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지부 “노조가 바라는 것은 직원과 회사가 모두 사는 것”

설립 7주년 대신증권지부 인터뷰…증권업계 직원 줄었는데 증시활황에 업무강도는 높아져
2021-01-26 15:56:22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 오병화 지부장과 이남현 정책국장(오른쪽)
대신증권지부는 증시 활황으로 증권사 실적이 좋아졌지만 직원들의 업무강도는 더욱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오병화 대신증권지부장(왼쪽)과 이남현 정책국장

증시가 활황이다. 덩치 큰 대형주가 한방에 상한가를 가는 그야말로 불장이다. 천수답에 유동성 빗물이 가득 차고 바람이 불때마다 투자자들의 환호가 터진다. 증권사들은 실적 풍년에 함박웃음이다. 증권업계의 오랜 인력감축 기조로 손이 달리는 상황에서 호황이 닥치자 살아남은 직원들의 업무강도는 더욱 세졌다. 업황을 이유로 노동조건 개선에 뒷짐을 졌던 증권사들이 이제는 직원 처우에 제대로 신경을 써야한다는 지적이다.

오병화 대신증권지부장은 "증시 활황으로 계좌가 폭증하면서 업무지원 직원들이 점심도 거를 정도로 업무 피로도가 높아졌지만 처우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재 관련 불만이 노조에 쇄도하고 있어 문제제기를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는 대신증권 창립 53년만에 생긴 첫 노동조합이다. 2014년 1월 25일 설립돼 올해 7주년을 맞았다. 당시는 문을 닫거나 팔리는 증권사가 늘어나면서 인력 구조조정 바람이 거셌던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무노조’였던 대신증권에서 노조가 생기면서 그때까지 노조가 없던 다른 증권사에 노조 설립 바람이 불었다. 그 만큼 대신증권지부의 문제제기는 무겁다.

오병화 대신증권지부장은 “그때만해도 비인간적인 조직문화가 만연했고 근무여건도 열악했다”며 “무엇보다 대신증권에 자부심을 가졌던 직원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하나둘씩 회사를 떠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두고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대신증권 노조 설립엔 오 지부장과 이남현 대신증권지부 정책국장(초대 지부장)이 주축이 됐다.

이들은 근로조건 개선과 부당한 제도의 철폐를 촉구했지만 사측과 협상은 쉽지 않았다. 단체협약도 사측과 101차례나 단체교섭을 벌인 뒤에야 이뤄졌다. 노조 설립 5년만이었다. 초대 지부장이었던 이 국장이 정직되고 해고됐다가 소송을 통해 복직하는 시련도 겪었다. 

이 국장은 “전략적성과제와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해고를 통지했다”며 “낭떠러지로 떨어진 것 처럼 두려웠지만 결국 대법원에서 승소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이어 “결국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 아니었나하고 생각한다”며 “지부장 해고가 직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섰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들은 지난 7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노조가 생기고 나서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과거 잘못된 관행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며 “아직 2019년과 2020년 임금 교섭도 되지 않은 실정이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직원들 앞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오 지부장과 이 국장은 사측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모든 것이 회사와 직원간의 시각의 차이고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난 일을 계기로 사측과 직원이 한데 똘똘뭉쳐 모두가 사는 상생의 길을 찾는데 더욱 매진하겠다는 각오다. 대신증권지부가 바라는 궁극의 목표 역시 바로 이것이라고 한다.

오 지부장은 “힘든 시기에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노조원과 일반 직원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노조 설립 당시 116개 달하던 점포수가 46개 수준으로 감소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타의로 회사를 떠나는직원들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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