설치관련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과 같이 정부에서도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었다. 언더그라운드 시스템에서는 기술적으로 음성 녹취시 처음부터 암호화를 하기 때문에 통신망이나 서버단에서 개인정보침해소지를 없앴다.

녹음된 모든 소리는 파형을 유형화하면서 특정 상황과 매칭을 했다. 범죄 등이 발생하는 않은 보통 상황의 경우에도 혼잡/보통/한산의 경우로 구분하여 상황별 파형을 특정했다.

범죄 상황의 경우 성범죄, 절도, 기타 범죄 유형별 파형을 특정했다. 최근 3개월 간 녹음한 샘플 오디오 데이터를 기반으로 총 20여개의 상황을 특정했다.

실제 모니터링되는 오디오 데이터가 특정된 상황과 일치할 경우 자동으로 지하철 수사대와 대구도시철도공사 관제센터에 사전에 상황을 통보하게 된다.

지하철 안전을 생각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성범죄였다. 국회에 제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전철(서울, 경기, 인천)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수는 2014년 1,287건이었지만 2015년 상반기에만 1,023건이었다. 사진=픽사베이
지하철 안전을 생각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성범죄였다. 국회에 제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전철(서울, 경기, 인천)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수는 2014년 1,287건이었지만 2015년 상반기에만 1,023건이었다. 사진=픽사베이

2017년 1/4분기에는 오디오 데이터 수집 장치 단말기와 서버 시스템을 개발 완료했고, 지하철 수사대와 대구도시철도공사 관제센터와의 연동 훈련도 마쳤다. 2018년 4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 언더그라운드 시스템은 10월말에 6개월간의 시범 운영을 마칠 예정이다. 시범 운영 종료후 대구시와 공동으로 운영결과 분석과 개선 작업을 통해 2019년부터 대구지하철 전노선에 적용할 예정이다.

“지하철 범죄 제로(0%)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대구지하철은 물론 2016년에는 수도권 지하철에 언더그라운드 시스템을 보급할 것입니다. 그리고 해외 시장에도 진출해서 후배들에게 자랑스런 땅개미 선배가 되겠습니다“라는 박병준 10기 대표의 포부를 들으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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