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의 커피노트> 레드 와인이 연상되는 케냐 팅강가(Tinganga)

로스팅 디자인 달라도 초콜릿, 자몽, 빵의 느낌 안 바뀌어
시간 짧아질수록 경쾌한 산미 발현…DTR 맹신 경계해야?
신진호 기자 2022-12-05 08:27:27

커피 로스팅은 수학이다. 그렇다고 ‘수포자’를 양산하는 고차원 수학은 아니다. 로스팅은 커피 볶는 기계에 생두를 넣고 적정한 온도와 시간을 맞추는 함수(Function)다. 적정 온도를 찾지 못하고 길게 로스팅하면 신맛과 단맛이 사라지면서 쓴맛만 강하게 나타나고, 반대로 로스팅 시간이 짧으면 단맛보다는 산미(Acidity)가 강하게 표현된다. 로스팅 정도에 따라 시나몬(Cinamon)부터 이탈리안 로스팅(Italian Roasting)으로 분류한 이유다. 

커피 로스팅은 시간과 온도의 함수다. 좋은 생두를 덜 익거나 타지 않는 지점을 찾아 볶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로스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떤 사람은 로스팅을 할 때 전체 로스팅 시간에서 1차 크랙부터 배출시까지 비율인 DTR(Developing time ratio) 또는 ROR(rate df rise·1℃ 올라가는데 걸리는 비율)을 중시하지만 다른 사람은 공기 양을 조절하는 댐퍼(Damper)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로스팅에서 제일 중요한 요인은 생두다.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생두이듯 로스팅 또한 원재료인 생두가 중요하다. DTR 몇% 일 때 배출하고, 댐퍼를 몇 번 조정하느냐에 따라 나쁜 원두가 좋은 원두로, 향미가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는다. 커피에서 생두는 알파(α)요 오메가(Ω)다. 단지 로스터는 좋은 생두를 덜 익거나 타지 않는 지점을 찾아 볶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스페셜 커피인 케냐 팅강가(Tinganga) TOP 생두를 6가지 디자인으로 로스팅을 한 뒤 테이스팅을 했다. 와인과 같이 커피도 산지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보르도 와인이라도 마을과 술도가 이름(Châtea 또는 Maison)을 표시해 생산이력(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을 알 수 있는 것이 고급이듯이 커피도 농장까지 표시한 것이 스페셜 커피일 확률이 높다. 

지도=구글 캡쳐

팅강가 TOP은 케냐 키암부 지역(Kiambu Country) 팅강가 농장(Tinganga Farm)에서 생산한 것이다. 품종(Varietal)은 SL28과 SL34, 루이루(Ruiru11)가 섞여 있고, 재배 고도는 해발 1800m, 가공법은 수세식(Washed)이다.  

6가지 로스팅 프로파일은 다음과 같다. 투입 생두는 1㎏으로 모두 같다. 

팅강가는 로스팅 후 분쇄했을 때 아로마에서 약간의 매운 맛이 느껴졌다. 그 매운 맛은 향신료(Spices)와는 좀 다른 산초의 느낌도 나면서 고추나물을 먹을 때 식감을 자극하는 살짝 톡 쏘는 듯했다.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장은 “약한 매운 맛은 신선한 뉴크롭(New crops)에서 느끼는 맛으로, 블랙 그린(Black green)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각기 다른 로스팅 디자인이지만 테이스팅을 하면서 공통적으로 초콜릿과 자몽, 빵을 먹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로스팅한 케냐 팅강가(Tinganga) 원두. 1차 크랙후 배출한 시티 로스팅(City Roasting)이라 산미가 잘 표현됐다.   

가장 큰 특징은 로스팅 시간이 짧을수록 산미가 잘 표현된다는 점이다. #2 디자인 커피는 자몽의 산미가 라임으로 바뀌었는데 로스팅 시간이 6가지 디자인 중 5분58초로 가장 짧았다. #6 커피 또한 6분으로 로스팅 시간이 짧아 라임의 산미가 나타났고, 식으면서 잼을 먹는 듯(Jam-like)하면서 토마토를 먹는 느낌도 들었다. #3 커피는 로스팅 시간이 6분49초로 #2나 #6 커피에 비해 상대적 길었지만 1분간 불을 끝 상태에서 원두를 드럼통에 넣어둔 쏙(Soak) 방식이라 산미가 좀 강하면서 꿀(Honey)맛도 느꼈다. 6분20초의 로스팅 시간의 #5 커피도 산미가 잘 표현됐다.

로스팅 시간이 7분을 넘은 #1과 #4 커피는 단맛과 산미가 조화로웠다. #1 커피가 마일드(Mild)했다면 #4 커피는 구수했다. 

로스팅을 할 때 DTR이라는 수치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DTR은 전체 로스팅 시간에서 1차 크랙이후의 시간이 차지하는 비율이란 점유율 이상의 정보가 있다. 그것은 수치를 맞추는 수준이 아니라 시간과 열량의 함수로 자연스럽게 만들어 지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팅강가의 색은 밤색이다. 팅가가를 마실 때 초콜릿 향이 은은히 퍼지면서 구수한 빵과 자몽, 꿀, 오렌지 등이 연상된다. 커피가 식으면 와인의 맛도 느낄 수 있는 등 여운이 깊다. 그러니 팅강가는 친구와 함께 레드 와인을 마시면서 하몽으로 감싼 스위트한 머스크 메론을 먹는 행복한 추억으로 인도해 주었다.     

신진호 커피비평가협회(CCA) 커피테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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